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 총선을 마주한 서울대의 바람과 처지

내년 4월의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총선)가 지척으로 다가왔다. 출사표를 던진 이들과 눈치를 보는 이들 사이에서 후보자의 윤곽이 점차 드러나고 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서울대는 선거의 주요한 재료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관악캠퍼스가 관악구에 미치는 영향이 현저하기에 서울대는 후보자의 주요한 공략 대상이 될 것이고, 한국 사회에서 서울대가 의미하는 무게감 때문에라도 교육 정책과 공약에서 서울대는 잦게 호출될 것이다. 서울대가 총선의 중심부에서 파도에 휩쓸리기 전 『대학신문』은 ‘서울대에 제시한 공약’이 아닌 ‘서울대가 바라는 공약과 국회’를 학생과 교수에게 물었다. 

더 나은 생활을 약속해주세요

지난 총선, 관악 갑·을 지역구 후보자들의 공약 중에는 서울대가 눈여겨볼 만한 것들이 많았다. 후보자들은 경전철의 조속한 사업 추진 및 완공, 대학동 고시촌 부흥, 청년을 위한 임대주택 건립을 약속했다. 관악 갑 당선자 바른미래당 오신환 의원은 당시 고시촌에 ‘관악청년창업밸리’를 조성하겠다고 공언했고, 관악 을 당선자 바른미래당 김성식 의원은 국민연금 재원으로 ‘청년희망임대주택’을 건설하겠다고 설득했다. 2022년 신림선 완공이 예정되는 등 공약 일부가 실현되는 기미가 보이나, 서울대 학생으로서 관악에서 살아가는 불편함은 여전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통학이 불편하다는 불만은 끊이지 않고 터져 나왔다. “출근 혹은 등하교 시간대에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힘들다”라는 송지혁 씨(아동가족학과·15)의 말대로 학생들은 다른 무엇보다 대중교통의 개선을 원했다. 신재용 전 총학생회장(체육교육과·13)은 “신림선 경전철이 뚫린다고 하나 그때까지 불편을 참을 수는 없다”라며 버스 회사와 협의해 버스를 증차하는 등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 전 총학생회장은 서울대입구역 버스 정류장과 관악구청 버스 정류장의 정차 노선을 바꾸는 일도 제안했다. 그는 “등산객들이 역에서 가까운 서울대입구역 버스 정류장의 5515, 5513, 5511 노선을 이용하는 일이 잦다”라며 학생들의 등하교 버스가 붐비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 등산객이 750, 501 노선 등을 이용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생의 주거난을 해소해달라는 요구도 있었다. 신 전 총학생회장은 “학생의 주거에 대해 오래 고민해보니 결국 핵심은 지역과의 협력이라는 것을 깨달았다”라며 학교의 의지만으로는 기숙사를 확충하는 등의 해결책을 끌고 나갈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렇기에 그는 의원이 지역 주민 혹은 임대업자들과 학교 간의 협력을 촉진해 기숙사를 확충하거나 셰어하우스를 보급하는 일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성호 전 부총학생회장(자유전공학부·13)은 “기숙사가 더 늘어날 수 있도록 의원이 관련 법령을 개정해야 한다”라며 제반 제도를 개선해줄 것을 요구했다. 한편으로는 서울대입구역 인근의 높은 물가에 대한 불만도 제기됐다. 정치외교학부 자치회 최민 회장(정치외교학부·17)은 월세와 생활비에 대한 학생의 걱정이 크다며 “서울대입구역 인근의 치솟는 물가를 진정시켜줄 해결책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학내 사안에서의 연대와 인권 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가 기대된다. 신 전 총학생회장은 “시흥캠퍼스에 반대하는 활동으로 학생들이 징계를 받았을 때 주무열 구의원이 학생과 협력한 적이 있다”라며 국회의원 또한 개별 사안에서 학생과 연대해줄 것을 요청했다. 박 전 부총학생회장은 “차별금지법 제정 등을 통해서 학내외 인권 침해를 해결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라는 의견을 덧붙였다. 

법인화 문제, 해결해줄래요?

법인화에 따른 문제를 풀어가는 데는 국회의 입법 활동이 요구된다. 이현숙 교수(생명과학부)가 “날치기로 통과된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서울대법)은 교육, 연구, 거버넌스를 원활히 수행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라고 밝혔듯, 법인화 이후 발생한 문제는 대개 서울대법을 비롯한 여러 법률과 결부돼 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돼 있지만 이번 회기 내에 통과될지는 불투명하다. 회기 내 처리가 어려울 경우 차기 국회에서 재논의 및 적극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서울대는 법인화 이후 비과세 지위를 잃고 국세와 지방세의 징수 대상이 됐다. 서울대가 수원캠퍼스에 대한 취득세를 납부한 일이나 관정관 뒤편 후생관 부지에 대한 증여세를 부과받은 일이 그 예다. 이에 서울대는 법인화 당시의 취지에 비춰보건대 과세는 의도되지 않았고, 그저 입법적 미비의 소치일 뿐이라 주장하고 있다. 윤순진 교수(환경대학원)는 “정부로부터 세금을 지원받는데 그것을 다시 세금으로 납부하는 꼴”이라며 국립대학 시절에 비해 예산에 제약이 생겼다고 비판했다. 서울대를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의 적용하에 두려는 시도도 문제로 지적됐다. 평의원회 이철수 의장(법학전문대학원)은 서울대를 공공기관으로 지정하려는 시도가 이뤄지는 것을 두고 “교육부가 이미 감독 기관으로 존재하는 상황에 서울대가 공공기관이 돼 기획재정부의 간섭까지 받는다면 대학의 자율성이 침해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서울대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서울대 민주화를 위한 교수협의회’ 김민수 의장(디자인학부)은 “과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국립대학법인이 국립대학과 동등한 법적 위상을 갖는다고 법에 명문화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철수 의장 또한 “서울대를 공공기관으로 지정하자는 주장은 입법을 통해 근원적으로 방지해야 한다”라고 논했다. 실제 2016년에 발의된 서울대법 개정안은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가 국가에 준하는 법적 지위에 있음을 확인하고, 국세 및 지방세 등의 조세 부담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과 “서울대학교의 운영에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이 적용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법안은 발의된 지 3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위원회 심사 단계에서 표류하고 있다.

최근 개별 세법에서 서울대의 비과세 지위를 명시하려는 각종 세법 개정안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와 행정안전위원회에 상정됐다. 하지만 이 역시 통과될 가능성은 미지수다. 정부 측이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11일(월)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 회의에서 견해차가 확인됐다. 자유한국당 추경호 의원실의 이상돈 비서관은 “사실상 이미 국세를 부과하고 있지 않다는 기획재정부와 그렇더라도 비과세 지위를 확실히 하자는 의원의 입장이 달랐다”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서울대에 과세되는 금액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지방세와 관련한 개정안은 다음주 행정안전위원회에서 다뤄진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가 수입원을 포기하고 싶지 않을 것”이라는 이철수 의장의 우려대로 진척이 수월하지만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눈치 보이는 현실

서울대에 호의적인 의정과 입법이 추진되는 데 큰 문제가 있다. 사회 저변에 흐르는 서울대 불신 정서가 걸림돌이 되는 것이다. 이철수 의장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건 등의 일로 인해 서울대가 사회의 신뢰를 잃은 점을 지적하며 “민심에 구속되는 국회가 선뜻 서울대에 우호적인 법안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국회의원 입장에서 서울대를 편드는 일에는 표를 잃을 위험이 따른다는 것이다. 앞선 세법 개정안에 관해서도 서울대가 법인화에 따르는 권리만 취하고 의무는 회피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고, 이철수 의장은 “우호적이지 않은 환경에서 본부가 악전고투해 그나마 법안 상정까지 온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현숙 교수는 “재정·입법을 쥐고 있는 국회에 묶여 서울대가 제 할 말을 적절히 하고 있지 못하다”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실제로 서울대 핵심 관계자는 세법 개정안 추진과 예산 심사를 앞두고 있어 국회를 자극하지 않으려 조심하고 있다며 어려움을 전해오기도 했다.

총선을 앞둔 서울대는 국회의원 후보자와 차기 국회에 요구할 것이 많다. 이철수 의장은 “국민이 서울대의 존재 이유와 가치에 공감해준다면 서울대가 요구하지 않더라도 국회가 나서서 서울대를 도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서울대의 목소리는 서울대가 지금껏 쌓은 신뢰의 정도에 따라 그 크기가 결정될 것이다. 현안에 대한 단기적인 대처와 공공성 및 신뢰에 대한 장기적인 다짐이 모두 요구되는 시점이다.

삽화: 홍해인 기자 hsea97@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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