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의 미래를 생각하며
서울대학교의 미래를 생각하며
  • 대학신문
  • 승인 2019.12.08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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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 원로가 바라보는 서울대의 미래

 

이장무 제24대 서울대 총장 (2006.07 ~ 2010.07)
이장무 제24대 서울대 총장 (2006.07 ~ 2010.07)

1945년 해방 이후 우리나라가 이뤄낸 경제 성장과 민주화는 많은 젊은이의 헌신과 희생으로 이뤄졌다. 현대 역사의 증인인 이들 젊은이의 열정과 실존적 고뇌가 상아탑에서 자유롭게 표출된 곳이 바로 우리 『대학신문』이다. 『대학신문』은 우리나라 대학의 신문을 대표하는 정론지며, 최고의 권위를 이어 왔다. 또한 『대학신문』은 한국 문단의 상징인 대학문학상 시상 60회를 이어오면서 문학계에 새바람을 몰고 온 많은 문인을 배출했다. 『대학신문』 2000호 발간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대학은 인간이 삶을 영위하는 과정에서 필수적인 고등 지적 체계를 세우는 곳이다. 대학에서는 학생들이 연마한 지식을 정리하며 이들의 차원을 더욱 높이고, 한편으로는 지식을 넘어 창조적 상상력으로 학생 자신을 가다듬게 해야 한다. 그러나 대학은 타인과 사회와 국가로 연결 짓는 계기를 만드는 곳이기도 하다. 대학은 깊이와 넓이를 추구하는 것은 물론 대립과 모순의 존재와 그것의 조화와 균형도 중시하는 곳이다. 유럽의 볼로냐(Bologna) 대학과 파리 대학에서 볼 수 있듯이 대학은 지난 8세기 동안 자율적이고 국경을 초월한 자유로운 지적 공동체로 발전해 왔다. 그러나 한편으로 교수와 학생과 직원은 개인으로 존재하는 동시에 대학의 구성원이며 나라와 세계에 대한 사명을 짊어진 사회인이고 세계인이다. 이런 배경을 바탕으로 향후 우리 대학이 나가야 할 방향에 대해 논하고자 한다.

우리 대학이 세계 최고 수준의 학문적 수월성을 확보하고 창조적인 지식을 생산해 우리 사회의 미래를 밝히고 세계와 인류를 위해 봉사하는 세계 속의 초일류 대학으로 웅비하는 일은 우리에게 주어진 시대적 사명이자 도전이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실천적 지혜인 프로네시스 함양을 근간으로, 담장을 허문 열린 공동체를 형성하고, 인문학과 자연과학 등의 기초 학문 교육을 통해 기본을 강화하며, 창의적 아이디어를 생산적으로 창출할 수 있는 다양한 교육 및 연구 프로그램을 계속 도입해야 한다.

둘째, 모든 것이 연결되고 지능화되는 제4차 산업혁명 시대는 새로운 인재상을 요구하고 있으므로 대학의 교육과 연구 방식도 대폭 변화해야 한다. 비판적 사고와 창의성이 강조되고, 전공 분야의 심화는 물론 여러 전공 간의 융합과 협력이 강조되는 교육과 연구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서울대가 2009년에 자유전공학부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을 설립하고 2020년에 데이터사이언스 대학원을 설립하고자 하는 것은 시의적절한 변화로 생각한다. 그러나 인터넷 접속에 의한 유튜브 동영상과 인스타그램 등이 보편화하고 있는 이 시대에 미래 교육은 더 빠르게 혁신적으로 변할 것이다. 이미 대형 공개 온라인 강의(MOOC, Massive Open Online Course)는 대세가 되어 스탠퍼드 대학에서 만든 코세라(Coursera)에는 수천만 명이 접속해서 수강하고 있다. 

셋째, 점차 확대되는 글로벌 시대에는 대학에 전방위적인 국제화가 필요하다. 학생과 교수의 구성은 물론 교과과정, 수업 방식, 연구의 사명과 주제, 국제 협력 등 모든 면에서 빠르게 국제화를 해야 한다. 동남아시아의 싱가포르국립대학과 난양공과대학이 세계적 수준의 대학이 된 것은 바로 범캠퍼스적인 국제화를 실행해 왔기 때문이다. 우리 대학도 외국인 교수와 학생을 크게 늘리고 영어 강의를 더욱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다. 2014년 개교해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미네르바(Minerva) 대학은 학생들이 4년간 샌프란시스코, 베를린, 서울, 런던 등을 옮겨 다니며, 온라인 강의와 토론식 오프라인 수업을 받게 하고 있다. 교육에서 국경이 없는 시대가 올 수 있다.

넷째, 세계의 명문 대학은 그 역사와 전통 못지않게 세계에 크게 기여해 놀라운 감동을 주는 대학이다. 그러므로 우리 대학도 기후변화와 재난, 빈곤, 환경과 같은 우리 인류가 직면한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문제와 위협을 해결하기 위해 선도적인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서울대는 이미 지속가능캠퍼스 선언을 하고, 아시아에너지환경지속가능발전연구소를 설립한 바 있지만, 더욱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대학의 미래에 필수 불가결한 부분이 대학의 변화를 이뤄내는 데 필요한 재원의 확보와 장기적인 대학 행정의 리더십이다. 외국 명문인 하버드 대학의 연 예산은 6조 원에 이르고, 발전기금도 약 45조 원을 상회하고 있다. 현재 우리 대학은 지난 10년간의 등록금 동결과 빈약한 국비 지원으로 발전이 정체되고 있다. 또한 외국 유명 대학 중에는 총장의 평균 임기가 17년에 달하는 대학도 있다. 학장과 학과장의 임기도 유사하다. 우리나라 대학과 같이 2~4년에 임기가 끝나는 리더십으로는 큰 변화를 이룰 수 없다. 대학이 바로 미래의 국가 운명을 결정 짓는 것을 명심해서 우리 모두가 대학을 올바른 방향으로 변화시키고 힘을 다해 지원해야 할 것이다.

지난 70여 년간 우리나라를 피와 땀으로 민주화와 경제 성장의 나라로 힘차게 일으켜 세운 주역 중 상당수가 서울대인인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많은 사람이 학계, 산업계, 재계, 정·관계, 예술문화계 등 각 분야의 선두에서 도전하고 성공을 이뤄 냈다. 노벨상 후보에 오르고 있는 많은 사람이 서울대 동문이다.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 등의 성공 신화와 기적을 이룬 CEO와 핵심 직원이 우리 동문이다. 요즈음 한류의 선두에서 “작은 것들을 위한 시” 등의 감미로운 음악으로 세계적 명성을 누리고 있는 아이돌 그룹 BTS의 성공은 이 그룹을 이끌고 있는 방시혁 대표에 의해 이뤄졌다. 방 대표는 우리 대학 미학과를 졸업했다. 우리 대학 인문학의 힘이다. 우리 주변의 모든 분야에서 이러한 기적을 만들고 있는 많은 사람이 서울대인이다. 서울대인이 만들어 가는 많은 기적이 이어지는 한 서울대의 발전은 무궁할 것이다.

 

이장무 제24대 총장(2006.07 ~ 20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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