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대학원 조영태 교수
보건대학원 조영태 교수

작년 합계 출산율은 0.98이었다. 합계 출산율은 여성 한 명이 평생 가질 것으로 기대되는 자녀의 수인데, 0점대라는 것은 현재 가임기에 있는 여성 중 자녀가 있는 사람보다는 없는 사람이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얼마 전 올해의 합계 출산율은 0.8 수준으로 더 낮아질 거라는 예측이 나왔다. 이렇게 낮은 출산율, 나와는 무슨 관계가 있으며 앞으로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될까?

먼저 아이들의 수가 줄기 때문에 교육과 관련한 수요가 빠르게 줄어들게 된다. 현재 대학교 3학년 정도인 1998년생들은 약 64만 명이 태어났다. 중·고등학교를 지나면서 그래도 한 반에 적어도 30~40명의 학생이 있었다. 한 해에 40만 명대가 태어난 현재 중·고등학생들은 한 반에 25명 내외다. 2017년부터는 30만 명대가 태어났으니 앞으로 교육 수요가 줄어드는 것은 정해진 미래다. 여기서 교육 수요는 공교육만이 아니라 사교육도 포함된다.

학생이 줄어들어 어려워지는 것은 대학도 마찬가지다. 현재 사립대학의 대부분은 1년 운영예산의 거의 70%를 학생이 내는 등록금 수입으로 충당하고 있다. 이 중 약 90%는 교수와 직원들의 인건비로 지출된다. 학생이 줄어들면 대학의 재정이 어려워져 대학들은 신임 교수나 신규 직원 채용을 꺼린다. 대학 관련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일이 지방의 작은 사립대학들만이 아니라 지방의 거의 모든 대학이 4~5년 뒤부터 겪게 될 정해진 미래라는 것이다. 지방에서 대학은 중요한 산업인데, 대학이 흔들리면 지방의 경제도 따라서 무너지게 돼 있다.

20대 인구를 대상으로 하는 각종 산업도 저출산의 한파를 피해 가기 어렵다. 2018년 20~29세는 약 650만 명이었다. 앞으로 20대 인구는 급감해 2025년 약 550만 명, 2030년 약 450만 명이 될 것도 정해진 미래다. 20대는 시장에서 주체적인 소비자로 처음 진입하는 연령대로서 각종 트렌드를 선도하고 미용, 의류, 레저, 여행, 유흥 등 각종 산업 분야에서 매우 중요한 소비자다. 이들이 앞으로 5년 동안 100만 명, 다시 5년 동안 100만 명이 줄어들면 20대를 대상으로 하는 모든 산업은 규모의 경제 축소를 감내할 수밖에 없다.

그럼 혹시 인구가 줄어 20대 청년들의 노동시장 상황은 조금 나아질까? 청와대는 얼마 전 청년 일자리 문제가 2022년경부터 해소될 것이라 전망했다. 25~29세 인구가 2021년까지 증가하다가 2022년부터 줄어들기 때문이라는 이유였다. 산술적으로 보면 그럴 수 있겠지만 현실이 되기는 불가능하다. 현재 수가 많은 25~29세가 30대 초반이 된다고 모두 일자리를 잡는 것이 아니고 2022년에도 여전히 구직 활동을 할 것이어서, 새롭게 청년 노동시장에 진입할 25~29세들은 이들과 불가피하게 경쟁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일 우리나라의 청년 대상 일자리 수가 지금 수준으로 유지된다고 가정해도 청년 일자리 문제는 2030년이 지나야 해소가 가능할 전망이다.

무척이나 우울한 미래다. 그런데 우울하다고 애써 낙관적으로 그리는 것보다는 실제로 다가올 미래의 가장 현실적인 모습을 미리 아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만 다가올 현실에 맞춰 내 미래를 더 잘 설계할 수 있다. 정해진 미래는 사회의 미래지 절대로 개인의 미래가 아니다. 정해진 미래를 미리 알고 어떻게 대응하는지에 따라 내 미래의 ‘밝기’가 결정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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