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처럼 한자리에 모이기 어려운 학내 구성원이 만나면 과연 무슨 이야기를 할까? ‘나’의 시선 대신, ‘너’의 시선으로 바라본 ‘나’와 ‘너’를 『대학신문』을 통해 이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대학신문』 ‘나 대신 너’에서는 함께 모일 계기가 없을 것 같은 학내 구성원을 모아 그들이 전달해준 이야기를 재구성했다.

이번 연재에서는 여고 혹은 남고를 졸업하고 성비가 분명한 학과에 속해 있는 좌담회 참여자를 모집해 성별을 둘러싼 논란거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좌담회에는 여고를 졸업하고 여초과에 재학 중인 A씨, 남고를 졸업하고 여초과에 재학 중인 B씨, 남고를 졸업하고 남초과에 재학 중인 C씨, 여고를 졸업하고 남초과에 재학 중인 D씨가 패널로 참석했다. 이들은 △연애 △더치페이 △페미니즘 △군대 문제에 관해 의견을 주고받았다.

▶연애

A(여고여초):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는 소수과에 속해서 그런지 몰라도 주변에 캠퍼스 커플은 별로 없었지만, 미팅에 나갈 기회가 많았다. 미팅의 목적은 연애하는 것보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데 있었던 것 같다.

D(여고남초): 서울대 남학생은 만날 수 있는 여성의 스펙트럼이 넓은 것 같은데, 여학생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타대 남학생과 미팅을 한 적이 있는데, 상대측에서 부담을 느끼는 것 같았다.

B(남고여초): 서울대 의대에 다니는 여학생과 미팅을 한 적이 있다. 의대생은 어떤지 궁금해서 그 미팅에 나갔는데, 처음에 그 학생들도 자신이 의대생이라는 점을 의식하는 듯했지만 특별히 부담스럽지는 않았다.

▶더치페이

A(여고여초): 서로 반반씩 내거나 자신이 먹은 것은 자기가 결제하는 방식이 편하다. 혹은 데이트 통장을 만들면 오래 연애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옛날처럼 남자만 직업을 가지고 돈을 버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때와 똑같이 행동할 필요는 없다.

B(남고여초): 친구 관계와 연인 관계는 다르다. 친구와는 주로 더치페이를 하는데, 연인과 밥을 먹을 때는 내가 한 번, 여자친구가 한 번 낸다.

D(여고남초): 각자가 편한 대로 하면 될 것 같다. 상대방이 내겠다고 하는데, 굳이 말릴 필요도 없다.

▶페미니즘

C(남고남초): 내 여자친구는 영화 〈82년생 김지영〉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는데, 어머니는 공감된다고 하는 것을 보니 세대 간 차이가 큰 것 같다.

B(남고여초): 내 주변 사람들은 모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영화에서 여성의 피해만 강조한 것이 그런 부정적인 이미지를 형성한 것 같다.

D(여고남초): 페미니즘과 관련한 수많은 왜곡과 과장에도 불구하고, ‘페미니즘’이라는 학문 자체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A(여고여초): 초기 페미니즘은 양성평등을 추구했는데, 어느 때부터인가 ‘페미니즘’이라는 용어가 ‘남성혐오’와 동의어가 돼 버린 현실이 안타깝다.

▶군대 문제

B(남고여초): 남자 입장에서는 입대 그 자체보다 여성과 2년이라는 간극이 생기는 것이 불공평하게 느껴진다. 그뿐만 아니라, 나라로부터 군 복무에 대한 합리적이고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C(남고남초): 복무 시간이 줄어도 ‘군대는 군대’기에 제약이 많다. 월급을 많이 주는 것도 아니다. 여성이 징병될 일도 모병제로 바뀔 일도 없다면, 성별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월급을 올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A(여고여초), D(여고남초): 군대 문제는 말하기 조심스럽다. 실상이 어떤지 잘 몰랐는데, 이야기를 듣고 보니 문제의 심각성이 와닿는다.

이날 모인 학생들은 갑론을박이 들끓고 있는 민감한 주제로 이야기하는 것에 조심스러워 하면서도, 이 자리를 통해 서로의 입장에 대해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이번 좌담회에서는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성별 간의 대립적 시선을 성찰하고 그것을 풀어나갈 수 있는 실마리를 찾아볼 수 있었다.

삽화: 김채영 기자 kcygaga@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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