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호 특집 | 전 편집장 회고

이경인 제61대 편집장(2017. 7. 1~2017. 12. 31)
이경인 제61대 편집장(2017. 7. 1~2017. 12. 31)

지난 봄에 최은영 작가의 「몫」을 읽고 괜히 마음이 가라앉았던 기억이 있다. 소설이 그려내는 학보사 경험에 공감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 공간의 답답함이나 그 안에서 느낀 사명감에 가까운 책임감이 한꺼번에 느껴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학보사는 글은 잘 쓴다는 내 근거 없는 자신감을 처음으로 깨뜨린 공간이면서, 「몫」의 해진이 그러했듯 그래도 글을 쓰면서 살아가야 할 것이라는 확신을 준 공간이었다. 한편, 희영이 말하는 편집부의 기만을 나 또한 별다른 성찰 없이 반복했다는 반성도 했다. 나 역시도 사회의 부정의에 대해 『대학신문』이 나름의 목소리를 낸다는 사실, 그저 글로 그런 이야기를 풀어냈다는 사실 정도에 너무도 크고 안일한 만족감을 느꼈으니 말이다.

2000호의 발행을 축하하는 글로서는 너무 가라앉는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닌가 싶지만 사실 학보사는 내게 ‘행복’보다는 ‘괴로움’으로 먼저 기억되는 곳이다. 물론, 그만큼 ‘귀중함’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기억이기도 하다. 학보사에서의 네 학기가 참 다사다난했는데, 그 현장에 뛰어들지 않았다면 평생 해 보지 않았을 고민과 절대로 겪지 않았을 사건을 지나오며 스스로 많이 성장했다고 느낀다. 학술부 기자로 있으면서 관심조차 둬본 적이 없는 다양한 분야의 학문을 접했고, 그 경험이 대학원 진학을 결정하는 데도 도움을 줬다. 정치적 감각이 생겼고, 편집장을 맡으며 한 조직을 운영하는 책임을 진다는 것의 무게감을 실감하기도 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가르침을 꼽자면, 스스로가 지금 제 몫을 얼마나 해내고 있는가를 가늠하는 법을 익혔다는 것과 조급해지기보다는 주변을 돌아보며 상황을 판단하는 침착함을 키웠다는 것을 들 수 있겠다. 지금의 ‘나’는 어떤 사람이고, 내가 서 있는 주변은 어떤 곳인지, 그리고 지금의 내가 써내는 글은 얼마나 적실한지를 가늠하고, 그것이 내가 지금 당장 해내야 할 나의 몫인지를 돌아보는 것. 학보사의 여러분 모두가 『대학신문』을 통해 그런 것을 배워갈 수 있기를, 그래서 단순히 괴롭기보다는 값진 경험으로 학보사가 기억되기를 바란다. 더불어, 『대학신문』을 읽을 독자들이 학보사 구성원 모두가 벌인 치열한 고민과 노력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그렇게 학보사로서 해야 할 몫이 더욱 커지는 『대학신문』이 되기를 기대한다. 2000호의 발행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이경인 제61대 편집장(2017. 7. 1~2017. 12.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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