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2대 총학생회(총학) 선거에 단독 출마했던 「내일」이 지난 5일(화) 사퇴하며 올해 총학 선거가 무산되고 내년 3월로 연기됐다. 지난 6월 간식 사업 포스터 디자인의 표절 사건을 두고 벌어진 서울대 총학과 서강대 총학의 논란 과정에서, 당시 서울대 총학의 부총학생회장과 중앙집행위원회 소통홍보국장이었던 「내일」 선본의 두 후보가 거짓 해명을 한 사실과 익명의 게시글과 댓글을 통해 학내 여론을 조작하려 한 시도 등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총학은 지난 7일, “낮은 자세로 신뢰 회복을 위한 책임을 다하겠습니다”라는 입장문을 발표했으나 총학에게 보다 근본적인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총학의 첫 번째 잘못은 서강대 총학이 포스터를 표절했다는 게시글을 쓴 것이었다. 총학은 표절에 대한 확신과 분노에 차 “실정법 위반 행위”나 “법률과 사회적 상식에 기반해 사태를 해결할 모든 방안을 모색하겠다”와 같은 표현을 사용한 입장문을 발표했다. 게시글의 목적이 저작권에 대한 소홀한 인식에 경종을 울리기 위한 것이었다면, 기말고사 기간에 학생회가 학우들을 위한 간식을 제공하겠다는 내용을 알리는 포스터들 두고 일어난 문제에 대해 법적 문제제기를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언사까지 이르지는 않았어야 했다. 서울대 총학의 포스터도 특정 회사의 템플릿을 무단으로 가져다 쓴 것이었음이 드러나는 순간, 경솔한 언사의 창끝은 자신들을 향하게 됐다.

두 번째 잘못은 자신들에 대한 비난을 무마하기 위한 거짓 해명이었다. 서울대 총학의 포스터가 특정 회사의 저작권을 침해했음을 알았으면서도 이를 감추기 위해 사후에 급하게 유료회원으로 가입을 하고서 버젓이 저작권 침해는 없었다는 입장문을 총학생회장과 부총학생회장의 이름으로 게시했다. 특히 이 잘못은 의도적, 집단적으로 사실을 은폐하고 조작했다는 점에서 변명의 여지가 없다.

마지막 잘못은 이러한 해명과 입장문을 내는 과정에서 익명의 글을 통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여론을 이끌어가려는 시도를 했다는 점이다. 특히 현 총학은 작년의 선거운동 과정에서 공동선본장 중 한 명이 익명으로 상대 선본을 비방하는 온라인 게시물을 작성해 사퇴한 전력이 있다. 당시 현 총학은 “이번 사건은 공동선본장의 단독 행동”이라며 당사자만 사퇴하고 선본의 사퇴는 하지 않는다고 입장을 밝혔었다. 선본 시절 온라인 게시글과 관련해 부적절한 행위로 경고를 받은 전력이 있으면서도 다시 이런 시도를 했다는 점에서 이 역시 간과할 수 없는 잘못이라 하겠다.

학생 사회는 우리 사회의 올바른 가치를 지키는 첨단의 보루였고 그 중심에 항상 총학이 위치해왔다. 그만큼 총학에 거는 학내외의 기대와 관심이 크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통해 총학은 어느 이익집단이나 정치세력 못지않은 부끄러운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냈고 그로 인한 위상의 추락은 형언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번 일을 계기로 앞으로 총학을 책임지려는 이들은 자신들의 책무가 더욱 막중함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진정으로 새로운 내일의 총학이 탄생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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