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학제도 개편에 학생 참여 정도는 불투명

지난 21일(목) 장학복지과에서 학부생을 대상으로 교내 장학금 제도 개편에 관한 설명회를 개최했다. 설명회는 ∆장학제도 개편안 설명 ∆사전 질의서 답변 ∆현장 참석자를 대상으로 한 질의응답 순으로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정효지 학생처장(보건학과), 명훈 학생부처장(치의학과), 장학복지과 정순호 과장을 비롯한 본부 관계자가 참석했다. 설명회는 학내 구성원뿐만 아니라 학부모에게도 개방됐지만, 빈자리가 곳곳에 보였다. 

장학복지과 정순호 과장은 장학제도의 개편 필요성을 설명했다. 정 과장은 “미국 주요 대학과 국내 주요 사립 대학의 장학금 지급 방식이 성적 기반에서 필요 기반으로 변화하고 있다”라며 변화가 필요한 상황임을 역설했다. 이후 지난해 학부생 대상 장학금 지급 현황이 공개됐는데, 지난해 장학금 총 지급액 약 513억 원에서 교내 장학금은 약 167억 원으로, 그중 성적 기반 장학금은 약 67억 원이었다. 그는 “성적 우수 장학금 수혜자 중 0~8분위 학생은 10%에 불과하다”라며 맞춤형 장학제도로의 개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후 장학제도 개편안이 제시됐다. 현 제도는 소득 8분위 이하 학생들의 등록금을 차등적으로 면제하도록 운영되고 있다. 개편안에는 ∆소득 8분위 이하 학생의 등록금 전액 면제 ∆소득 9분위 이상 학생을 위한 가칭 ‘긴급 구호 장학금’ 도입 ∆저소득층 학생의 생활비 지원을 위한 선한인재장학금·근로장학금 확충의 내용이 담겼다. 장학복지과는 “딘스리스트*를 전면 도입해 학업에 동기를 부여하고, 투명한 장학금 선정 절차를 위해 외부 장학 단체와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개편안이 제시된 뒤에는 ‘2019 단과대학생회장연석회의’에서 수합한 사전 질문에 대해 명훈 학생부처장이 답변하는 시간을 가졌다. 준비된 질문은 크게 한국장학재단 산정 소득분위의 정당성과 9분위 이상 학생을 지원할 보완책 등으로 나뉘었다. 

명훈 학생부처장은 사전 질문에 순차적으로 답했다. 명 학생부처장은 “현재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판단 근거는 한국장학재단의 소득분위뿐”이라며 “이 기준이 가장 공정하고 객관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교내 장학금 지급 대상에서 원칙적으로 제외되는 9, 10분위 학생을 구제하기 위해 소득분위와 무관한 ‘긴급 구호 장학금’을 확대해 보완하려 한다”라고 말했다. 

참석자들의 현장 질의응답도 진행됐다. ‘장학제도 개편 대응 특별위원회’ 임시 특별위원장을 맡은 인문대 이수빈 학생회장(인문계열·17)은 학생들이 장학제도 개편에 대해 논의하고 의견을 수렴할 시간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정효지 학생처장은 “큰 변화를 대비해 학생과의 소통을 준비하고 있었지만 지연됐다”라며 “이 자리를 빌려 학생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개편에 반영하고자 한다”라고 해명했다. 이 학생회장은 “학생 의견을 수렴한 뒤 담당자와 학생 대표가 만날 몇 번의 기회를 달라”라고 강하게 요구했다. 이에 정 학생처장은 오는 12월에 열릴 장학실무위원회에 학생 의견을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경제C반 강동훈 학생회장(경제학부·17) 또한 학생 대표의 실질적인 의사 결정 권한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정 학생처장은 “긴급 구호 장학금이나 근로 장학금에 배정되는 예산 등 세부 개편안에 대해 좋은 의견을 준다면 반영하겠다”라고 말했다.

의사 결정 방식에 대한 문제 제기와 함께 개편안 관련 기준의 합리성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게 진행됐다. 도정근 전 총학생회장(물리·천문학부·15)은 8분위와 9분위 사이에서 전액 지원 여부를 가르는 대신 계단식으로 장학금을 지급할 것을 주장했다. 그는 “경제력의 차이에 비해 장학 기회의 차이가 지나치게 크다”라며 “장학 금액의 급격한 차이를 납득하기 어렵다”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정효지 학생처장은 “계단식 장학금 지급을 유지하고, 차액을 근로 장학금과 긴급 구호 장학금에 배정하는 방식을 검토해 보겠다”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설명회가 진행되는 내내 급진적인 개편을 경계하는 입장과 장학제도 개편의 시급성을 강조하는 입장이 대립했다. 이수빈 학생회장은 “개편안이 상당 부분 결정된 상태에서 학생에게 얼마나 많은 의견 제출의 기회가 주어질지 모르겠다”라며 “논의가 지금처럼 진행된다면 항의할 것”이라고 본부의 대처에 불만을 표했다. 이날 학생처는 총의가 수렴된다면 이를 반영하도록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정효지 학생처장은 “방향성에 대한 이의는 제기되지 않아 처음부터 논의할 계획은 없다”라며 장학제도 개편의 시기와 방향을 고수할 것을 확실히 했다. 학생처는 학생과 소통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여론 수렴과 의견 조율의 시간이 부족해 장학제도 개편안이 적용되기 전 충분한 논의가 이뤄질지는 불투명하다.

*딘스리스트(Dean’s List): 단과대별로 학장이 성적 우수자를 표창하고 성적표에 기입하는 제도

사진: 유수진 사진부장 berry832@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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