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다현 문화부장
신다현 문화부장

롱패딩의 계절이 왔다. 추위에 떨며 등 뒤에 ‘대학신문’ 네 자만이 박힌 롱패딩을 꺼내 입다 문득, 이 네 글자를 보고 누군가 내 등에 돌을 던지진 않을까 두려웠다. 최근 학내에서 발생한 일련의 사태와 그에 대한 우리의 보도에 반감을 지닌 이들이 너무나 많았던 것을 두 눈으로 확인했던 터라 그 옷을 입은 채로 현관을 나서고, 교정을 돌아다니는 동안 늘 뒤를 주시해야만 했다. 마냥 멋있고 자랑스러웠던 ‘대학신문’ 네 자가 무거운 책임이자 부담이 돼 나를 짓눌렀다. 그럼에도 그 글자가 박힌 옷을 벗어 던지지 못했고, 그러고 싶지도 않았다. 『대학신문』은 , 책임이 될지언정 두려움은 아니었고, 부담이 될지언정 부끄러움은 더욱 아니었다.

『대학신문』은 학내 언론이다. 혹자는 그저 한 학교의 학보사로 치부하지만, 우리는 ‘언론’이라는 정체성 하에서 철저한 보도 윤리와 준칙을 따르고 있다. 이를 지키지 못한 잘못이 있다면 인정하고 사죄하는 것이 옳은 일이다. 하지만 보도에 있어 『대학신문』은 학내 언론으로서 응당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모든 보도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데스크를 비롯한 모든 기자들은 보도 윤리를 재고했고, 알 권리와 보도 가치에 대해 충분히 논의했다. 우리에게 쏟아질 질책 역시 예상치 못한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으로서 우리가 비난받는 한이 있더라도 보도해야 할 것을 보도해야만 함에 동의했다. 그렇기에 떳떳한 보도를 향한 비난이 두렵지 않고, 우리의 기사에 대해 한 치의 부끄러움도 없다.

사회에서 언론 기관이 중히 여겨지고, 대중이 ‘언론 플레이’에 분노하는 것이 우연은 아닐 것이다. 대중은 언론을 통해 세상을 보고, 때로는 언론이 대중의 시각을 형성하기도 한다. 학교 역시 하나의 작은 사회로 학내 언론은 그 안에서 충분한 역할을 해야 마땅하다. 우리는 보도를 통해 우리의 위상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지 않다. 『대학신문』을 더 많은 사람들이 읽어주길 바라는 소망 정도는 있지만, 이는 부수적인 것일 뿐이며 우리의 가장 근본적인 목표는 읽을 가치가 충분한 신문을 만드는 것이다. 우리가 단지 관심을 받고 인기를 얻고 싶다면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가십만으로 16면을 채울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은 학교라는 사회가 우리에게 부여해준 언론의 역할을 다하고 싶기 때문이며, 단 한 명의 독자가 신문을 읽어줄지라도 그에게 가치 있는 기사만을 보여주고 싶기 때문이다.

나는 대학에 갓 입학한 1학년 1학기, 학보사의 부담감도 모른 채 얼떨결에 『대학신문』 기자로 입사했다. 그리고 4학기라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기간 동안 일주일 단위로 반복되는 회의와 취재, 기사 작성, 편집을 해왔다. 2년간 이곳에 몸담으며 매주 학교 곳곳에 아무렇지 않게 놓여있는 신문에는 30명이 넘는 기자들과, 그들의 기사를 위해 기꺼이 시간을 투자해 준 취재원의 수백 시간이 담겨있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우리는 수백 시간의 소중함을 알기에 단 한 호의 신문도, 그 안에서 단 한 면도 의미 없이 허비하지 않고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대학신문』은 잠들지 않는 시대정신이라는, 거창하지만 확실한 명목하에 우리의 시대를 오롯이 담아내고자 오늘도 잠을 잊고 있다. 늘 깨어있는 우리의 정신이 그 어떤 것보다 보도의 가치를 추구할 수 있기를, 그렇게 가치 있는 학내 언론의 길을 잃지 않기를, 곧 『대학신문』을 떠날 이가 간절히 바란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