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을 완독한 것이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기억이 정확하지는 않으나 9년쯤 전 순천으로 가는 무궁화호 열차에서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사 읽은 신문이 아마도 마지막인 것 같다. 필자는 극도로 게으름뱅이라서 보통 신문을 받으면 헤드라인만 죽 훑어보고 ‘대강 이러한 일들이 있었구나’하고 말아 버린다. 조금 더 여유가 있으면 몇몇 관심이 가는 기사만 읽는다. 『대학신문』 역시 그런 존재였다. 관악에 있은 지 10년이 넘었지만 여태 한 번도 정독한 적이 없었다. ‘다시 만난 『대학신문』’이라 거창하게 제목을 붙였으나, 어쩌면 우리는 초면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운이 좋았는지 이번 호는 읽고 싶은 기사만 골라 읽었음에도 거의 모든 기사를 다 읽게 되었다. 많은 기사들 중 필자는 대학원생이자 조교라는 두 개의 정체성을 가진 자로서 특히 관심이 간 두 개 기사를 중점적으로 살피고자 한다.

먼저 대학원생으로서는 단연 특집 기사인 ‘2019 대학원생 생태보고서’에 마음을 뺏길 수밖에 없었다. 이 기사에서는 학부생들에게 가깝고도 먼 대학원을 가감 없이 소개했다. 사실 대학원에 진학하기 전에는 대학원이 어떠한 곳인가에 대해 아주 막연한 이미지만 접하게 된다. 일로서의 공부가 어떠한 것인지, 학생과 대학원생이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 잘 모르고 대학원에 진학하는 경우도 많다. 이 기사는 여러 분야의 대학원생들이 실제 생활에서 느끼는 기쁨과 어려움들을 밝혀 대학원 진학을 생각하는 학생에게 대학원이 어떤 곳인지에 대한 실마리를 줄 수 있을 듯하다. 또한 대학원생도 본인 전공 외에 다른 대학원은 어떠한지 잘 모르는데, 이 기사를 통해 서로의 생태를 알고 또 대학원생으로서 자신의 원점을 돌아볼 계기를 마련해 준 듯하다.

반면 조교로서는 성적 장학금에 대한 사설이 가장 흥미로웠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일련의 사태로 인해 서울대에서 성적 장학금 폐지를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을 접하고 꽤나 놀랐었다. 학생들은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이 기사를 통해 다른 학교는 어떻게 성적 장학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학생들의 의견도 (당연히 모두의 의견이 같지 않겠지만) 들을 수 있어 좋은 기회가 됐다. 개인적으로 공론화를 통해 해당 문제를 함께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하나 성적 장학금의 폐지가 과연 반드시 옳은 방향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장학 담당자로서 (주로 저소득 장학금의 기준이 되는) 소득분위가 학생들의 생활 여건을 정확히 반영해 주지는 않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만약 성적 장학금을 폐지하고 저소득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을 더욱 확충한다면 기준에서부터 다시 논의가 돼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사설의 의견과 같이 모든 기준 등에 대해 학생과 학교 양측의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모두에게 만족스러운 결론을 얻어내리라 믿는다.

1995호에 대한 지극히 사적인 소감은 이상과 같다. 마지막으로 오랜만에 만난 『대학신문』 전체에 대한 인상으로 이 장황한 글을 갈무리하고자 한다. 읽는 자신이 바뀌어서인지, 10년 전에 비하면 『대학신문』은 많이 젊고 가벼워진 듯하다. 특히 홈페이지의 영상들을 보며 말랑해진 『대학신문』을 체감할 수 있었다. 사람마다 의견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론 굉장히 긍정적이라 본다. 다만 이런 장점이 구성원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아 아쉽다. 이 문제에 대한 묘안을 멋지게 제시하며 마무리하면 좋았을 텐데, 도무지 떠오르지 않아 문제를 던지기만 하고 무책임하게 마치는 것을 너른 마음으로 혜량해 주기 바란다.

윤예진 

국어국문학과 조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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