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학과 차혁진 교수
약학과 차혁진 교수

인간을 위해 제우스로부터 불을 훔친 프로메테우스는 코카서스 바위산에 묶여 매일 독수리에게 간을 쪼이는 벌을 받게 된다. 쪼인 간이 매일 재생되기 때문에 프로메테우스는 이런 고통을 매일 받게 된다. 흥미로운 점은 구전돼 온 그리스 신화에서도 간이 인간의 몸에서 가장 재생이 잘 되는 기관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생명과학의 발달로 인해, 노화가 되면서 퇴행하거나 질병 또는 사고로 인해 손상된 다른 기관들도 간과 같이 재생시킬 방법을 찾는 것이 현재 재생의학의 주요 연구 목표가 되고 있다. 재생의학에서는 자신의 줄기세포로부터 손상된 장기의 기능을 대체할 수 있는 기능성 세포를 얻어, 이를 이식함으로써 조직을 재생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유전질환을 일으키는 유전적 변이를 외부에서 교정한 정상 세포를 이식받는 줄기세포치료 연구를 위해, 자신의 세포로부터 줄기세포를 얻는 ‘세포 역분화’(Cellular Reprogram) 기술도 대표적인 재생의학의 연구 성과다. 이외에도 유전적 변이를 교정하는 ‘유전자 가위 기반 염기 치환’(Gene Correction with Base Editors) 기술 등 재생의학의 꿈을 실현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줄기세포 관련 연구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최근 신약개발 분야에서도 새로운 화합물들의 질환 유효성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줄기세포기술을 응용하고 있다. 기존에 질환의 원인이었던 단백질의 활성 변화를 지표로 발굴한 신약 선도 물질(Lead Compound)들이 전임상 동물 모델에서 예상하지 못한 독성과 부족한 유효성으로 대부분 탈락해 왔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줄기세포에서 얻어진 인간 세포의 표현성을 지표로 삼아 신약 선도 물질을 발굴하거나, 독성을 평가하려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최근 진행되고 있는 지카바이러스 관련 연구는 줄기세포를 통한 신약개발 분야에서 하나의 사례를 보여준다. 2016년 남미 지역에서 태아의 뇌 발달을 저해하는 지카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해 무뇌아가 태어났으며, 이는 전 세계에 충격을 줬다. 그러나 줄기세포를 이용한 약학의 발전은 뇌신경줄기세포를 통해 지카바이러스의 감염을 막을 수 있는 약물을 찾아냈다. 줄기세포 기반 질환 모델링(Disease modeling)은 줄기세포를 활용한 신약개발의 또 다른 예다. 유전질환 환자의 세포로부터 줄기세포를 얻고, 그 줄기세포로부터 질환의 특징을 찾아내 약물의 유효성을 검증할 수 있기 때문에 전임상/임상 시험 단계에서 성공률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신약개발을 위한 방법으로 이용되고 있다. 

신약개발이 가진 높은 부가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우리는 신약개발이 지닌 고위험․고비용이라는 높은 장벽을 넘어야 한다. 약학 연구자들은 이제 인공지능 또는 줄기세포와 같이 현재 발전하는 새로운 기법들을 신약개발 과정에 도입해, 신약개발의 비용 및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과거와는 달리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 간 협업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서울대는 무한한 발전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약학대학에서는 2022년부터 통합 6년제 교육과정을 시행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새로운 교육과정은 줄기세포와 인공지능을 이용함으로써, 새로운 약학 발전의 바탕이 될 융합적·창조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인재들을 위한 중요한 장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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