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총학생회장 후보자가 사퇴를 선언하면서 총학 선거가 무산됐다. 단과대에서는 사범대, 농생대, 경영대에서, 심지어는 과/반에서도 학생회장 후보가 나오지 않는 경우가 들려온다. 기꺼이 학생자치를 책임지겠다고 나서는 이들이 줄어든다. 학생자치에 관심이 식어간다는 방증으로 보여 크게 걱정된다.

학생회에 헌신할 사람이 줄어드는 것은 학생회 전체가 뚜렷한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학생회가 시대의 변화 속에서 스스로 왜 존재해야 하는지 비전을 찾고 이를 설득력 있게 제시하지 못한 것이다. 군사독재 시절만큼 정권이 뚜렷이 반지성적이지 않다. 지금껏 거듭 억눌려온 다양한 정체성이 학생사회에서 드러나기 시작했다. 학생 대부분은 제 삶의 궤적을 그리느라 바쁘다. 학생자치조직은 학생을 대표하는 조직이고 학생은 이전과 다른 시대적 조건에 처했다. 그래서 학생자치가 왜 필요한지, 학생회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 그 역할이 무엇인지 이전과 다른 식으로 ‘의미 있는 답’을 찾는 것이 학생자치를 더 가까운 곳에서 짊어온 이들의 도의적 의무였다.

이 ‘의미 있는 답’이 학생자치조직에서 일하는 이들에게 사명감에서 비롯하는 지속적인 헌신 의지를 부여한다. 학생자치의 목적이 되는 학생회원 모두에게는 학생자치조직이 필요하다는 효능감을 제공한다. 그 답을 지켜가거나, 비판해 새로운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학생자치조직의 장기적이고 유기적인 생명 활동이 가능해진다. 지금까지 그러한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대개의 학우들에게 학생자치의 필요성을 확신시키는 데 이르지 못했다. 여론조작이 확실시되면서 학생자치의 신뢰는 치명타를 입었으나, 신뢰에 금이 간 것은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학생자치조직이 학생 전반의 이익을 대변하는 당당히 인정받는다고 할 수 있는가. 교수와 학생의 냉소 혹은 회피를 보면 이를 확신하기 어렵다. 지금껏 프레임 싸움과 분열의 기운이 학생사회를 감돌았다. 그동안 학생사회는 그들만의 리그가 돼 갔다.

학생자치의 존재 이유를 치열하게 답하는 데에 운동권과 비운동권이 없다. 지금, 학생사회를 위협하는 가장 큰 적은 학생자치조직을 향한 시선과 그 내부에 가득한 회의감이다. 학생자치조직이 학생들의 이익을 대표한다는 것을, 그리고 굵직한 사안마다 학생 이익을 추구하고 지켜내는 수완을 몸소 보일 필요가 있다. 궁극적으로 이 사회의 주역이 될 학생으로서 우리가 어떤 삶을 살아가는 것이 이롭고 의로운지 방향을 찾고 학생들 모두의 공감을 살 필요가 있다.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각 조직 나름의 목표와 그 수단을 설정하는 것으로부터 비전이 나올 것이다. 이는 학생회가 학생회답기 위한 윤리적 과제자, 학생자치조직이 장기적으로 존속하기 위해 구해야 할 현실적 판단이다.

한진모

교육학과·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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