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키투스의 연대기』 (타키투스 저, 범우사) 발간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이후 로마사는 한국의 독자들에게 친숙한 소재가 됐다. 그러나 비교적 읽기 쉬운 역사 에세이들과 역사 소설들은 널리 읽힌 반면, 원전 자체에 대한 관심은 부족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동시대인의 눈으로 본 로마 역사서인 『타키투스의 연대기』(연대기)국내 첫 번역본이 출간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로마의 정치가, 문필가이자 역사가인 타키투스는 『연대기』에서 제2대 황제인 티베리우스부터 칼리굴라, 클라우디우스를 거쳐 네로황제에 이르기까지 약 55년간 4대에 걸친 로마 황제 시대의 이야기를 다뤘다. 이 시기는 타키투스가 태어나기 40여 년전부터 그가 10대 소년이 될 때까지의 기간으로, 저자는 자신 직전 세대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있는 셈이다.

 

4대에 걸친 로마 황제의 시대를 다뤄



그가 집필한 『연대기』는 총 18권으로 추정되고 있지만, 현재 7권부터 10권까지와 11권의 첫 부분, 17, 18권이 유실된 상태다. 이번에 출간된 번역본에서는 칼리굴라부터 클라우디우스의 초기 집권기까지와 네로 통치 말기 등 유실된 부분을 역자가 다른 문서를 통해 연대기 형식으로 내용을 보충했다.

“여러 전투의 다양한 사건, 유명한 장군들의 최후는 독자들의 마음을 끈다. 그러나 나는 연속해서 독재자의 잔인한 명령과 끊임없는 탄핵, 신의 없는 우정, 청렴한 사람의 파멸, 반드시 단죄로 끝나는 재판 등에 대해 말해야 한다.” 『연대기』에서 타키투스는 로마제정기를 황제와 원로원 의원들의 암투, 갈등으로 점철된 어지러운 시대로 보았다. 그러나 그는 제정체제를 광대해진 로마제국의 통치를 위해 어쩔 수 없는 필요악이라고 여겼다.

“네로는 자연, 부자연을 불문하고 온갖 음행으로 몸을 더럽히며, 더 이상 타락할 도리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패덕의 극한을 달리고 있었다.” 이와 같은 황제에 대한 비판적 시각은 『연대기』전반을 통해 지속적으로 드러난다. 많은 사람들이 칼리굴라나 네로를 폭군의 대명사로 떠올리는 것은 그의 이러한 시각과 기록이 후대에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안희돈 교수(강원대ㆍ역사교육과)는 “」『연대기』는 로마제정 초기를 다룬 역사서 중 사료로서 가장 가치있는 책으로 인정받고 있다”며 “그러나 타키투스가 귀족의 입장에서 황제를 ‘폭군’으로 편중되게 묘사한 점을 고려해 읽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학적 표현 뛰어나고 사료로서 가치 높아



한편 『연대기』는 ‘원전 역사서는 딱딱하고 지루하다’는 선입견과는 달리 역사서보다 문학작품에 가깝다고 할 정도로 문체와 표현이 문학적으로 뛰어나다는 평을 받는다. 고대 역사서인 이 책의 문학적 표현이 뛰어난 것은 그 당시 역사가 학문으로서 자리잡지 못하고, 수사학을 발휘하기 위한 소재 정도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책의 역자인 박광순 씨는 “역사적 중요성에 비해 번역된 서양 고대사 고전들이 매우 부족하다”며 “카이사르의 『내전기』를 비롯해 그리스, 로마의 고전들을 계속 번역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그는 “원전에는 그 시대만의 문화와 분위기가 생생히 담겨있는 만큼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대기』는 르네상스 이후, 특히 17세기 유럽에 큰 영향을 끼쳤다. 당시 사람들이 제정시대 로마에서 절대왕정 시대의 유럽을 읽어내고자 했기 때문이다. 2천년 전의 로마제국 이야기가 지금의 우리에게는 어떤 의미로 다가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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