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실력을 유지하겠다는 마음과 인문대의 필수교양이라는 이유로 고급영어 수업을 신청했다. 주변에서 이미 영어 수업의 학습량이 방대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터라 걱정이 됐지만 1학년 때 빨리 듣자는 마음으로 수강을 결심했다. 그러나 필자는 수강 인원 능력 배치와 수업량에 상응하지 않는 학점 등 고급영어 수업에 대한 많은 문제점을 인식했다.

인문대의 졸업 이수 요건에 의하면 영어 수업은 필수교양이다. 입학 이전에 보유한 TEPS 최고 점수나, 이를 보유하지 않았다면 입학 시 치른 TEPS 점수를 기준으로 기초영어, 대학영어 1, 대학영어 2, 고급영어 중 2학점 또는 4학점을 이수해야만 한다.

그러나 TEPS 점수를 기준으로 한 영어 수업 배치에는 형평성의 문제와 수업 운영의 문제가 있다. 인문대의 규정에 따르면, 800점 이상의 TEPS 점수를 보유한 학생은 고급영어를 필수로 수강해야 한다. 듣기, 문법, 어휘, 독해 분야만 평가하는 TEPS 시험의 특성상 응시자는 영어 작문 실력과 말하기 능력이 상대적으로 낮더라도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고급영어 수업은 일반적으로 고도의 작문과 말하기 실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높은 TEPS 점수에 의해 고급영어로 ‘배정받은’ 학생은 상당수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더군다나 고급영어 수업에는 교환학생이 함께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학생들 간 영어 실력의 격차는 더욱더 벌어진다. 원어민과 다를 바 없는 학생과 한국에서만 영어 공부를 해 왔던 학생이 경쟁한다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학생들 간 극심한 영어 구사력 차이로 인해 토론 수업 등의 운영을 힘들게 만든다.

고급영어 수업을 듣는 학생에게서 종종 ‘4학점 같은 2학점인 고급영어 수업’이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학생들이 4학점 수업이라 체감할 정도로 학습량이 많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필자가 수강하는 고급영어 수업은 매주 소설을 읽고 해당 내용에 대한 퀴즈를 준비해야 하며, 한 학기 동안 보고서 두 개를 쓰고, 발표 두 번과 기말고사를 치른다. 또한 수업 대부분의 시간은 학생들끼리의 토론으로 이뤄진다. 많은 공부량으로 인해 자연스레 영어 실력이 향상됨을 체감하고 있지만 문제는 상당한 학습량에 비해 단지 2학점만을 부여한다는 점이다. 학생들의 체감으로는 여유로운 교양을 두 개 듣는 정도의 부담이 되는 학습량이다. 그러나 필수교양이라는 이유로 이를 수강하지 않을 수 없는 실정이기 때문에 학생들의 부담감은 더욱더 커진다. 

앞선 문제들을 검토했을 때, 고급영어 수업은 학생들의 영어 실력을 전반적으로 고려해 인원을 배치할 수 있도록 TEPS를 대체할 다른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수업의 학점이 상당한 학습량에 상응하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고급영어 수업을 2학점이 아닌 3학점으로 개정할 것을 제안한다.

이소연

철학과·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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