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고 위기탈출 넘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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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인화 기자
  • 승인 2019.12.01 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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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 일반고 역량 강화 방안을 검토하다

지난달 7일 교육부는 ‘고교서열화 해소 및 일반고 교육 역량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일반고 교육 역량 강화 방안(일반고 강화안)에는 △학생의 진로·학업 설계를 위한 지원 시스템 구축 △학생 개개인의 잠재력을 실현하는 맞춤형 교육 제공 △교사 전문성 지원 등 역량 강화 △학부모가 믿고 맡길 수 있는 쾌적한 일반고 환경 조성에 5년 동안 약 2조 2000억 원을 투입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대학신문』은 일반고 강화안을 둘러싼 여러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자료 출처: 교육부 ‘고교 서열화 해소 및 일반고 교육 역량 강화 방안’ 중 향후 추진 계획
자료 출처: 교육부 ‘고교 서열화 해소 및 일반고 교육 역량 강화 방안’ 중 향후 추진 계획

 

일반고가 위기라고요?

교육 제도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진 것은 최근의 일이 아니다. 전제상 교수(공주교대 교육학과)는 “군사 독재가 끝나면서 학교 운영이 민주적으로 변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부상했다”라고 설명한다. 교원 중심이었던 학교 운영위원회에 학부모와 지역사회가 참여하면서 교육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이후 공교육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자 사교육비가 급증했고 획일적인 교육과정을 다양화해야 한다는 요구도 제시됐다. 백선희 교수(경인교대 교육학과)는 “자율형 사립 고등학교(자사고)와 특수 목적 고등학교(특목고)의 출현은 이런 사회 분위기와 연관돼 있다”라며 “당시 교육과정 다양화는 곧 고교 다양화를 의미했다”라고 부연했다.

하지만 자사고·특목고 학생을 일반고 학생보다 먼저 선발하게 되면서 일반고의 위기가 촉발됐다. 백선희 교수는 “일반고 선발 과정을 이삭줍기라 표현한 교사도 있었다”라며 “자사고·특목고에 학업 능력이 우수하고 가정환경이 좋은 학생들이 갈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일반고 교육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이 구조에서는 일반고를 부흥시키려는 정책이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라고 강조했다.

교육부에서 발표한 일반고 강화안은 이런 문제의식과 연관돼 있다. 교육부는 일반고 중심 생태계를 복원하기 위해 일반고 교육 역량을 강화함과 동시에 자사고와 특목고에 해당하는 외국어 고등학교(외고)·국제 고등학교(국제고)를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교육과정을 다양화하기 위해 고교 체계를 다변화했던 과거와 달리 종류를 일원화하고 그 안에서 교육과정을 폭넓게 구성하는 방향으로 변화한 것이다. 자사고·외고·국제고가 폐지돼도 일반고가 자연스럽게 살아나리라 예상하기는 어렵기에 공교육 정상화 시도의 성패는 일반고 강화안이 얼마나 유효할지에 달렸다.

 

이게 최선입니까?

문재인 정부의 주요 공약 중 하나인 ‘고교학점제’ 시행 계획도 일반고 강화안에 포함됐다. 고교학점제는 고등학생도 대학생처럼 희망 과목에 수강을 신청해 장소를 이동하며 수업을 듣고, 요구되는 학점을 채우면 졸업하는 제도다. 정부는 2017년 11월 ‘고교학점제 추진 방향 및 연구학교 운영 계획’을 발표하며 충분한 숙의 과정을 거쳐 2022년부터 고교학점제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2018년부터 교육부가 지정한 연구학교와 선도학교를 중심으로 고교학점제가 부분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고교학점제는 학생들의 교과 선택권을 넓히고 교육과정 편성에 학교의 자율성을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설계됐다. 배정된 수업을 수동적으로 듣는 것이 아니라 학생의 수요에 맞춰 다양한 수업이 개설됨으로써 학생 중심 교육과정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고교학점제 연구학교로 지정된 서울사대부고 교사 김동욱 씨(48)는 “고교학점제 도입 이후 학생들의 수업 만족도가 확연히 좋아졌고 교사들도 수업을 진행하기 훨씬 수월해졌다”라고 밝혔다. 고교학점제를 통해 고등학교에서 대학교와 비슷한 형식의 수업을 경험하는 것에 대한 긍정적 평가도 있다. 백선희 교수는 “학생들이 대학에 들어와 보고서나 서평을 처음 쓰기 때문에 힘들어한다”라며 “고교학점제로 고등학교와 대학교의 교육과정 연계가 더욱 깊어질 수 있다”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고교학점제에는 아직 제도적 문제점이 많이 남아있다. 홍후조 교수(고려대 교육학과)는 “과목 단위의 선택을 다다익선으로 여기는 풍토를 개선해야 한다”라며 “고교학점제는 교과과정에 명확한 학습 방향이나 목표가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주당 1~2시간 수업으로 한 학기 동안 진행되는, 단절적이고 파편화된 과목이 너무 많으면 고교 교육의 질적 하락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면 명확한 진로 계획이 없는 고등학생들이 체계적으로 수강 과목을 짜기 어렵다는 비판도 있다. 백선희 교수는 “입학부터 3년간의 계획을 세우지 않으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라고 강조하며 학생들이 뒤늦게 진학에 필요한 과목을 배우려 사교육 시장으로 향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일반고 강화안에는 고교학점제와 맞물려 부분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공동교육 클러스터’ 운영계획도 담겼다. 공동교육 클러스터는 학교 간 ‘공동교육과정’과 대학 및 지역사회 연계 학습을 포괄하는 정책이다. 공동교육 클러스터는 소속 학교에서 개설되지 않은 과목을 학생들이 인근 학교나 대학, 산업체, 지역 학습장에서 수강할 수 있도록 해 과목 선택의 다양성을 보장한다. 하지만 전제상 교수는 “인프라가 부족한 지방에서는 공동교육 클러스터가 안정적으로 운영되기 힘들다”라고 지적하며 “학교들이 인근 학교나 대학, 산업체 등과 MOU를 맺을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백선희 교수는 “수업을 들으러 이동하는 과정에서 안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라는 점을 문제 삼았다. 이에 교육부 고교학사제도혁신팀 김혜림 팀장은 “지방에서도 권역별로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기 때문에 생각만큼 공동교육 클러스터가 부실하게 운영되지 않는다”라며 “오히려 지방에 온라인을 통한 공동교육과정이 활성화돼 있다”라고 반박했다. 또한 김혜림 팀장은 “안심 택시를 제공하거나 교사 차량을 이용하는 등 현장에서도 안전 문제에 많은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라고 밝혔다.

 

호흡을 불어넣기 위해

고교학점제는 작년부터 시범운영이 시작돼 현재 연구학교와 선도학교 사례 분석을 통해 보완책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일례로 홍후조 교수는 “과목명만 봐도 어떤 진로를 가진 학생이 선택해서 이수해야 하는지 드러나도록 만들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고색고 교사 김승철 씨(38)는 “처음 고교학점제를 도입했을 때 학생들이 과목 내용을 잘 몰라서 강의를 선택하기 힘들어했다”라며 “개설 과목의 내용을 담은 강의 안내서를 제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라고 밝혔다.

일반고 강화안이 제대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교원 역량의 증진 역시 매우 중요하다. 고교학점제로 교사들이 전보다 다양한 수업을 소화해야 하기에 현행 교원 체제로는 고교학점제 운용이 어려워졌다. 전제상 교수는 “교원 양성 체제를 개편해 교사들이 2~3개의 교원 자격증을 따도록 만들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교육부는 일반고 강화안에서 교원의 소프트웨어 융합대학원 연수를 지원하고, 해외 대학과 연구 기관에서 연수를 받아 학교 현장으로 돌아오는 ‘교육 연구년제’ 등을 통해 교원의 전문성을 신장시키겠다고 밝혔다. 전제상 교수는 교육 연구년제 대상자 수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과 함께 “대상자 선발 기준이 공정하면서도 지나치게 높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교육부는 다음 달 발표되는 ‘교원양성기관 교육과정 개편안’을 통해 교원 양성 및 연수 시스템을 혁신하겠다고 밝혔다.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서울 16개 대학의 정시 모집 비율을 40%로 올리는 조치를 발표했다. 정시 확대 조치는 다양한 커리큘럼과 교육 실험을 전제로 하는 일반고 강화안과 엇박자를 내며 고교학점제를 성공적으로 운용하는 데 장애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교육정책은 학부모와 학생들의 삶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기에 어느 정책보다도 신중하게 결정돼야 한다. 정부의 장기적이고 일관적인 교육정책 비전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인포그래픽: 송채은 기자 panma2000@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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