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취약지와 공중보건 분야에서 복무할 의사를 양성하는 국립공공의료보건대학원(공공의대) 설립 법안이 국회에서 법안 심사를 앞두고 있다. 법안 내용의 핵심은 공공의대에서 학생의 입학금과 수업료, 교재비, 기숙사비 등 경비를 부담하면 졸업 후 의사 면허를 취득한 학생이 10년간 의무적으로 공공의료 관련 복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것이다. 지난달 2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공청회를 개최해 관련 법안에 대한 찬반 의견을 들었다. 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장 등의 설립 찬성 측도 있었으나 대한의사협회(의협) 등에서는 공공의대 운영에 막대한 예산이 소요될 것이라며 강력하게 반대했다.

현재 한국의 지역 간 의료 격차 문제는 심각하다. 지방의료원과 중소병원에서는 충분한 의사 인력이 확보되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제대로 된 공공보건의료 교육 과정을 바탕으로 양성된 전문 인력 또한 매우 부족하다. 2015년 메르스 사태는 공공의료의 현장 전문가와 기획 조정자를 맡을 의사 인력 부재가 얼마나 큰 문제인지를 여실히 보여 줬다.

물론 공공의대를 설립한다고 해서 이런 문제가 완벽하게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공공의대의 정착은 공공의료 영역에 복무할 의사 인력의 공급을 일정 수준 제도적으로 보장할 수 있다. 이번 발의는 시장에 맡겼을 때 충족되기 어려운 공공의료 인력의 안정적인 충원·유지라는 국가 책임을 정책의 방향으로 제시하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공공의대 설립을 통해 해당 분야의 전문가를 계속해서 육성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장기적인 차원에서 우리나라의 공공의료 수준을 제고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의료는 공공성을 지닌다. 그러나 의사 인력을 양성하고 의료 기관에 배치하는 과정에서 경제적인 논리를 배제할 수는 없다. 사회 보험 재정을 갖추고 있지만 의료 서비스 제공이 거의 전적으로 민간 주도로 이뤄지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개인이 자발적으로 공공의료에 복무할 것을 선택하기란 쉽지 않다. 국민의 건강과 복지 수준으로 직결되는 의료계의 문제가 타산적인 이해관계와 깊게 연결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이런 맥락에서 의협이 공공의대 설립법을 반대하는 것은 직역(職域) 이기주의로 비칠 여지가 있다. 이번 발의 내용은 작년에 폐교된 서남의대의 정원 49명을 이어받는 형식으로 추진되는 것으로, 당장 의사 인력 자체의 확대를 꾀해 향후 의사 인력 계획에 무리수를 던지는 방향은 아니다. 오히려 이는 공공 재원을 투입해 제대로 관리되고 있지 못했던 일부 의대 정원이 안정적으로 필수 보건의료·공공의료 영역으로 배치되도록 조치하는 것에 해당한다.

국회와 의협 등 각 주체는 특정 직업의 영역에서만 문제를 바라봐서는 안 되며, 사회 일반의 이익을 염두에 두고서 공공의대 설립이 의료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국회는 공공의대 설립의 목적과 구체적인 시행 내용이 공공의 이익에 부합할 수 있도록 숙고해 법을 제정해야 한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