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화 사회부 기자
정인화 사회부 기자

내가 막 중학교에 올라갈 무렵, 엄마는 문득 내게 동생을 대안학교에 보내는 걸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ADHD를 앓던 동생은 아주 어릴 때부터 주변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는데, 그를 보다 못한 엄마가 공교육 외의 다른 선택지를 고민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당시 나는 대안학교가 무엇인지 잘 알지 못했기 때문에 이런저런 문제들을 몇 개 이야기하다 아빠랑 잘 이야기해 보라며 대화를 끝내 버렸다. 하지만 몇 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 했던 대화가 신기할 만큼 선명하게 기억나는 걸 보면 ‘대안학교’를 처음 접한 순간이 내게 나름의 충격을 안겼던 것 같다. 어쨌든 동생은 그렇게 대안학교에 진학했다.

동생은 대안학교에 가서도 그리 잘 적응하지 못하고 몇 번의 전학을 더 다녔다. 마지막으로 머물렀던 곳에서는 술, 담배를 아무렇지 않게 하고 게임에서 못 벗어나는 모습에 충격을 받은 아빠가 동생을 억지로 학교에서 데리고 나왔다. 재밌는 점은 동생이 오히려 학교를 그만두고 일을 시작하면서 훨씬 만족스러운 생활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대안학교에 진학한 모든 아이들이 동생과 같은 길을 걷는 건 아니었다. 동생의 친구들은 대체로 몇 번의 방황을 거치면서도 좋아하는 일을 발견하고 나름의 진로를 찾아가는 것 같았다.

이 기획은 몇 년 동안 가장 가까이서 그 아이를 바라보며 가졌던 수많은 고민들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어떤 대안학교가 좋은 학교고 어떤 대안학교가 나쁜 학교인지, 우리 가족은 동생을 대안학교에 보내면서 무엇이 그렇게 걱정됐고 어려웠는지, 왜 다른 아이들은 학교에 잘 적응했고 내 동생은 적응하지 못했는지 계속 질문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기획 기사를 준비하는 과정은 동생을 비롯한 우리 가족이 걸어온 길을 찬찬히 되짚어 보는 과정이나 마찬가지였다. 제삼자의 입장에서 거리감을 두고 취재원들과 대화하는 것이 때로는 조금 어려웠지만 같은 경험을 했기 때문에 더 깊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기사를 쓰면서 대안학교에 대한 독자들의 시선에서 편견을 걷어내는 것을 가장 큰 목표로 생각했다. 각 대안학교가 가진 독특한 교육 철학들은 외부에서 단편적으로 바라봤을 때 쉽게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에 최대한 신중하게 학교의 윤곽을 그려내고자 했다. 그리고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과 대화해 보려고 노력했다. 대안학교에 다니는 학생, 졸업한 학생, 재학생 자녀를 둔 부모, 졸업생 자녀를 둔 부모, 대안학교의 선생님, 대안학교를 연구하는 교수님까지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그들은 모두 학교에서 제각각 다른 경험을 했기 때문에 그를 ‘대안학교’라는 틀로 뭉뚱그려 이야기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나는 그것이 학교를 다룸에 있어 당연한 귀결이라고 생각했다.

결국 기사가 잘 나왔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나밖에 쓸 수 없는 기사가 아니었나 하는 자만이 슬금슬금 기어 나오기는 한다. 취재원분들께 기사가 나오면 신문을 한 부씩 보내드리기로 약속했는데, 기사를 보고 고개를 끄덕이실지 궁금하다. 흔쾌히 인터뷰에 응해준 사람들에게 취재수첩의 지면을 빌어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덧붙여 취재 윤리 때문에 인터뷰를 하지는 못했지만 나의 0순위 취재원, 내 가족들에게도 감사와 사랑의 말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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