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회 | 청년사회 칸막이 걷어차기

지난달 25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사단법인 한국공론포럼, 국회미래연구원, 사단법인 ‘청년과 미래’와 더불어민주당 오영훈·정은혜, 자유한국당 김세연·김현아, 바른미래당 이태규 의원의 주최로 ‘청년사회 칸막이 걷어차기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는 전국의 만 19~35세 청년 50여 명이 모여 청년사회의 ‘칸막이’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여성연구소 홍찬숙 연구원은 발제에서 “조국 사태로 인해 불평등과 불공정에 대한 청년의 분노가 높아졌지만 기성세대는 이를 잘 모른다”라며 “공론장을 통해 청년 세대의 목소리를 모아 기성세대를 설득해야 그들의 권력과 자원을 나눌 수 있다”라고 토론회의 취지를 설명했다. 이날 공유된 청년의 목소리는 제안서로 작성돼 국회에 전달된다.

칸막이와 그 원인은

토론회에서 ‘칸막이’는 청년 세대 내에 존재하는 계층화, 대화 단절, 소외 현상을 의미하는 용어로 쓰였다. 청년들은 학력과 학벌, 수도권과 지방, 장애와 비장애 등의 칸막이를 경험했다고 성토했다. 참가자 홍이주 씨(23)는 “학벌이나 출신 지역이 아직도 기업 채용의 기준이 되고 있다”라고 말했으며, 시각장애인 이성훈 씨(27) 역시 “장애인과 비장애인은 일상생활이나 취업에서 시작점부터 다르다”라고 꼬집었다. 이 밖에도 종교, 전공 계열, 나이 등의 칸막이가 지적됐다.

청년들은 ‘소통의 부재’와 ‘사회적 인식 부족’을 칸막이의 원인으로 꼽았다. 많은 참가자는 청년 세대 간 소통이 미비하다는 점에 공감했다. 박제상 씨(23)는 “기성세대와의 불통도 문제지만 청년 세대 내에서도 서로 소통하지 못해 갈등만 심해지고 있다”라며 “문제의 원인을 알고 있어도 공론장이 부족해 소통이 어렵다”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청년을 둘러싼 사회적 인식의 부족도 지목됐다. 최순호 씨(29)는 “성공 아니면 실패로 나뉘는 이분법적 사고가 사회에 남아 있어 다양성이 존중받지 못한다”라며 구시대적 인식이 칸막이를 공고히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홍이주 씨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청년의 참여가 부족하다”라며 칸막이 형성에 청년의 책임도 있음을 강조했다.

칸막이를 걷어차기 위해

칸막이를 극복하기 위한 정책 과제로 ‘청년의 정치 참여 활성화’가 제시됐다. 청년의 정치 참여를 촉진해 청년 세대 내외의 소통을 높이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참가자 A씨(27)는 “청년 정책의 방향이 잘못 설정돼 청년의 처지를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라며 기성세대와 청년 세대가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필요하다는 뜻을 밝혔다. 권재욱 씨(22)도 “청년이 주체가 되는 참여의 장을 넓혀야 한다”라며 공론장의 상설화를 주장했다.

칸막이가 기인한 근본적인 구조를 바꾸기 위해 청년의 삶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B씨는 “청년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가 교육”이라며 “교육 인프라의 확대를 통해 전반적인 교육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라고 요구했다. 옥지원 씨(29)는 “구조적 불평등 해소를 위해 청년에게 필요한 것은 양질의 일자리”라며 “기업의 일자리 창조를 장려하는 정책이 급선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외에도 청년의 주거 문제를 해결하고 창업 공간을 보장하는 등의 세부 정책 과제도 제안됐다.

보여주기식 행사?

한편으론 토론회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공동 주최 측 오영훈 의원과 김세연 의원은 토론회에 불참했으며, 나머지 의원마저도 짧은 축사만 남긴 채 자리를 떴다. 참가자 C씨는 “많은 청년을 불러놓고 정치인들은 바로 자리를 떠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라고 따져 물으며 “국회가 청년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말을 믿을 수 없다”라고 분노를 표했다. 토론회가 청년이 참여하기 어려운 시간에 열렸다는 점도 지적됐다. 직장에 연차를 내고 토론회에 참가했다는 D씨는 “일하는 청년이 오후 2시에 국회의사당까지 오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며 청년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오랜 시간 토론해야 하는 주제지만 시간에 쫓겨 제대로 논의되지 못했다”라며 “이벤트성 행사에 그치는 것 아니냐”라고 우려했다.

이날 청년이 내놓은 칸막이의 원인과 대책은 이제껏 수없이 발의됐던 청년 정책의 내용과 다르지 않다. 그만큼 청년이 체감하는 정책의 효용성이 크지 않다는 방증이다. 한국공론포럼 박태순 상임대표는 “이날 토론회는 다양한 청년의 목소리를 나눈 뜻깊은 자리”라고 평가하며 “수렴된 청년의 뜻을 국회에 꼭 전달하겠다”라고 공언했다. 하지만 칸막이가 열린 문이 되기를 바라던 청년들은 도리어 토론회 진행에서 칸막이를 느꼈다. ‘보여주기’식 행사가 아닌 청년의 목소리를 진중하게 듣는 공론장이 더욱 확대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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