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 콘크리트 아파트의 이상과 현실
철근 콘크리트 아파트의 이상과 현실
  • 오승윤 기자
  • 승인 2019.11.24 07: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취재 | 철근 콘크리트 아파트의 재건축 연한이 규정된 배경을 알아보다

대다수의 국민이 사는 아파트는 철근 콘크리트 구조물이다. 그런데 수많은 자재 중 왜 콘크리트와 철근으로 아파트를 건설할까? 또 100년 이상의 수명을 지닌 철근 콘크리트를 사용하는데도 한국의 아파트는 왜 30여 년 주기로 재건축을 해야 할까? 이런 궁금증을 풀기 위해 철근 콘크리트의 이론적·실질적 수명을 살펴봤다.

 

꿈의 재료, 철근 콘크리트

철근 콘크리트는 시멘트로 만든 콘크리트 안에 철근을 넣어 만든 건축 자재며, 한국에서 아파트의 재료로 흔히 사용된다. 김태완 교수(강원대 건축·토목·환경공학부)는 “시멘트의 원료인 석회석은 광물 자원이 부족한 한국에서도 천 년 이상 채굴할 수 있어 구하기 쉽다”라고 철근 콘크리트의 이점을 설명했다. 더불어 철근 콘크리트는 상반되는 두 가지 재료를 함께 사용해 각각의 장점을 살리며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 철근을 활용해 콘크리트에서 부족한 강도를 보완하는 한편, 콘크리트가 철근을 감싸서 부식에 취약한 철근이 공기와 접촉하지 않도록 막아주는 것이다. 김태완 교수는 이로써 “철근 콘크리트는 방수와 방습에 뛰어나고 인장과 압력, 지진 등 외부 충격에 대한 내구성이 높다”라고 언급했다.

철근 콘크리트의 수명은 기본적으로 철근을 감싸는 시멘트의 두께에 따라 결정된다. 공기 중의 탄산가스나 산성비로 인해 콘크리트의 알칼리성이 상실되는 중성화 현상도 수명에 영향을 미친다. 이 때문에 콘크리트는 철근 두께와 물·흙·공기 노출에 따라 적정 피복 두께를 유지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철근 콘크리트는 옥외 노출의 경우 평균 50mm 두께에 180년, 실내는 평균 30mm에 65년의 수명을 가진다. 그리고 외부 물질에 직접 노출시키지 않고 평균 40mm의 피복 두께를 유지할 때는 수명이 115년에 이른다.

 

시한부를 선고받은 철근 콘크리트 아파트

현재 국내 아파트 재건축 연한은 철근 콘크리트 구조물의 이론적 수명에 훨씬 못 미치는 30년이다. 정부가 발표한 「법인세법 시행규칙」에 명시된 건축물의 기준내용연수에 따르면 철근 콘크리트로 건설한 건축물의 경제적 사용 법정 연한은 하한 30년에서 상한 50년으로 규정돼 있다. 하지만 한국 콘크리트의 평균 피복 두께는 30mm를 넘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철근 콘크리트 건축물의 수명은 65년에 가까워야 한다. 이 같은 이론적 수명과 재건축 연한의 괴리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철근 콘크리트의 실질적 수명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이해해야 한다.

철근 콘크리트의 실질적 수명이 100년을 넘지 못하는 이유로 환경 변화를 들 수 있다. 큰 기온 차로 인해 가속되는 콘크리트 중성화는 철근 콘크리트의 수명을 단축시킨다. 김태완 교수는 “콘크리트 중성화는 철근 콘크리트 내부의 철근을 부식시켜 균열을 발생시키고, 균열부에 물과 이산화탄소가 침투하면서 노후화가 빨라진다”라고 설명했다. 콘크리트 균열은 유럽 국가보다 사계절이 뚜렷하고 연교차가 40~50℃에 달하는 우리나라에서 더 많이 발생한다. 환경 오염으로 대기의 탄산가스 농도가 짙어질수록, 그리고 온도가 높아질수록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설비 배관의 노후화도 아파트 수명 단축의 원인 중 하나다. 콘크리트가 사람의 뼈와 근육이라면, 건축 설비는 사람의 혈관 및 신경, 소화기관에 비유할 수 있다. 뼈와 근육이 튼튼하더라도 신체의 내부 기관이 손상되면 건강을 잃기 마련이듯, 전기와 기술 설비 등 내부 기관에 해당하는 건축 설비 역시 건축물의 수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건축 설비 중 하나에 문제가 생겼을 때 철근 콘크리트를 해체하고 설비 배관 수리 후 다시 봉합하기는 매우 어렵다. 권대중 교수(명지대 부동산학과)는 “다수의 설비 배관이 철근 콘크리트에 내장돼 있기 때문에 성능 저하에도 불구하고 교체가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설비 배관이 부식되는 30~40년이 재건축 및 리모델링 추진의 연한이 된 것이다.

한국의 특수한 사회 현실도 짧은 아파트 재건축 연한의 배경이 됐다. 한국에서 아파트 주변에 교통, 학군, 금융, 오락, 쇼핑 등 주거 인프라가 확고히 자리 잡는 기간은 약 10년이다. 이 때문에 준공 후 10년 차에 가장 높은 매매 가격이 형성된다. 안건혁 명예교수(건설환경공학부)는 “주거 인프라가 갖춰진 후 10년이 지나면, 시대에 맞춰 대중의 욕구도 새롭게 변화한다”라며 “사람들은 새로운 주택 유형에 관심을 갖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준공 후 10~20년까지는 아파트 매매가격의 변동 폭이 좁은 반면, 경과 연수 20~30년의 구간에서는 재건축을 통해 매매가격을 상승시킬 유인이 생겨나기 때문에 재건축 연한이 30년 이상으로 규정된 것이다.

 

안정적인 철근 콘크리트 아파트를 꿈꾸며

오늘날 한국의 건축기술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최근 건축된 철근 콘크리트 구조물의 수명은 종전과 달리 40년을 훨씬 넘어서는 추세기 때문에 철근 콘크리트 아파트의 수명도 변화할 전망이다. 더불어 점점 심각해지는 재건축 폐자재 문제에 대한 환경적 대책이 요구된다. 이에 철근 콘크리트 아파트의 실질적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 추진된 계획이 바로 세종시 ‘장수형 주택단지’다. 지난 9월 17일 국토부는 공동주택의 기능적 수명이 짧은 한국의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주택 수명 100년을 목표로 한 ‘장수명 아파트’를 세종시에 건설했다. 장수명 아파트는 건물구조의 내구성을 높이기 위해 철근 피복 두께와 콘크리트 설계 기준강도를 높였다. 더불어 편리한 개보수와 점검을 위해 배관 및 배선의 수선교체가 용이하도록 시공했다. 이는 100년이라는 철근 콘크리트 아파트의 이론적 수명을 실현할 기회를 제공했다. 김태완 교수는 “300년이 넘는 고택이 주를 이루는 유럽이나 미국처럼 한국에서도 신개념 장수 주택을 만날 수 있는 날이 머지않은 듯하다”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하지만 국내에서 아파트는 거주뿐 아니라 경제적 가치를 크게 지니고 있다. 권대중 교수는 “재건축에는 현실적 논리도 반영되기 때문에 건축물이 낡아 제 수명을 다할 때까지 기다리기가 어렵다”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집은 인간이 가족 구성원과 공존하며 삶을 영위하는 보금자리자, 꿈과 희망을 키워가는 소중한 공간이다. 아파트는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집의 형태다. 아파트가 단순히 경제적 요구에 부합하는 철근 콘크리트 더미나 재건축 대상이 아닌, 오랫동안 안전하게 거주할 수 있는 친환경적인 공간이 되기를 기대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