강연회 | 난민 당사자와 난민 인권 활동가의 이야기

지난 7일(목) 사회대 신양학술정보관(16-1동)에서 ‘한국의 난민인권을 말하다’라는 이름으로 강연회가 열렸다. 주최 측 ‘서울대 난민인권공동행동’의 김영민 대표(사회교육과·19)가 “학내구성원들이 어려워하지 않을 만한 방식으로 난민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려 했다”라고 그 취지를 밝혔듯 강연회는 학술적 논의보다는 난민 당사자와 난민 인권 활동가의 경험을 듣는 데 집중했다. 강연회에는 ‘난민과 손잡고’ 김어진 대표와 한국으로 이주해 천주교로 개종한 이란 출신의 종교 난민 김민혁 씨 및 그의 친구들이 연사로 참여했다. 김민혁 씨는 자신과 아버지의 난민 지위 인정을 위해 활동하며 화제가 됐다.

‘난민과 손잡고’ 김어진 대표가 강연하고 있다.
‘난민과 손잡고’ 김어진 대표가 강연하고 있다.

◇책임을 회피하는 난민 장벽=김어진 대표는 난민을 수용해야 할 이유를 ‘책임’에서 찾았다. 김어진 대표는 “한국이 지원한 전쟁으로 인해 예멘 난민이 발생해 제주도에 왔듯 난민이 떠도는 데는 한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책임이 있다”라며 선진국이 난민 심사 장벽을 높이는 등 책임을 회피해선 안 된다고 논했다. 아울러 김 대표는 “최근 유엔에서 논점이 되는 기후 난민을 보건대 한국인도 난민이 될 위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라는 경고를 덧붙이며 난민 보호의 당위를 강조했다. 그는 “한국의 난민 예산은 1년에 31억 원인데, 한국이 패트리엇 미사일에 치를 값은 무려 110조 원이다”라며 “지구촌에 책임지는 일을 후순위로 미뤄도 될지 다시 고민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난민 김민혁 씨(좌)와 그의 친구 박지민 씨(우)가 경험을 전하고 있다.
난민 김민혁 씨(좌)와 그의 친구 박지민 씨(우)가 경험을 전하고 있다.

김민혁 씨의 친구들 증언에 따르면 난민이 마주한 한국 사회는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 김민혁 씨의 친구 박지민 씨는 “민혁이를 도와달라는 내용으로 올린 청원에는 3만 명, 난민에 반대하는 청원에는 70만 명이 동의했다”라며 난민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전했다. 다른 친구 최현준 씨 또한 “함께 싸우는 과정에서 곱지 않은 시선이 정말 많았다”라며 “학교와 성당, 교회도 처음에는 비협조적이어서 많이 힘들었다”라고 돌이켰다. 

난민을 우려하는 담론의 원인으로 난민에 대한 거짓 소문이 지적됐다. 김어진 대표는 난민을 수용하면 일자리가 부족해질 것이라는 이야기를 언급하며 “실업률과 이주민 수는 통계적으로 전혀 상관관계가 없다”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난민이 경제에 부담이 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그동안 난민에게 지급된 임금 중 40% 정도가 국내 소비에 쓰였다”라며 “난민은 경제에 짐이 아니라 오히려 활력”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그는 “난민은 한국 사회에서 위축돼 있어 범죄를 저지르기 어렵다”라고 설명함과 함께 “범죄율 통계만 봐도 난민은 범죄자가 아님에도 대중매체가 그런 편견을 부추긴다”라고 비판했다. 

 

◇난민 처우 심각해=강연에서는 난민에 대한 비인간적인 처우 역시 문제로 제기됐다. 김어진 대표는 한국의 열악한 난민 인권 실태를 고발함과 함께 그 대표적 사례를 두 개 소개했다. 하나는 화재 당시 구조가 빠르게 이뤄지지 않아 난민 열 명이 사망한 여수보호소 사건이고, 다른 하나는 난민 신청자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난민 면접이 조작된 것을 신청자가 고발한 사건이다. 또한 그는 “많은 난민이 아플 때 경제적 이유로 치료 대신 술을 통해 고통을 견디려 하고 있다”라며 난민의 건강권이 온전히 보장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난민 심사의 문제는 당사자의 증언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김민혁 씨는 “심사가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시작해 중학교 3학년 때까지 이어졌는데 너무나도 길고 외로운 과정이었다”라고 회상했다. 김 씨는 “법무부의 난민 심사가 불친절하고 공격적이다”라고 불만을 표하고 “법무부는 이슬람교에서 천주교로 개종한 사람이 이란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가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라며 법무부의 인식을 비판했다. 그는 난민 조사에 대해서도 “천주교로 개종했으니 교회 십계명을 외워보고 찬송가를 불러보라고 했다”라는 경험을 전하며 6시간 동안 같은 질문이 반복되는 등 강압적인 심사였다고 증언했다. 김어진 대표는 이에 “한국 정부는 난민 신청자들에 대한 강압적 조치와 구금, 추방압력을 시정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아버지의 난민 지위가 인정된다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묻는 질문에 김민혁 씨는 “큰 꿈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아버지가 다른 한국인들처럼 직장생활을 하면서 사람답게 살 수 있으면 좋겠고, 나도 다른 한국 아이들처럼 한국에서 나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할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그의 소박한 꿈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난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바뀌고 난민의 처우가 개선돼야 한다. 난민에 대한 이해와 공존이 이뤄질 수 있는 대한민국을 그려본다.

사진: 윤희주 기자 yjfrog00@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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