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인권규범이 제정된다. 이번에 제정되는 ‘서울대 인권헌장’은 국내 대학에서 최초고 다른 나라에서도 유사한 사례를 찾기 힘든, 인권에 기반한 대학 교육을 향한 큰 움직임이다. 이에 지난 15일(금) ‘서울대학교 인권규범 제정에 관한 연구 발표와 토론회’가 열렸고, 이 자리에서 인권헌장 초안이 발표됐다. 그런데 이 토론회 자리에서 아직 상당한 수의 학내 구성원이 인권헌장 제정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는 점이 수차례 지적됐다. 인권헌장을 제정하는 첫 대학으로서 의미를 살리기 위해서도 서울대 인권헌장은 학내 소외된 목소리가 모두 담길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 토론회는 학내의 목소리를 고루 듣기 위해 열렸지만, 여전히 학내 인권 사각지대의 목소리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는 점이 아쉬웠다. 인권규범 제정 연구팀과 『대학신문』이 공동으로 진행한 ‘서울대학교 인권규범 제정에 관한 학내 구성원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서울대학교에서 어떤 사람들의 인권이 잘 존중되고 있지 못한가’를 묻는 질문에서 비정규직·파견직 직원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무려 69%, 성소수자라고 답한 응답자는 63%에 이르러 각각 1, 2위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토론회에 초청받은 여덟 명의 패널 중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패널은 없었다. 학내에서 비교적 인권이 존중받지 못하는 이들을 더 배려해 인권헌장에 이들의 목소리가 소외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이유다. 

또한 많은 학내 구성원은 여전히 학교 차원의 인권실태 개선 노력이 부족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의사결정 구조에 대한 불만이 크다. 앞서 나온 인권규범 제정에 관한 학내 구성원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59%가 대학의 중요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자신의 의사를 개진할 권리를 보장받고 있지 못하다고 답했다. 이에 더해 ‘서울대는 학내 구성원의 전반적 인권을 존중·보호하기 위해 충분히 노력하고 있는가’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도 절반에 가까운 48%의 응답자가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서울대는 인권 캠퍼스를 실현하기 위해 인권에 토대한 의사소통 체계를 만들어가야 한다. 

인권은 보다 인간적인 공동체를 이루기 위한 구성원 간의 기본 합의여야 한다. 그러나 학내 구성원의 신분, 성별, 고용형태/직군 등에 따라 인권 상황에 대한 평가가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인권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가진 학내 구성원들이 의견을 교환하면서 하나의 합의점에 도달하는 과정을 충분히 거쳐야 한다. 학내 모든 구성원의 소외된 목소리를 찾아 담으려는 연구진의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기도 하다. ‘국내 최초의 대학 인권헌장’이라는 명예뿐 아니라 구성원 간의 실질적 인권공동체를 성취하기 위해서는 가장 ‘인권’적인 과정을 거쳐 누구도 소외되지 않은 인권헌장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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