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넓고도 깊은 우주법의 세계를 파헤쳐 보다

삽화: 송채은 기자 panma2000@snu.ac.kr

우주가 점차 우리 현실에 가까워지고 있다. 미국이 이르면 내년부터 일반인에게 국제우주정거장(ISS)을 개방하겠다고 밝혔으며, 한국 역시 2021년까지 ‘한국형 시험용 달 궤도선’ 발사에 성공하는 것을 목표로 우주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학신문』 2019년 4월 1일 자) 최근에는 국가뿐 아니라 민간도 주도적으로 우주를 향한 도전을 거듭하고 있다. 한 예로, 지난 3월 미국 민간우주탐사업체인 스페이스 X가 국제우주정거장을 향해 발사한 유인 캡슐 ‘크루 드래곤’이 6일간의 임무 수행 후 대서양에 성공적으로 귀환한 적이 있다. 

인류는 자신의 욕망을 충족하고자 환경에 적응하거나 이를 극복한다. 이 과정에서 자연은 법과 제도라는 ‘질서’로 점차 대체된다. 과거 어느 때보다 우주와 인류 간의 거리가 가까워진 지금, 인류가 우주에 관해 정한 최소한의 규범인 우주법은 어느 수준에 이르렀으며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을까.

 

우주에 질서를

현재 인류가 닿을 수 있는 공간 중 국가 주권이 미치지 않는 곳은 공해와 심해저, 남극대륙, 우주 등이 있다. 그렇다면 우주는 법적으로 어떤 지위를 갖고 있을까? 우주의 법적 지위로 통용되는 개념은 1967년 우주조약에서 시작된다. UN은 1959년 상설위원회 격인 우주의 평화적 이용위원회(우주이용위원회)를 설립해 우주 관련 문제를 검토해왔다. 우주이용위원회는 1967년 UN총회의 지시를 받아 우주조약을 작성했고, 당시 67개국(현재 109개국)이 조약에 서명했다. 이 조약은 우주법의 기본원칙을 명시한 것으로서, 오늘날에도 ‘우주법의 대헌장’으로 인정받고 있다. 김영주 교수(대구대 무역학과)는 “우주조약은 현재 인류의 우주 활동에 관한 가장 기본적이고 중심적인 조약”이라며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 등 우주 강국 대부분이 조약에 가입해있다”라고 설명했다.

우주조약은 네 가지 원칙으로 구성되며, 우주의 평화적 이용을 첫 번째 원칙이자 대원칙으로 삼고 있다. 우주가 ‘모든 인류의 영역’으로서 ‘모든 국가의 이익을 위해’ 사용돼야 한다는 것이다. 우주 공간에 미사일이나 핵무기와 같은 대량살상무기를 배치하는 것은 금지된다. 단 ‘평화적 목적’의 군사적 활용은 금지되지 않는다.

두 번째로 우주조약은 우주에서의 과학탐사 및 자원 이용 자유 원칙(비전유원칙)을 담고 있다. 이 조약에 따르면, 특정 국가는 특정 천체에 대한 주권이나 점유권, 사법권을 주장할 수 없다. 김한택 교수(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는 “이 원칙에 의해 우주는 지구의 공해처럼 주권을 주장할 수 없는 국제공역이 됐다”라고 설명했다. 

세 번째는 절대책임 원칙이다. 우주라는 공간의 특성상 일일이 고의나 과실을 따지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분쟁에 휘말린 당사자나 국가가 막대한 비용을 들여가며 책임소재를 다퉈야 하는 불편함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우주조약은 고의과실 여부와 관계없이 자국의 우주 물체로 손해를 야기한 국가가 무조건 책임을 부담한다는 절대책임 원칙을 명시했다. 우주에 떠 있는 인공위성과 같은 물체의 국적을 분명히 구별하는 이유는 이와 맞닿아 있다. 마지막으로 네 번째는 국가 책임의 원칙이다. 국가가 민관 여부에 무관하게 자국민의 우주 관련 활동을 감독할 의무가 있다는 내용이다. 민간 분야의 인공위성이라 하더라도 모두 국적 표기가 필요한 까닭이 여기에 있다.

우주조약으로 태동기를 맞은 우주법은 이후 1968년 구조협정, 1972년 책임협약 및 1975년 발사조약, 1979년 달협정에 의해 그 내용이 구체화됐다. 우주법의 큰 틀이 만들어진 것이다. 위의 조약들은 어떤 절차를 거쳐 발사체와 같은 우주에 물체를 띄울지, 우주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시 어떻게 책임을 나눌지, 국적에 상관없이 우주인을 어떻게 처우할지 등의 문제를 다뤘다.

학계에서는 1970년대까지 체결된 다섯 개의 조약을 구속력 있는 우주법이라고 일컫는다. 법을 구속력 있는 규범으로 볼 때, 엄밀한 의미에서의 우주법은 아직 이 다섯 개뿐이다. 다만 달협정에는 현재까지도 18개국만 가입돼 있다. 개별 국가의 자율적 접근이 허용되는 국제공역과 달리, 달협정은 국가별 합의를 거쳐 ̒인류의 공동 유산’이라는 맥락에서 국제기구를 운영할 것을 요구했다. 이런 시도는 앞선 우주기술을 가진 미국을 포함한 우주 선진국의 반대에 부딪혔다. 이 때문에 몇몇 국가는 아예 달협정을 빼놓은 채 네 개의 조약만을 우주법으로 취급하고 있다. 한국도 우주조약에는 가입했으나 달협정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현재 우주는 공해처럼 특정 국가의 주권에 속하지 않는 국제공역으로 간주된다. 공해에서 원양어선이 특정 국가의 통제 없이 물고기를 잡아 팔 수 있듯, 개별 국가는 자유롭게 우주에 접근할 수 있다. 각국이 자율적으로 발사체나 인공위성을 쏘아 올릴 수 있는 이유다.

 

UN 제정 우주법 관련 주요 정보 (2016년 10월 기준)
조약명 체결일/발효일 비준국(수) 대한민국 발효일
우주조약 1967.01.27/1967.10.10 100 1967.10.13
구조협정 1968.04.22/1968.12.03 91 1969.04.04
책임협정 1972.03.29/1972.09.01 88 1980.01.14
발사조약 1974.11.12/1976.09.25 55 1981.10.15
달협정 1979.12.05/1984.07.11 13 미비준

우주분야는 현대에 들어서야 비로소 법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국제법의 다른 분야와 달리, 국가들이 개별적으로 논의하거나 국제관습의 형성을 기다리기보다 UN이 국제우주법 구축을 주도한 점이 특징이다.

 

뉴스페이스 시대, ‘우주급 경쟁’의 시대가 온다

2010년대 중반 이후 민간업체가 우주를 직접 탐사하고, 개인이 사비를 들여 우주여행을 떠나는 등 인간이 우주를 접하는 양상이 크게 변하기 시작했다. 올해 미국 우주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스페이스 엔젤스’는 민간 투자자금이 들어간 우주개발업체가 2000년 24개에서 2019년 현재 375개로 늘어났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우주 경제(Space Economy)의 가능성이 활짝 열린 것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황진영 연구원은 「새로운 물결 뉴스페이스」에서 “IT 기술의 발전으로 인공위성의 소형화 및 대량생산화가 가능해졌다”라며 “이를 통해 위성이나 발사체 분야의 혁신이 가속화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물론 이것이 우주 분야에서 국가의 역할 축소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정영진 박사는 “민간이 만든 인공위성이라 하더라도 이를 운용하는 과정에서 국가의 지속적인 감시를 받아야만 한다”라며 “우주 활동 영역에서 정부가 맡을 역할은 향후 더욱 커질 여지가 있다”라고 말했다. 

우주로 진출하는 주체가 몇몇 소수 강대국에서 다수의 국가와 기업, 개인 등으로 복잡해지며 향후 우주 공간을 둘러싼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1970년대 이래 기술적, 사회적 변화를 고려해 우주법 체계에도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영진 박사는 “1970년대와 달리 현재는 인공위성 보유국만 80개가 넘고, 우주쓰레기나 자원 탐사 등 당대 예측하기 어려웠던 새로운 문제도 대두되고 있다”라며 우주법 개정 주장이 나오는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우주 자원의 전유 문제가 있다. 우주조약은 개별 국가의 우주 소유를 금지했지만, 우주 자원의 사적 소유권에 대해서는 명시하지 않았다. 당시에 민간의 우주 진출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일부 국가는 우주법의 흠결을 이용해 독자적으로 제정한 우주 관련 국내법을 우주 진출의 근거로 삼았다. 실제로 미국과 룩셈부르크는 기업이 영리 목적으로 채굴한 우주 자원의 재산권을 인정받을 수 있다고 규정한 법을 통과시켰다. 김영주 교수는 “우주조약이 우주라는 공간적인 지역의 전용(專用)을 금지한 것이지 우주로부터 추출되는 자원의 전용까지 금지한 것으로는 볼 수 없다”라고 언급했다. 공해는 누구의 소유도 아니지만 누군가 공해 속 물고기를 선점할 경우 자기 재산으로 삼을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정영진 박사는 “현재 우주 자원에 관해 실질적으로 통용되는 국제 규범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라며 “향후 우주 자원의 소유권을 둘러싸고 여러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기존 우주법을 두고 국가마다 해석이 다르기 때문에 분쟁이 발생할 수도 있다. 당장 우주조약이 대원칙으로 삼고 있는 ‘우주의 평화적 이용’이 과연 무엇인지를 두고도 여러 의견이 엇갈린다. 대체로 우주의 군사·안보적 활용을 설명할 때는 우주의 군사화와 우주의 무기화라는 두 가지 개념을 분리해 서술한다. 우주의 군사화는 우주에서 수집한 정보를 군사작전에 연계해 활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우주의 무기화는 우주 공간에 미사일, 핵무기 등 실제 무기를 배치하는 것을 뜻한다. 정영진 박사는 “오늘날 우주의 평화적 이용이 우주의 비군사화를 의미한다기보다는 대체로 자위권 행사에 따른 제한적 무기화 혹은 완전한 비무기화에 가깝게 해석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현행 우주법상 상대의 무력 공격에 대응하기 위한 자위권 행사를 목적으로 하는 군사적 움직임은 적법하다고 해석될 여지가 크다는 것이다.

하지만 자위권 행사의 요건이 국가마다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를 복잡하게 만든다. 국제관습법상 자위권은 ‘무력 공격이 발생했을 시’ 발동한다. 미국은 자위권을 넓게 해석해 물리적인 선제공격이 없었더라도 사이버, 위성 공격을 받았을 때 ‘예방적 목적’으로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중국과 러시아는 선제 자위권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자위권 행사의 개념을 좁게 해석한 것이다. 유준구 교수(국립외교원)는 “GPS 교란과 같은 우주에서의 공격은 물리적 타격을 남기지 않지만 한 국가의 기능상 치명적인 위해를 가할 수 있다”라며 “이 때문에 선제 자위권 행사가 가능한가를 두고 논란이 지속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새로운 우주법은 가능할까

우주법은 군사·안보, 상업적 이용, 과학기술이라는 세 개의 축을 기초로 형성된다. 세계 주요국은 현행 우주법에 더해 세 개의 축을 포괄하는 새로운 보편적 규범 체제가 필요한지에 대해 서로 다른 의견을 내고 있다. 미국은 현행 우주법 체제를 보완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는 입장이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정치·군사적으로 구속력 있는 새로운 규범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EU는 우주 환경 보호, 기상 관측 정보 공유 등 비교적 쉽게 합의할 수 있는 분야에서부터 비구속적 규범인 ‘우주활동행동규범’(ICoC)을 체결하자는 의견이다. 유준구 교수는 “미국은 EU의 입장에 일부 동조하기도 했으나 트럼프 정부 이후 다자규범 형성에 대해 부정적인 쪽으로 입장을 전환했다”라고 말했다.

국제 사회는 주로 UN총회 결의안 채택, 국제행동규범 제정과 같은 국제문서 작성을 통해 잠정적인 해결책 마련을 시도하고 있다. 국제문서는 법적 구속력이 없기에 엄밀히 말해 법은 아니다. 그러나 국제관습을 형성해 실질적인 구속력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일종의 연성법(Soft Law)이라 볼 수 있다. 현재 UN 산하의 우주이용위원회가 연성법 형성을 위한 중심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우주이용위원회는 주요 의제로서 다섯 개 우주법의 재개정, 우주 탐사를 위한 국내 입법과 국제 협력의 메커니즘 등 사실상 우주법의 모든 쟁점을 두고 매년 논의하고 있다. 그러나 다자규범의 특성상 국가별 의견 차이가 심해 연성법 형성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영진 박사는 “연성법은 국제관습법으로 취급될 수도 있는 만큼 세세한 분야까지 합의가 필요하다”라며 “이 때문에 체결까지 1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부기지수”라고 말했다. 실제로 우주이용위원회가 2010년 이래 지속해서 다뤄온 ‘우주 활동의 장기지속가능성 가이드라인’ 중 21개 지침은 올해 6월에야 채택됐다. 

한편 우주가 국가별 진영 싸움의 공간이 될 가능성도 증가하고 있다. 각국은 우주 국방 활동을 정력적으로 늘리고 있다. 미국, 중국, 러시아, 프랑스 등은 일찍이 우주군을 포함하는 방향으로 군 조직을 개편했다. 우주를 둘러싼 국가 간, 기업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유준구 교수는 “당분간 UN을 비롯한 국제회의에서는 서로의 입장 차만 확인한 채 원론적 논의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라며 “오히려 서로 뜻이 맞는 국가끼리 저들만의 규범을 형성하는 복수주의(pluralism)의 형태로 우주 질서가 개편될 여지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우주기술 분야에서 한국의 역량은 절대 미약하지 않다. 대체로 한국은 전 세계에서 10위 전후의 우주개발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는 미국, 러시아, EU, 일본 등 선두권 국가 바로 뒤에 있는 ‘1부리그의 막내’ 정도 되는 위치다. 그러나 우주법은 전혀 다른 형세를 보인다. 무엇보다도 우주 관련 연구가 국제법학, 국제정치학 속에서 비주류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김영주 교수는 “한국의 우주법 학계 인프라는 규모부터 미약하다”라며 “관계가 가까운 항공법 분야와 비교했을 때 학자나 논문의 수 모두 부족하다”라고 토로했다.

이에 한국도 탄력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김한택 교수는 “현재 우주 정책은 전적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할로 넘어가 있어 국방부가 우주 정책 수립 과정에서 배제돼 있다”라며 안보 논리를 포괄하는 우주 정책 수립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유준구 교수도 “한국은 국가별 우주에 대한 기본 인식을 보여주는 ‘우주기본전략’을 아직도 완성하지 못했다”라며 “우주에 대한 한국의 비전, 상업 개발, 국민이 얻을 혜택 등을 포괄한 우주기본법 제정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우주는 이미 우리에게 가까이 다가와 있으며, 앞으로 우리의 삶은 우주와 더욱 긴밀하게 연결될 것이다. 우리가 원하든 원치 않든 우주가 우리 생활에 근접해올 것이라는 점에서, 우주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전략적 안목이 절실하다. 외부적 요인으로 인해 우주법에 대해 알기를 강요받는다면 그때는 이미 너무 늦은 ‘공부’가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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