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제61대 총학생회 「내일」을 돌아보다

지난 10일(일) 총학생회장이 사퇴하며 제61대 총학생회(총학) 「내일」의 막이 내렸다. 1년 전 큰 관심을 모았던 제61대 총학 경선에서 「내일」은 ‘내 일상과 함께하는 총학생회’ ‘모든 학생을 대표하는 총학생회’를 내세워 당선됐다. ‘짬뽕 국물’부터 사당셔틀까지 다양한 정책이 추진됐고, 당선 직후부터 사퇴에 이르기까지 학내외로 여러 사건이 발생하며 총학이 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대학신문』은 제61대 총학 「내일」의 공약 이행과 주요 사안에 대한 대응에 관해 학내 구성원의 목소리를 듣고, 「내일」이 갖는 의의와 학생사회에 남긴 과제를 돌아봤다.

 

교통·교육 정책: 관악의 묵은 체증은 뚫렸나

사진 출처: ‘서울대학교 총학생회’ 페이스북 페이지
사진 출처: ‘서울대학교 총학생회’ 페이스북 페이지

「내일」 임기 중 학내 구성원의 가장 큰 지지를 얻었던 것은 교통 정책이었다. 다양한 학내 구성원들은 입 모아 이번 총학의 교통 부문 성과를 높이 평가했다. 실제로 이전 총학에 비해 많은 교통 공약이 제시됐음에도 상당수의 공약이 성공적으로 이행됐다. 특히 이번 총학은 교통정책국을 신설해 사당셔틀 노선 신설, 심야셔틀 노선 및 시간 연장 등 다양한 성과를 냈다. 산업공학과 서유석 학생회장(산업공학과·17)은 “사당셔틀로 통학이 편리해진 학생들이 많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공약 이행도 자체가 높지는 않지만 교육 정책 역시 주목할 만하다. 3년 만에 ‘교육·학사제도개선협의회’(교개협)의 형식으로 본부와 총학이 학사제도 개편을 논의하는 공식적인 자리가 마련되면서 다양한 학사제도 변화가 일어났다. 총학이 당시 배포한 홍보자료에 따르면 내년부터 △수강신청정정요청서(초안지) 및 수강신청취소신청원(드랍지) 전산화 △제2전공 신청 개수 제한 및 취소 인원 이월 △제2전공 선발 시기 수강신청 이전으로 조정 등이 시행된다. 학사과 관계자는 “기존에 내부에서 준비하던 것과 학생회의 요구가 잘 맞아떨어져 성과가 있었다”라며 교개협 결과 이행과 관련해서는 “합의된 대로 이번 동계 계절학기부터 시범적으로 수강신청취소 절차를 완전 전산화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라고 밝혔다. 제58대 총학 「디테일」의 김민석 전 부총학생회장(정치외교학부·14)은 “학사제도 개선 사업은 학생들이 피부로 필요성을 느끼는 영역이지만 한편으로는 가장 바꾸기 어려운 영역”이라며 학사제도 개선을 이뤄낸 것을 지난 제61대 총학의 업적 중 하나로 꼽았다.

그러나 교육 정책에는 해결되지 못한 과제가 여전히 산적해 있다. 교개협 안건에 포함된 ‘대학영어’ 신규 개설, 타과 전공 강의 S/U제도 확대, 계절학기 ‘화학’ 강의 추가 개설 등은 수요가 부족하거나 단과대의 재량 사항이라는 사유로 교개협에서 시행이 어렵다는 답변을 받기도 했다. 이외에도 마이스누 강의평가 내용 공개 및 이의제기 기간 보장, 군 원격강좌 확대, 졸업 학기 휴학 제도 신설 등 굵직한 교육 공약의 상당수가 추진되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복지·인권 정책: ‘데이터’ 복지, ‘모든 학생을 대표’하지 못한 인권

「내일」은 선거 당시부터 도서관 공약, 기숙사 공약을 복지 공약과 별도의 부문으로 나눠 제시할 만큼 다양하고 세세한 생활밀착형 공약을 제시했다. 그러나 교통을 제외한 복지 부문 공약의 이행도는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도서관, 단과대 부문의 경우 대부분의 공약이 이행되지 못했다. 관련해 「내일」의 도정근 전 총학생회장(물리·천문학부·15)은 “복지 공약은 발로 뛰며 담당 부처와 시간을 두고 협의해야 하는 일이 대부분”이라며 “예상치 못한 일에 집행력이 많이 투입되면서 실무적인 집행력이 부족했다”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복지 부문에서는 정책 집행을 앞두고 설문조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식이 눈에 띄기도 했다. 총학은 △콘센트 확충 문제 △도서관 사석화 문제 △학내 식당 모니터링 등 복지 부문과 △전공 및 교양 강의 수요조사 △수강신청제도 개선 등 교육 부문의 다양한 주제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수많은 온라인 설문 및 실태조사를 진행해 정책 집행에 활용했다. 도정근 전 총학생회장은 “학생회의 전통적 의사결정기구 이외의 소통 통로가 많으면 좋겠다는 「내일」의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일”이라며 “그간 쌓인 설문 데이터는 정리되는 대로 다음 달 꾸려지는 ‘2020 단과대학생회장연석회의’ 의장단에 전달해 앞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내일」의 인권 공약은 폭넓은 범위의 정책을 제시한 다른 부문 공약과 달리 배리어프리에 집중돼 있었다. 전동기 급속 충전기가 도서관에 한 대 더 확충됐고 학생회관 1층에 장애인 및 가족 화장실이 설치됐다. 하지만 중앙 장애인권동아리 턴투에이블 박선아 회장(사회복지학과·17)은 “장애인권과 관련한 유의미한 변화는 체감하기 어려웠다”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내일」은 공약에서부터 교수의 학생인권 침해 사안에 대해 강력하게 대응할 것을 약속했으나, 서어서문학과 A교수의 성폭력 및 연구부정 사건에 대한 총학의 대응에 관해서는 평가가 엇갈렸다. 사범대에서 과 학생회장을 맡고 있는 B씨는 “A교수 문제에서 「내일」은 할 수 있는 일을 다했다고 생각한다”라는 견해를 밝혔다. 반면 음대 조수황 학생회장(국악과·16)은 “A교수 관련 대응은 ‘서울대학교 A교수 사건 대응을 위한 특별위원회’와 인문대 학생회에서 주도한 것 같다”라며 “총학이 소극적으로 대응한 것이 아쉬웠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도정근 전 총학생회장은 이번 총학의 A교수 사건 대응을 두고 “인문대 학생회와 총학이 각각 학내외 입장 표명 및 행동 업무와 제도 개선 요구 업무를 분담해 잘 대응했다고 생각한다”라며 “다만 여름 이후에는 선거 준비와 조국 교수 사안 등으로 집행력이 부족해 제도 개선에 대한 논의가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거버넌스 정책: 전학대회는 어떻게 손볼 수 있을까

지난 총학에 이어 「내일」은 전체학생대표자회의(전학대회) 운영 체제를 개편하고, 학내 거버넌스를 개선하기 위해 학생 참여 증진을 정책적으로 추진했다. 전학대회에서는 매번 길게 늘어지는 회의와 이로 인한 중도 폐회, 대의원의 참석률 저조 등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이 때문에 몇 년간 의결하지 못하고 이전 전학대회에서 넘어온 안건들이 쌓일 뿐만 아니라 전학대회 시행 방식과 관련한 많은 문제 의식이 공유됐지만 별다른 개선안이 나오지 못했던 것이 현실이다. 이에 올해 상반기 정기전학대회에서는 재정 투명화를 위해 회계감사위원회를 상시기구로 두고 예·결산안 심의 및 인준 권한을 강화하는 안건이 통과돼 시행됐다. 회계감사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인문대 이수빈 학생회장(인문계열·17)은 “기존에 예·결산안은 전학대회에서만 처리할 수 있어 3년 전 예산안까지 밀려 전학대회 안건으로 상정되는 등의 문제가 있었다”라며 “개편 이후 전문성과 효율성 측면에서 예·결산안 심의 여건이 개선됐다”라고 평가했다.

또한 「내일」은 정책투표제 도입안, 서면 의결 제도 도입안 등을 전학대회에 상정해 전학대회 의결 능력을 향상시키고자 했으나, 전학대회 의결 결과 두 안건은 모두 부결됐다. 의결 능력 개선을 위한 대안 중 하나로 총학이 제시한 서면 의결제도는 방법의 적절성 논란이 일었다. 음대 조수황 학생회장은 “서면 절차만으로 세칙을 변경할 수 있게 되면 안건에 대한 대의원 토론과 논의 없이 의결이 진행돼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라고 밝혔다. 반면 인문대 이수빈 학생회장은 “전학대회가 지금은 행정적 심의 기능과 입법적 의결 기능을 모두 해야 하는 만큼 정책 논의를 위한 상임위원회 설치 등의 대안을 마련하는 것 자체는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라며 의사결정기구 개편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내일」의 사건 대응 일지: 총학이 계획된 일만 하는 건 아니다

2019년에는 학내외로 논란이 된 굵직한 사건들이 많았다. 2월에는 서울일반노동조합 서울대지부(일반노조) 소속 기계·전기 노동자의 파업이 있었고, 8월에는 청소노동자가 학내 열악한 휴게 공간에서 사망했으며 9월에는 전국대학노동조합 서울대지부 소속 생활협동조합(생협) 식당 노동자의 파업이 있었다. 또한 여름 이후로는 조국 교수의 법무부 장관 임용 논란을 두고 논란이 커지며 총학의 입장과 대응은 학내외로 주목을 받았다.

2월 있었던 기계·전기 노동자의 파업은 그 여파로 방학 중 중앙도서관 난방이 중단되며 사건이 널리 알려졌다. 당시 총학은 파업 초기 중앙도서관의 난방 재개를 노조에 요청하고 일반노조 및 ‘서울대 시설관리직 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와 연대해 본부에 성실히 교섭에 응할 것을 요구했다. 이 사안에 관해 사회대 이승준 학생회장(정치외교학부·16)은 “임기 초 갑작스러운 기계·전기노동자의 파업으로 초기 논의와 대응이 어려웠다”라고 회상하면서도 “예상치 못한 위기 상황에서 ‘선 의견수렴 후 대응 방안 결정’의 이번 총학 대응 기조로는 빠른 결정을 내리기 어려웠다”라고 지적했다. 이와 달리 사범대 신성민 학생회장(국어교육과·15)은 총학이 대응을 주도한 것은 아니지만 파업에 대한 「내일」의 대처는 성공적이었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이후 생협 파업에서 총학은 2월 파업 대응의 경험을 기반으로 신속하게 입장을 발표하고 대응했다. 기계·전기 노동자의 파업을 두고 도정근 전 총학생회장은 “사건 장기화를 막고 모든 구성원이 받아들일 수 있는 정도의 해결안을 마련하기 위한 최선이었다”라고 밝혔고 생협 파업과 관련해서도 “관련 단체와 함께 적절히 대응했다고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반면 총학생회장단과 총운영위원회(총운위), 그리고 중앙집행위원회(중집) 사이에서 한 차례씩 소통 미비 논란이 일기도 했다. 지난 6월에는 기말고사 간식 사업 포스터 표절과 관련해 서강대 총학에 사과를 요구할 당시 총운위 위원과의 소통 부재가 논란이 됐다. 포스터 표절 논란 당시 상황과 관련해 인문대 이수빈 학생회장은 “다른 대학의 총학에 사과를 요구하는 중요한 사안이었음에도 총운위의 논의를 거치지 않았다”라고 이를 비판했다. 그러나 많은 총운위 위원들은 위 사건을 고질적인 소통 문제나 구조적 문제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보지는 않았다. 경영대 김승환 학생회장(경영학과·17)은 “평소 총운위와 총학생회장단의 소통은 원활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8월 말에는 중집 위원 17인이 총학생회장단이 조국 사태 관련 대응 당시 사전 논의를 거치지 않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관련해 김민석 전 부총학생회장은 “총학 회칙상 운영기구는 총운위지만, 총학의 이름으로 집행되는 거의 모든 일은 중집이 담당한다”라며 “총학의 이름으로 학우들을 위해 일한다는 보람으로 자리를 지키는 중집 위원과의 사전 논의 내지 교감은 인간적 존중의 영역”이라고 지적했다. 자연대 송영민 학생회장(물리·천문학부·17) 역시 “「내일」은 중집 위원이 100명가량 소속돼 있던 대형 단체였지만 평소 소통 방식에는 문제가 없었다”라면서도 “조국 교수 사태 당시에는 중집과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았고, 의사결정이 성급하게 진행됐다”라고 평가했다. 도정근 전 총학생회장은 당시 대응을 두고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는 사안인 만큼 의사결정에 참여하지 못한 학생들이 의문을 가질 수 있는 결정이었다”라며 “심도 있는 논의가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내일」은 거짓말 논란, 여론 조작 의혹 등으로 신뢰를 잃어 결국 탄핵안이 발의되는 상황 속에 임기를 한 달여 남기고 물러났다. (『대학신문』 2019년 11월 18일 자) 학생 대표자들은 몇 년 만에 단과대학생회장연석회의 체제에 들어선 서울대 학생사회를 염려하며 신뢰와 지지의 회복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음대 조수황 학생회장은 “이번 총학 사태를 통해 일반 학생들이 학생회에 기대하는 도덕성의 수준이 명확하게 드러났다”라며 “학생 대표자가 되고자 하는 모든 이들이 이번 사태를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연대 송영민 학생회장은 이번 총학의 사퇴를 두고 “얼마나 일을 잘하든 총학은 학생사회의 지지와 신뢰를 기반으로 존재한다는 기본을 잊지 않아야 한다”라며 “기본을 지키고 학생사회의 혁신과 개혁이 이뤄지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도정근 전 총학생회장은 앞으로의 총학생회에게 “우선 이번 사안 이후 떨어진 신뢰 회복을위해 최우선으로 노력하고 장기적으로는 지속적인 학생들의 지지와 관심을 얻기 위해 다양한 소통 경로를 구축하기 바란다”라는 말을 남겼다.

인포그래픽: 신동준 편집장 sdj3862@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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