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과대 학생회 선거 일단락

연장투표 정당성 의문 제기

세칙 있으나 논란 여지

학생자치 위해 필요하기도

지난 18일(월)과 19일 사회대와 공대 학생회 선거가 성사되며 단과대 학생회 선거가 마무리됐다. 대부분의 단과대에서 투표율이 낮아 선거가 무산될 위기였지만, 연장투표를 통해 선거가 치러진 모든 단과대에서 학생회가 출범했다. 한편 일부 학생들은 선거가 길어진 데 반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연장투표가 자발적으로 투표권을 행사하지 않은 학생들의 의사를 존중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학신문』은 학생회칙과 선거시행세칙을 검토하며 학생사회에만 존재하는 연장투표제의 특수성을 살펴봤다.

◇연장투표, 누가 정하나요?=서울대 학생회 선거의 경우, 본투표 마감 이후에도 투표수가 재적 회원 과반수 미만이면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가 투표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이는 총학생회(총학)와 단과대 선거시행세칙을 근거로 한다. 총학 선거시행세칙은 총학 선거의 연장투표의 여부 및 일정을 결정할 권한을 총학 선관위에 일임한다. 다만 해당 세칙 제91조를 통해 연장투표는 1회에 한해 실시할 수 있으며 그 기간이 본투표의 기간보다 길 수 없다고 제한한다.

단과대 선거시행세칙 또한 각 단과대 선관위가 연장투표에 관한 내용을 결정하도록 규정한다. 총학 선관위 위원장을 맡은 공대 임지현 학생회장(화학생물공학부·16)은 “단과대 선거의 연장투표총학이 개입하지 않고 단과대 선관위의 자의적 판단에 따른다”라고 말했다. 총학과 단과대의 선거시행세칙은 상하 관계가 아니라 서로 독립적이라는 설명이다.

연장투표에 관한 선거시행세칙은 단과대마다 상이하다. 인문대와 공대의 선거시행세칙은 연장투표를 본투표 기간보다 오래 실시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반면 사회대 선거시행세칙은 연장투표를 2회까지 허용하고 그 기간은 제한하지 않는다. 연장투표의 기간을 제한한 총학이나 타 단과대의 규정과 비교하면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이에 사회대 선관위 위원장을 맡은 사회대 한만희 부학생회장(사회학과·17)은 “총학 선거시행세칙과 달리 사회대에서는 세칙상 무제한으로 연장투표가 가능한 점은 문제”라며 “이에 대한 사회대 선거시행세칙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연장투표는 왜 필요한가요?=오늘날 학생회 선거 투표율이 저조한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연장투표 없이는 학생회가 출범하기 힘들다. 선거 무산으로 학생회의 기능이 마비될 경우 학생자치 업무에 공백이 생길 공산이 크다. 만약 당선자가 나오지 않아 재선거를 치를 경우에는 새로운 후보자를 확보해야 하는 번거로움은 물론 시간과 비용의 낭비가 뒤따른다. 또한 대표자가 부재한 수개월 동안 연석회의 혹은 비상대책위원회가 꾸려지지만 학생회 업무를 온전히 소화하기는 어렵다. 3년간의 학생회 부재를 딛고 당선된 제28대 생활대 학생회 선거운동본부(선본) 「늘」의 차지현 정후보(의류학과·17)는 “기존 연석회의 체제에서는 총운영위원회에서 의견을 피력하거나 단과대 차원의 큰 행사를 진행하기 어려웠다”라며 학생회 출범 이후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과/반 차원에서도 학생회의 부재는 학생자치의 걸림돌이다. 학생회장단이 없는 자치단위는 단과대운영위원회에 권리를 행사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새내기 맞이, 학회, 엠티나 오티 등 각종 활동의 규모도 위축된다. 2017년 12월 이후로 학생회가 부재한 인문대 모반의 제33대 학생회장을 맡았던 김희지 씨(철학과·15)는 “서어서문학과 A교수 사건, 인문대 광역생 네트워킹 사업 등의 경과를 전달받거나 이에 대응하기 어려웠다”라고 토로하며, 학년대표 등 소수에게 업무가 편중돼 학생자치의 의미나 공동체에 대한 고민이 퇴색하는 문제도 있었다고 회고했다.

학생회의 중요성은 인정하더라도 선관위의 자의적 판단에 따른 투표 연장이 투표를 거부하는 학생들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학내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는 사회대와 공대 선거에서 연장투표가 진행된 것을 비판하는 게시물이 다수의 공감을 받기도 했다. 단독 선본이 출마했음에도 선관위가 연장투표를 결정하고 투표를 독려하는 것은 사실상 선거운동을 돕는 일 아니냐는 지적이다. 그러나 선거 무산을 노린 일부 유권자의 투표 거부 행위에 대해서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B 교수(정치외교학부)는 “거버넌스 구조 자체를 구성하는 것을 반대한다는 점에서 투표하지 않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라며 “투표하지 않음으로써 일종의 정부 구성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라고 밝혔다.

◇투표율 50% 미만이면 선거 무산, 왜 그런가요?=총학생회칙 제35조와 이에 준하는 단과대 학생회칙에 따라 단일 선본이 출마할 경우 투표수가 재적 회원 과반수에 미치지 못하면 해당 선거는 무산된다. 이른바 최소투표율제를 채택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총학 선거시행세칙 제95조는 “결선투표의 경우 가투표수가 과반에 달하지 아니하더라도 성사를 선언하고 개표할 수 있다”라고 규정한다. 

타 대학도 대체로 최소투표율제를 시행 중이다. 연세대 총학은 서울대와 같이 투표율 50% 이상을 선거 성사 기준으로 삼는다. 최근 들어 최소투표율을 3분의 1 이상으로 개정한 고려대 총학도 오랜 시간 최소투표율을 50%로 규정했다.

지금까지 학생사회에서는 최소투표율이 학생회에 대표성을 부여한다는 담론이 우세했다. 단일 선본으로 출마하고도 학생 절반의 의견을 수렴하지 못하는 학생회가 과연 제대로 기능할 수 있겠냐는 문제의식이다. 학생회 출범을 용이하게 하고자 단일 선본의 경우에도 최소투표율을 완화하거나 폐지하자는 안건이 전학대회에 상정될 때마다 부결된 이유다. 

그러나 학생회 구성 자체가 어려운 상황에서 50%라는 인위적 비율이 학생자치의 민주적 정당성을 담보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과거 『대학신문』 설문조사에서 총학 선거 방식 변화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학생 중 37.7%가 선거 무산 근거인 50% 투표율의 조정을 요구하자, 제54대 총학 재선거관리위원장을 맡았던 연창기 씨(영어영문학과·10·졸)가 “투표율 50%를 무조건 고수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라고 인정하면서도 “이를 무작정 폐지할 경우 학생자치기구로서 정당성을 상실할 수 있다”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대학신문』 2012년 5월 14일 자)

최근 대학가에서 연장투표제는 뜨거운 논쟁거리다. 지난해 성균관대는 인문사회캠퍼스 총여학생회 폐지 총투표 논란에 휩싸였다. 폐지에 찬성하는 학생들은 주변에 투표 참여를 독려했지만, 폐지에 반대하는 학생들은 투표 자체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투표율이 50%를 넘지 못해 투표 연장이 결정되자 그 사유나 근거가 뚜렷이 제시되지 않았다며 반발하기도 했다. 연장투표는 투표 무산을 노리고 투표권 행사를 거부하는 유권자의 의사 표현을 묵살하는 처사라는 것이다. 정치적인 사안을 결정하는 총투표와 대표자를 선출하는 학생회 선거의 간극은 존재하겠으나, 투표를 꺼리는 이들을 두고 연장투표를 진행하는 것은 유권자에게나 학생회에나 썩 달갑지 않은 풍경임은 분명하다. 연장투표를 넘어 학생사회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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