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이 만난 사람들 | 권오철 사진 작가

“저 하늘의 별이라도 따다 줄게.”

밤하늘을 아름답게 수놓는 별은 낭만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다. 수많은 사람들이 밤하늘의 경이를 담은 사진들을 보며 언젠가는 자신도 꼭 두 눈에 아름다운 밤하늘을 담고 싶다는 꿈을 꾸곤 한다. 실제로 오늘날 수많은 취미 사진가들이 이를 위해 해외 곳곳으로 여행을 떠난다. 하지만 천체 사진가를 직업으로 삼는 사람은 세계적으로도 상당히 드물다. 한국으로 범위를 좁히면 프로 천체 사진가는 한 명밖에 찾아볼 수 없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꿈을 찾아 떠난 한국 유일의 천체 사진가, 권오철 작가(조선해양공학과·96·졸)다.

권오철 작가는 미국 NASA의 ‘오늘의 천체 사진(Astr-onomy Picture of the Day)’에 사진이 선정된 최초의 한국인이고, 세계 유명 천체 사진가들로 구성된 TWAN(The World At Night)의 일원으로 UNESCO 지정 ‘세계 천문의 해 2009’의 특별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등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사진 작가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꿈을 찾아 떠난 지 10년째,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 나가고 있는 권 작가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천체 사진에는 언제부터 관심을 두게 됐나?

밤하늘에 처음 관심을 두게 된 것은 고등학교 때였다. 당시에 『재미있는 별자리 여행』이라고 별자리에 관한 책이 하나 나왔다. 이 책 하나 때문에 당시 우리나라에 천문 붐이 불어 전국 고등학교에 천문 동아리가 우후죽순 생겨날 정도였다. 책에서 본 별자리가 하늘을 보면 정말 그대로 있는 것은 당시의 내게 상당히 신기한 경험이었고, 이때부터 별에 관심이 생겼다.

본격적으로 천체 사진에 입문한 것은 대학교 들어오고 나서부터다. 요즘도 ‘AAA’라는 천문 동아리가 남아 있을 것이다. 내가 대학을 다니던 시절에도 있었는데, 1학년 때부터 AAA에서 활동을 하면서 천체 사진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 지금까지 이어져온 것 같다.

≫한국에서는 유일한 전업 천체 사진 작가다 보니 ‘최초’, ‘유일’의 타이틀이 익숙할 것 같다. 본인의 성취에 만족스러운지?

성공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다만 엊그제 든 생각인데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밥을 굶지 않는다면, 그것이 바로 성공이라 생각한다. 돈을 아무리 잘 버는 일이어도 자기가 하고 싶어하던 일이 아닌 경우도 있고, 정말 하고 싶어하던 것을 하고 살다 보면 밥을 굶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10년 전에는 없다고 해도 무방할 천체 사진가라는 직업을 갖게 된 후, 하고 싶어하던 일을 하면서도 밥을 굶지 않아도 되는 수준에는 이르렀다고 생각한다. 그런 기준에서 나 자신을 평한다면 어느 정도 성공적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전업 천체 사진가라는 혼자만의 길을 걷고 있는데, 힘든 점은 없는지?

일 자체가 힘들지는 않다. 오히려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을 꼽으라면 회사에 다니던 때다. 회사를 그만두고 나서는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고 있기 때문에 힘든 것도 잘 모른다. 천체 사진을 찍는 것은 내게 일이자 취미다. 그렇다 보니 취미 활동 하는 시간이 곧 일하는 시간이라 일주일에 100시간 넘게 일하게 될 때도 잦지만, 항상 즐겁다는 생각을 한다.

다만 분명히 천체 사진은 수요가 굉장히 적은 분야기는 하다. 인물 사진이나 증명 사진은 수요가 워낙 많다 보니 여기저기 사진관도 많다. 그런데 천체 사진은 5천만 명의 국민 중 1년에 한 명 정도나 찾을까 말까 한다. 시장이 이렇게 작기 때문에 종사자가 많을 수가 없다. 세계적으로 전업 천체 사진가가 드물고, 우리나라에도 나밖에 없는 이유다. 이 정도 시장 규모로는 한 명도 먹고 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국내 시장이 작다 보니 수익은 주로 해외에서 창출해야만 한다. 지금도 절반 이상은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나 앞으로 더 찍고 싶은 천문 현상이 있다면?

늘 지금 작업하고 있는 것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워낙 작품을 많이, 자주 만들다 보니 지나고 보면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리고 요즘은 카메라 기술이 발전하면서 사진의 질도 하루가 다르게 발전한다. 기술이 발전하고,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는 만큼 작품의 질도 매일 달라지고 있다. 계속 더 좋은 사진을 만들어 내는 것이 목표다.

앞으로도 더 찍고 싶은 천문 현상이 있다면 첫 번째는 오로라다. 인간이 자연에서 느낄 수 있는 경이로움의 최고는 오로라라고 생각한다. 오로라는 수도 없이 찍었는데 그래도 더 강한 오로라를 보고 싶고, 담아내고 싶다. 그다음으로 찍고 싶은 것이 있다면 개기일식이다. 오로라는 극지방에만 가면 상태의 차이가 있을 뿐 1년 내내 존재한다. 하지만 개기 일식은 1~2년에 한 번 정도밖에 관측할 수 없다. 그렇다 보니 몇 번 작품으로 담아내지 못해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꼭 작품에 담아보고 싶다.

캐나다 옐로나이프에서 관측한 오로라(사진 출처: https://blog.kwonochul.com)

≫밤하늘을 찍고 싶어하는 취미 사진가도 여전히 적지 않다. 그들에게 해줄 조언이 있다면?

카메라가 너무 발전해 기술적인 것은 의미가 없어졌다. 요즘은 핸드폰으로도 은하수, 오로라 등 모두 촬영되는 시대다. 특별한 노하우가 있는 것이 아니라 천문 현상이 제대로 보이는 장소까지 가는 것이 노하우다. 이제 눈에만 보이면 찍는 것은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 중에서 쏟아지는 은하수를 실제로 본 적 있는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다. 지구 온난화 때문에 맑은 날도 드물고, 장소도 드물어 그런 곳까지 가서 별이 창창할 때 서 있는 것이 힘든 일이 돼버렸다. 이제는 별이 쏟아지는 장소에 실재하는 것이 정말 힘들다. 쏟아지는 은하수를 찍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그 장소에 가서 서 있어 보라고 말하고 싶다.

≫원래는 대기업을 다니다가 그만둔 것이라 들었다. 천체 사진 작가의 길을 택한 것을 후회한 적은 없는지?

단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다. 회사 다닐 때의 군대 문화, 회사 문화 등이 너무 스트레스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살다가 우주를 보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광대한 우주 아래서는 인간은 존재 자체가 참 무의미한 존재가 아닐까? 인류 문명 자체도 우주 앞에서는 의미 없는 수준인데 말이다. 인간은 결국 우주 먼지다. 그래서 어차피 나도 우주 먼지라면, 행복한 우주 먼지가 되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 행복한 우주 먼지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한 결과 회사 생활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벗어나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그렇게 행복한 우주 먼지가 되고, 후회를 남긴 적은 없다.

≫대학에 들어오고 나서 진로를 정하지 못해 갈팡질팡하는 후배들이 많다. 조언이 있다면?

전공과 잘 맞지 않는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일지 모른다. 실제로 한국 사람 중 전공과 맞는 일을 하는 사람은 상당히 드물 것이다. 대학생들은 더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 고등학교 때 학과를 고르면서 보통 내신 혹은 수능 점수를 고려하지 자신의 미래에 대해 얼마나 많이 고민했겠는가. 영화 〈기생충〉을 보면 “너는 다 계획이 있구나”라는 대사가 나온다. 하지만 고등학생이 자신에 대해 철저히 알고 모든 계획을 세우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하고자 하는 일이 적성에 맞는지, 내가 어떤 것을 잘하는지는 직접 해 보기 전까지는 알 수 없다. 진로에 대한 고민, 전공에 대한 고민 끝에 자신에게 맞는 것을 찾아가는 사람은 행복할 수 있다. 하지만 몸에 안 맞는 옷을 입게 되면 평생 불행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 길이 맞는지 고민하는 이유가 내가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기 때문인지, 좋아하는 일이 아니어서 힘든 것인지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해봐야 한다. 이런 고민에 대한 답을 20대에 정확하게 얻기는 정말 어렵다. 그것이 가능하다면 4대 성인 반열에 올라야 하지 않을까. 나이가 마흔을 넘어도, 혹은 평생이 가도 답을 얻는 것은 불가능할 수도 있다. 그리고 답을 얻었다 하더라도 그때가 되면 이미 늦을 수도 있다. 청년들이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것은 그래서 당연한 일이고, 그 과정을 거쳐야만 행복할 수 있다. 다들 능력이 있는 사람이니 너무 불안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해주고 싶다.

사진 출처: 권오철 작가 블로그(https://blog.kwonochul.com)
사진 출처: 권오철 작가 블로그(https://blog.kwonochul.com)

권오철 작가는 후배들에게 “꿈을 크게 가져도 된다”라는 격려를 남겼다. 다들 적어도 공부하는 능력에서라도 검증된 사람이 아니냐는 것이다. 그는 “당장 돈이 되지 않을 것 같아도 하고 싶은 것을 하다 보면 밥만 안 굶는 정도까지만 와도 행복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행복을 찾아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 나가고 있는 권 작가에게 어울리는 말이었다.

권오철 작가에게 왜 별, 밤하늘을 좋아하냐고 묻자 그는 “무언가를 싫어하는 이유는 100가지도 댈 수 있어도 좋아하는 이유를 명확하게 설명하긴 힘들다”라며 “진짜 좋아하는 것은 원래 이유 없이 그냥 좋아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인터뷰 내내 자신이 행복한 일을 하느라 힘든 것도 모두 잊어버렸다며 웃는 권 작가의 모습에서는 그의 말처럼 정말 한 점의 후회조차 찾기 힘들었다. 앞으로도 다양한 곳에서 권 작가의 새로운 작품을 만나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사진: 황보진경 사진부 차장 hbjk0305@snu.ac.kr 

삽화: 홍해인 기자 hsea97@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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