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잡이(Rathunt)

이재빈

〈등장인물〉 

쥐사냥꾼 
프로듀서
카메라맨
쥐사나이

 

희미한 달빛만이 서늘하게 배추밭을 비추어 고요하고 어두운 밤. 

무대는 어느 작은 지방 소도시에 있을 법한, 누군가가 목조로 손수 지은 것 같은 고즈넉한 시골집이다. 집 안에는 졸업장과 졸업 사진이 깨끗하게 닦인 액자에 담겨 걸려 있고, 한 쪽 벽에는 보란 듯이 엽총 한 자루가 걸려 있다. 바닥은 나무판자가 깔려 있는데 양말을 신고 걸으면 뽀드득 뽀드득 소리가 날 것 같이 매끈하다. 집 앞에는 드넓은 배추밭이 펼쳐져 있어서 푸르스름한 달빛을 받아먹는데, 집 안 창문에서 한 눈에 내려다보인다. 배추밭 사이에는 창고로 쓰이는 것처럼 보이는 낡은 헛간이 하나 있고, 집 앞 마당에는 군데군데 피가 묻은 파란색 낡은 트럭과 방송국의 취재 차량으로 보이는 봉고차가 주차되어 있다.  

막이 오르면 무대 중앙에는 쥐사냥꾼이 삐걱거리는 안락의자에 앉아 있고, 그 주위를 방송 프로듀서가 두리번두리번 돌아다니며 수첩에 무언가를 적으며 쥐사냥꾼의 집을 구경하고 있다. 한 쪽 구석에서는 카메라맨이 촬영을 준비하기 위해 장비를 정리하며 인터뷰를 위한 카메라와 여러 장비들을 세팅하고 있으나 능숙해 보이지는 않는다. 

프로듀서 : 이거 좀 곤란한데요?

프로듀서가 집구석 구석을 돌아다니다 당황한 표정으로 말을 잇는다. 

프로듀서 : 생각보다 집이 너무 말끔하세요. 저희가 생각한 그림은 이런 게 아닌데

쥐사냥꾼 : 이런 게 아니면?

프로듀서 : 좀 더 낡고 허름하고, 

카메라맨 : (여전히 카메라를 세팅하면서) 왜, 그 세상을 완전히 등진 것 같은 느낌 있잖아요.

쥐사냥꾼 : 왜, 그 지방 농사꾼치고 너무 잘 차려 놓고 산다, 이겁니까?

프로듀서 : 아니, 그래도 저희가 서울에서 귀농한 인간이라고 멘트를 치면 시청자들 머릿속에 기본적으로 세팅된 이미지가 있으니까요.

카메라맨 : (카메라 세팅을 마무리하면서) 그 이미지에 맞출 필요가 있는 거지요. 

프로듀서 : 그리고 발음도 너무 정확하세요.

카메라맨 : (녹음 장비를 체킹하며) 사투리를 생각보다 안 쓰시네요.

쥐사냥꾼 : 원래 고향이 서울이라니까요.

프로듀서 : 이것 참... 대본을 써드릴 수 도 없고

쥐사냥꾼 : 나보고 어쩌란 말이요?

프로듀서 : 촬영하는 날 저희 스텝들이 미리 와서 작업을 좀 해야 할 것 같아요. (돌아다니며 화면을 머릿속으로 구상하듯이) 헛간에 있다는 시체들도 여기 저기 널어놓고. 벽이랑 바닥에 피도 좀 이리 저리 흩뿌리고. 

카메라맨 : 그죠. 제가 보기에도... 지금은 사냥꾼의 집이라기에는... 너무 평화롭네요. 

프로듀서 : (짐승처럼 코를 킁킁거리며) 피 냄새도 하나도 안 나구요.

쥐사냥꾼 : 나야 뭐... 계약대로만 한다면야 상관없습니다.

프로듀서 : 좋아요. 그럼 작가랑 이메일로 얘기하셨던 부분을 다시 한 번 정리해 볼게요. (수첩을 꺼내 확인하며) 선생님은 십삼년 전에 영업 사원으로 근무하시던 육종 회사에서 잘리고... 

쥐사냥꾼 : 명예퇴직이었죠.

프로듀서 : 네. 그래서 평소에 영업 뛰던 마을 중 하나를 골라 내려오신 거죠. 깡촌에 홀몸으로. 

쥐사냥꾼 : 그렇죠. 그라고 배추 농사를 시작한 거고.

프로듀서 : 배추 농사를 지으시는데 갑자기 불어난 쥐들 때문에 피해가 너무 커졌던 거죠?

쥐사냥꾼 : 아, 첨에는 고 것들 뭔지도 몰랐어요. 요 팔뚝만한 놈들이 야밤에 배추밭 사이를 야금야금 돌아 댕기니까 거 살쾡이나 멧돼지인줄 알았지.

카메라맨 : 아니, 아무리 그래도 멧돼지랑 헷갈려요?

쥐사냥꾼 : 못 봐서 하는 소리에요. 옛날 토종 한국 쥐들은 점잖아서 양상군자라고 했는디, 요놈들은 외국물 먹어서 그런가 잽싸고 거칩디다.

프로듀서 : 공식 명칭이 뉴트리아인가요?

카메라맨 : 뉴트리아... (왠지 우습다는 듯) 이름 한 번 멋지네요...

쥐사냥꾼 : 고렇게 부르는 것 같습디다. 암튼 고 것들이 여름에 날파리 꼬이는 것 마냥 오진장 꼬이더라구요. 

프로듀서 : 그래서 직접 신고를 하신건가요? 아니면 마을 사람들이 신고를 하셨나요?

쥐사냥꾼 : (고개를 저으며) 보시다시피 요새 지방에는 사람들 코빼기도 안 뵈고... 해서 혼자 잡다가... 우연히 알게 된 거요. 고 놈들 나라에서 정한 유해종이더만. 한 마리 당 포상금이 사십 만원이라는데, 얼추 세어보니까 요지껏 때려잡은 놈들만 해두 돈벌이가 솔찬히 된다 싶지 뭡니까... 그 길로 배추 농사는 단박에 때려 치고 아싸리 쥐잡이에 발 벗고 나선 거요. 

프로듀서 : 그 커다란 놈들을 어떻게 잡으신 건가요? 만만치는 않았을 텐데요.

쥐사냥꾼 : 처음에는 밭고랑에 고라니 잡으라고 맨든 큼직한 덫을 놓고 걸리는 족족 몽둥이로 때려잡았지요. 나중에는 성에 안 차서... 저기 저 엽총 보이죠? 허가증 받아서 산건데요 저게. 저거 들고 배추 나르던 트럭 타고서 이 마을 저 마을 돌아 댕기믄서 닥치는 대로 쏴 죽였는데... (손가락으로 방아쇠를 당기는 동작을 하며) 그 손맛이 죽여줍디다. 

프로듀서 : 포상금이 일 억이 넘는다던데, 사실인가요?

카메라맨 : 와!

쥐사냥꾼 : 내가 잡은 게 있는디... 얼매나 잡았는지 알아요?

프로듀서 : 얼마나요?

쥐사냥꾼 : 오늘 잡은 놈까지 해서 구백사십칠마리를 잡았습니다. 천 마리를 채우려고 했는데...

프로듀서 : (생각보다 많은 숫자에 놀라서 적으며) 구백사십칠...

쥐사냥꾼 : (핸드폰을 바지 주머니에서 꺼내며) 요것 좀 봐요. 요것.

쥐사냥꾼이 핸드폰 속 사진에 찍힌 쥐 시체들을 프로듀서에게 보여준다. 옆에서 인터뷰를 촬영하던 카메라맨도 사진을 보려고 다가온다. 

카메라맨 : (사진을 보고 기겁을 하고는 고개를 돌리며) 우웩...  

카메라맨이 핸드폰 속 사진들을 못 견뎌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쥐사냥꾼은 왠지 남이 쉽사리 처다 보지도 못 하는 것을 자신이 다루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 한 곁이 살짝 우쭐해진다.

쥐사냥꾼 : (핸드폰을 바지 호주머니로 집어넣으며) 한 장당 사십만원이라고 생각하면 얼마나 사랑스러워요. 자랑스럽기도 하구.

프로듀서 : 포상금은 어떻게 받나요?

쥐사냥꾼 : 요새는 죄다 전산화가 되어 있으니께 사진만 전송하면 바로 계좌로 돈을 쏴주지요. 항상 그랬는디... 딱 한 번 동사무소 직원이 찾아온 적이 있긴 합니다. 와서 아까 피디 양반 맨치로 집을 구석구석 둘러 보더만요. 

프로듀서 : 왜요?

쥐사냥꾼 : 몰라요. (낄낄대며) 곳간에 쥐라도 키우는 줄 알았나 보쥬?

모두가 쥐사냥꾼의 핸드폰 속에 담긴 사진을 보고 있는 중에 핸드폰 벨소리가 울린다. 

쥐사냥꾼 : (통화를 받으며) 잠시만요

쥐사냥꾼이 전화를 받으며 퇴장한다. 무대에는 잠시 프로듀서와 카메라맨만 남는다.

프로듀서 : 이걸로는 분량이 나오지 않을 것 같은데 

카메라맨 : 사냥 장면을 직접 찍으면 좋을 텐데요.

프로듀서 : 그러다 허탕 치면 이도저도 안 되는 거야.

카메라맨 : 그럼 사냥은 재연으로 가나요?

프로듀서 : 그래야지. 그게 안전하니까. 실사로 뽑을 수 있는 걸 최대한 뽑아야 되겠는데... 뭐, 생각나는 거 없어?

카메라맨 : 우리가 저 인간을 가지고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요

프로듀서 : 긑세... 아무튼 이번엔 약한 건 안 돼. 보는 이들 마음에 불을 확 지를 수 있는 그런 화끈한 영상이 필요하다는 거야... 무슨 말인지 알지? 

전화를 마친 쥐사냥꾼이 무대 위로 다시 돌아온다.

쥐사냥꾼 : 아이고 미안합니다... 마누라가 병원에 있어서...

프로듀서 : 몸이 편찮으신가요?

쥐사냥꾼 : 임신을 했습니다. 지금 출산을 앞두고 있어서... 내가 참... 정신이 하나도 없네요.

프로듀서 : 아이고, 지금 여기 이러고 계셔도 괜찮은 건가요?

쥐사냥꾼 : 뭐 어쩌겠어요. 연락이 오면 바로 달려가 봐야 되기는 하는데, 아직은 여유가 좀 있는 모양입니다.

카메라맨 : 당연히 혼자 사는 줄 알았는데. 어쩐지 집이 너무 말끔하더라.

프로듀서 : 그럼 촬영 날에 부인 분께서도 집에 계시는 건가요? 미리 합을 좀 맞춰봐야 할 텐데요.

쥐사냥꾼 : 네... 그치만 뭐... 신경 쓰지 말아요.

프로듀서 : 그래도 화면에 잡히시고. 인터뷰도 들어가면 재미있을 것 같은데

쥐사냥꾼 : 우리 마누라는 한국말을 못 합니다. 

프로듀서 : 네?

쥐사냥꾼 : 그게 그... 우즈베키스탄 사람이거든요. 그래서 못 합니다. 

프로듀서 : 아... 그렇군요. 그러면 먹는 것도 많이 다르실 텐데.

쥐사냥꾼 : 먹는 거야 뭐... 사람이 한국에 살믄 한국 사람처럼 먹어야죠. 안 그래요?
 
갑자기 어떤 생각이 번뜩 떠오른 프로듀서가 쥐사냥꾼의 말을 끊는다. 

프로듀서 : 어... 선생님.... 제가 아이디어가 하나 떠올랐는데요... 음...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릴께요. 작가랑 얘기를 하셨겠지만, 뉴트리아로부터 마을을 지킨 파수꾼 아저씨! 이것만으로는 좀 화면이 약할 것 같아요. 그래서 저희가 새로 구상한 그림은 선생님께서 사냥한 쥐를 잡수시는 거에요.

쥐사냥꾼 : 쥐를 먹으라구요?

프로듀서 : 네, 쥐를 먹는 거죠. 지방 사람들은 안 먹는 게 없잖아요. 개도 먹고. 뱀도 먹고. 

쥐사냥꾼 : 쥐는 안 먹는데요. 

프로듀서 : 그렇죠. 쥐를 안 먹으니까. 

카메라맨 : (씩 웃으며) 그러니까 방송이 재밌는거죠.

카메라맨이 아이디어가 기똥차다는 듯 뒤에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쥐사냥꾼 : 에이... 난 못 해요. 

프로듀서 : 한 번도 쥐를 드셔본 적이 없나요?

쥐사냥꾼 : 없지요.

프로듀서 : 그렇게나 많이 죽이고도요? 저라면 호기심에라도 입에 한 번 대보기라도 했겠어요.

쥐사냥꾼 : 아 고런 적 없다니까요.

카메라맨 : (불쑥 끼어들며) 저... 아내가 다른 나라에서 왔다고 했죠?

쥐사냥꾼 : 근디요?

카메라맨 : 다른 나라에서는 여기 사람들이 생각지도 못하는 짐승들까지 잡아먹는다고 들었는데. 개 잡아 먹는 것도 전세계에서 여기 한국에서만 그러는 거라면서요? 혹시 누가 알아요? 어디였더라? 우즈... 우즈벡?

프로듀서 : 우즈베키스탄

카메라멘 : 우즈베키스탄. 그 나라에서는 임신한 여성이 쥐를 잡아먹는다던가 뭐 그런 풍습이 있는 거 아니에요? 

프로듀서 : 어... 그럴 듯 하네요. 저도 언젠가 티비에서 한 번 봤던 것 같아요. 어느 나라인지는 모르겠는데... 논두렁에서 쥐를 잡아서 볏집에다가 모조리 넣어서는 불을 붙여 통째로 구워버리지 뭐에요. 

카메라맨 : (몸서리가 처진다는 듯) 에구구. 잔혹스럽기도 해라. 

쥐사냥꾼 : 거... 참.... 그딴 거 없대두 자꾸만 이상한 소리를 했쌌네.

카메라맨 : 어떻게 알아요? 말도 안 통한다면서요.

프로듀서 : (카메라맨을 말리며) 야야... 고만하고... 생각 좀 해보자고...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흐른다. 쥐사냥꾼의 표정에 불쾌한 기색이 역력하다. 그러나 프로듀서는 방향을 바꿔서 자신의 계획을 다시 밀어 붙이기로 한다.

프로듀서 : 자자... 그럼 이런 건 어떨까요, 선생님. 선생님 부인 분께서는 고향에서 먹던 요리가 너무나 그리우셨던거죠. (점점 자신의 아이디어에 심취해서) 그리고 선생님께서는 단지 돈 벌이가 아니라 임신한 아내 분을 위해서, 뭐라도 해 먹이려고 그렇게나 열심히 쥐를 잡아 죽이셨던 거구요. 

카메라맨 : (옆에서 말을 보태며) 마지막에 로맨틱한 음악을 넣어드릴 수 있어요.

프로듀서와 카메라맨의 말을 듣던 쥐사냥꾼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잠시 고민하더니 말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무대 밖으로 향한다. 

프로듀서 : (자리에서 일어나는 쥐사냥꾼을 따라가며) 혹시 지방에서도 유투브라는 걸 보세요? 서울에는 먹방이라는 게 유행이라, 예전에 지 겨드랑이 사이에 밥을 비벼서 먹는 걸로 떼돈을 번 인간도 있었어요.

카메라맨 : 푸하하하하 그거 진짜 웃겼는데. 완전 개또라이인 줄 알았는데.

프로듀서 : 서울 사람들은 돈만 준다면 뭐든지 하니까요.

카메라맨 : 정말 뭐든지 다 하죠.

쥐사냥꾼이 무대 밖에서 죽은 쥐가 들어 있는 쌀포대를 질질 끌고서 들어 온다. 쌀포대의 밑바닥에는 피가 묻어 있다. 

쥐사냥꾼 : 자, 서울 양반들. 이리 와서 한 번들 보쇼.

쥐사냥꾼이 쌀포대를 열어서 프로듀서와 카메라맨에게 죽은 쥐의 시체를 보여 준다.

카메라맨 :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코를 싸매며) 많이도 죽였네...

프로듀서 : (쌀포대 안을 보다가 카메라맨에게) 야! 뭐해! 보고만 있지 말고 얼른 카메라 가져 와서 찍지 않고.

카메라맨이 카메라를 들고 와서 쌀포대 안에 담긴 쥐 시체를 촬영한다. 

쥐사냥꾼 : (쌀포대에서 죽은 쥐 한 마리를 꺼내들며) 이 놈을 먹으면 얼마를 줄려요?

프로듀서 : (잠시 생각하다가) 원하는 페이가 어떻게 되시죠?  

쥐사냥꾼 : 어디 보자... 원래 받기로 했던... 출연료가 사백만원이었습니다. 그죠? 쥐 열 마리 값이죠.

프로듀서 : 네. 그렇죠.

쥐사냥꾼 : 나는요. 총으로 쥐를 잡아서 먹고 사는 사람입니다. 그러다 보니... 뭐든지 쥐로만 보이는 거요... 쥐로 보이는데... 보니까 당신네들한테는 저 카메라가 나한테 총 같은거죠. 안 그래요? 그라니까 요랗게 합시다. 당신들이 원하는 동작을 내 하나씩 할 때마다 쥐 한 마리씩 얹어 주시오. 

프로듀서 : 그러니까 출연료를 사십 만원씩 추가해 달라는 말씀이시죠? 

쥐사냥꾼 : 바로 고거지.

프로듀서가 쥐사냥꾼의 제안을 듣고 잠시 고민하다가 어떻게 생각하냐는 듯이 카메라맨 쪽을 한 번 슬쩍 처다 본다. 카메라맨은 안 될 게 뭐 있냐는 듯 부드럽게 어깨를 한 번 으쓱한다.

프로듀서 : 뭐...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제안 같네요. 그럼 우선 죽은 쥐를 손질하셔야겠어요. 털을 뽑고 가죽을 벗기세요. 그러고 선생님 부인께서 출산하고 돌아오셨을 때, 쥐백숙을 대접하는 거죠!

카메라맨 : 우리 한국 사람들 보양식이라면 환장들을 하니까!

프로듀서 : (카메라맨에게) 아까 한국 사람은 아니라고 하셨잖아.

카메라맨 : 밑에 멘트 하나 깔면 되죠 뭐. 완전 한국 사람 다 됐네! 

프로듀서가 해야 할 일을 설명하는 동안, 쥐사냥꾼은 손가락을 접어가며 동작의 개수를 센다. 

쥐사냥꾼 : 쥐 네 마리를 더해야겠구만... 가만 있자... 손질도 내 손으로 해야 되는 거요?

프로듀서 : 어... (카메라맨을 보며) 너가 할 수 있지?

카메라맨, 순간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그것만은 도저히 못 하겠다는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쥐사냥꾼 : 내가 해도 상관은 없지요 뭐. 나중에 정산만 잘 해주쇼.

프로듀서 : 네, 그럼 그렇게 하죠. 어... 그럼 오늘 찍을 수 있는 건 최대한 찍고 갈까요? 죽은 쥐를 다듬는 장면을 미리 찍고 가도 괜찮을 것 같은데, 그렇지?

카메라맨 : 화면은 많이 따면 딸수록 좋죠. 촬영 당일에 여유가 많아지니까요.

쥐사냥꾼 : 미안한데 오늘은 내가 좀 곤란헌데.

프로듀서 : 혹시 무슨 일이라도 있으신가요?

쥐사냥꾼 : 거... 실은 내일 아침이 출산 예정이거든요. 오늘은 손에 피 묻히는 게 영 내키지가 않네요.

프로듀서 : (어이없다는 듯) 그건 뭔... 이 지방 미신 같은 건가요?

쥐사냥꾼 : 늘그막에 어렵싸리 애를 가졌는데... 출산일이 다가오니까 조금 불안해서 그럽니다. 요새 잠자리도 영 뒤숭숭헌게... 어제는 이 나이 처먹고 악몽을 다 꿨다니까요.

프로듀서 : 무슨 꿈을 꾸셨죠?

쥐사냥꾼 : (잠시 머뭇거리다) 내 마누라가... 쥐를 낳는 꿈이었어요. 

프로듀서의 표정이 순간 일그러진다. 반면, 카메라맨은 그 이야기가 흥미롭다. 

프로듀서 : 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하세요. 

쥐사냥꾼 : (멋쩍어서) 왜, 옛날에 고 얘기 못 들어보셨나? 손톱 함부로 깎지 말라는 이야기 있잖아요. 야밤에 손톱 깎고 아무디나 버리면 집에 숨어 살던 쥐새끼들이 고새 홀라당 주워 먹고 사람으로 변한다고... 

쥐사냥꾼이 이야기를 이어가려다가 프로듀서의 반응이 떨떠름 하자 말을 중단한다.

카메라맨 : 음... 그럼 저는 (카메라를 삼각대에서 분리하며) 배추밭에 가서 인써트로 쓸 수 있는 소스들 좀 따올께요.

카메라맨, 카메라를 들고 무대 밖으로 퇴장한다.

프로듀서 : 뭐, 이제 촬영 준비도 얼추 마무리 됐고, 일주일 뒤에 뵈면 되겠네요.

프로듀서가 자리에서 일어나고 쥐사냥꾼도 배웅을 나갈 채비로 자리에서 일어난다. 

쥐사냥꾼 : (자리에서 일어나며) 네, 그럼 고렇게 하고...

프로듀서 : (나가려다 뒤돌아서 문득 질문이 떠올랐다는 듯) 선생님, 궁금한 게 있는데요, 저희가 다시 오는 일주일 동안도 쥐를 죽이러 다니실 건가요?

쥐사냥꾼 : 아 고걸 질문이라고 하나? 사람이 놀아서 뭐 한데요? 한 놈이라도 더 잡아야지.

프로듀서 : 이미 많이 잡으셨잖아요. 그렇게까지 잡는 이유가 뭐죠? 먹지도 않으면서. 배추밭을 망친 복수인가요?

쥐사냥꾼 : 서울에 돌아갈라고.

프로듀서 : 서울에요?

쥐사냥꾼 : 말했지만은, 나는요 원래 서울 사람이었는데, 인생이 줄창 꼬이는 바람에 이 지방 구석탱이까지 쫓겨 온 겁니다. 유배 온 선비 마냥.

프로듀서 : 어... 제가 보기에는 선생님... 음... 지금 사시는 모습 좋아보이시는데요.

쥐사냥꾼 : 뭐, 지금이야 요 한적한 동네에서 요렇게 쥐 죽은 듯이 사는 것도 고렇게까지 나쁘지는 않습디다. 나쁘지는 않은데... 조만간 태어날 내 새끼 생각하면 요런 곳에서야 살 수가 없지.

프로듀서 : 공기도 맑고, 뛰어놀 곳도 더 많고. 서울보다 훨씬 낫지 않나요?

쥐사냥꾼 : (고개를 단호하게 저으며) 그건 피디양반이 잘 몰라서 하는 말이에요. 내 살아보니까는... 이 대한민국에서는요, 어디서 태어나느냐가 평생을 결정합디다. 내 새끼가 여기 여 지방 촌구석에서 태어나서 촌놈으로 자라면, 평생 서울만 바라보고 사는 사투리 인생을 살게 되는 건데... 그걸 누가 책임집니까? 가뜩이나 지 애미가 한국말도 못 하는데... 

내가 지금 이래 뵈도 사대 째 저기 저 사대문 안쪽에 살던 서울 토박이였는디, 젊은 사람이라 잘 모르겠지만... 우리 어렸을 때는 서울도 여 근방이랑 별 다를 바가 없었드랬습니다. 그 때는 달마다 쥐 잡는 날이 있었는데, 마을마다 동네 장정들이 모여서 골목골목 돌아 댕김서 쥐를 잡고는 했었는디, 우리 아버지는 그 천성이 게을러터진 양반이라 마을 사람들이 동네 쥐들 다 잡고 나면은 그제야 어슬렁 어슬렁 기어 나와서는 잡는 시늉만 했어요. 

어떻게나 게으른 양반이어서... 남들이 눈치 빠르게 강남에 땅 사고 집 사고 할 때도 멀뚱멀뚱 지켜만 보고 서 있고, 남들은 학원에 과외에 이것저것 붙여다가 대갈빡 모자란 지 새끼들 명문대 보내고 유학 보내고 해서리 지금 의사다 판검사다 교수다 떵떵거리면서 사는디... 우리 게으르신 양반은 고때도 눈만 덩그랗게 뜨고 멀뚱멀뚱 보고만 있었다는 거 아닙니까?

지금도 종종 요런 생각을 합니다. 고 때 고 속 터지는 양반이 쥐를 쬐금만 더 부지런허게 잡는 인간이었드라면... 지금 내 인생도 달리 생겨먹었겠죠. 안 그래요? 그랗게 보면은요. 요따구로 생겨먹은 세상에 얼굴 비집고 나올 내 새끼를 위해서라믄 쥐를 계속 부지런히 잡아야죠. 내 새끼는 남들한티 쥐 잡듯이 갈굼이나 먹고 사는 그런 삶을 살게 할 수는 없잖아요? 나는요, 꼭 천 마리 다 채워서 서울로 올라갈랍니다. 

갑자기 무대 위로 다리를 절뚝거리는 카메라맨이 뛰어 올라온다. 카메라맨의 발목에는 피가 흐르고 있다. 

카메라맨 : (다급하게) 촬영하는데... 갑자기 튀어나와서... 발목을... 

쥐사냥꾼이 놀라서 카메라맨에게 다가간다. 

쥐사냥꾼 : (물린 상처를 보고는 잠시 생각하다가) 어이! 거 혹시 배추밭 헛간에라도 들어 간거요?

카메라맨, 고개를 끄덕거린다.

쥐사냥꾼 : (혼자말로) 거 참... 뭐하러 거런 곳까지 쥐새끼마냥 겨들어 가서는 말썽이래... 말썽을... 

쥐사냥꾼이 벽에 걸려있는 엽총을 들어 걸쳐 메고 배추밭으로 나갈 채비를 한다. 

쥐사냥꾼 : 그... 잡아 놨던 쥐새끼들 몇 마리가 아직까정 목숨 줄이 붙어있었든 모양입니다. 걱정 말고 여 좀 있어 봐요. 금방 올테니께.

쥐사냥꾼이 엽총을 들고 무대 밖으로 퇴장한다.

프로듀서 : (카메라맨의 상처를 확인하며) 혹시 찍었어?

카메라맨 : (아픔을 참으며) 뭘요?

프로듀서 : 너 문 것 말이야. 카메라에 찍었냐고. 

카메라맨 : 모르겠어요. 나중에 확인 해 볼께요. 근데 그게 쥐가 아니었어요. 

프로듀서 : 쥐가 아니면?

카메라맨 : 어두워서 잘 보지는 못 했지만... 사람 같기도 하고 쥐 같기도 했어요... 구별하기가 힘들더라구요... 

카메라맨이 말을 하는 틈에 뒤에서 사람 몸통에 쥐 머리가 달린 쥐사나이가 숨을 헐떡이면서 등장한다. 쥐사나이의 목에는 밧줄로 만든 목줄이 걸려 있고, 입 주변에는 피가 묻어 있다. 

쥐사나이 : (숨을 헐떡이며) 잠시만요, 잠시만요, 많이 놀라셨죠?

갑작스러운 쥐사나이의 등장으로 프로듀서와 카메라맨이 화들짝 놀란다.

카메라맨 : 아니 아까 그...

쥐사나이 : (다급하게) 놀라지 마세요. 놀라지 마세요. 저는 이상한 사람이 아니에요. 잠깐 제 말 좀 들어보세요.

프로듀서 : 꼴이... 왜... 이래요?

쥐사나이 : 미안해요... 고의가 아니었어요. 제가 노렸던 건 사냥꾼이었는데... 너무 캄캄해서 보이지가 않았어요.

카메라맨 : 뭔 소리를 하는 거야. 똑바로 좀 말해 봐요.

쥐사나이 : 잡혀왔어요. 늙은 사냥꾼이 헛간에 가둬 두고, 사냥할 때마다 사냥개처럼 부려먹었어요. 그게 그 둔해 빠진 놈이 그렇게나 많이 죽일 수 있었던 이유죠...

프로듀서 : 그럼... 지금까지 이 집에 감금되어 있던 건가요? 

쥐사나이 : 네... 맞아요... 더 끔찍한 건 뭔 줄 아세요? 그 놈은 쥐를 죽이고 나면 사진을 찍은 다음에... 죽은 쥐를 저에게 먹이로 주었어요. 그래서... 저는 그동안 죽은 쥐를 먹고 살았어요. 작은 헛간에 갖혀서.

프로듀서 : 그래서 당신한테 온통 피냄새가...

카메라맨 : (얼굴을 찌푸리며) 내내 쥐를 먹고 살았다고?

쥐사나이 : 네... 처음에는 죽어도 안 먹으려고 했는데... 한 사흘 굶으니까 눈에 뵈는 게 없더라구요... (입맛을 다시며) 생각보다 먹을만 하기도 하고... 특히 초장이랑 같이 줄 때는...

카메라맨 : 원래 초장 바르면 다 맛있어. 

카메라맨이 갑자기 통증이 몰려왔는지 신음소리를 낸다.

카메라맨 : 아얏 

쥐사나이 : 아차차. 발목을 문 건 정말 미안해요. 오늘 달이 어둡길래 (자신의 튀어나온 이빨을 가르키며) 이빨을 날카롭게 갈고 밧줄을 갉아서, 사냥꾼이 헛간에 들어오면 바로 물어뜯고 도망가려고 준비하고 있었는데 그게 하필 당신이 들어와서...

카메라맨 : 난 첨에 무슨 쥐덫이라도 밟은 줄 알았다니까! 
 
쥐사나이 : 당신한텐 정말 미안해요. 미안한데... 저 좀 빨리 좀... 이 집에서 데리고 나가주세요... 제발 부탁드릴께요... 

쥐사나이가 프로듀서와 카메라맨 앞에서 간절하게 사정한다. 

프로듀서 : 어쩐지 처음 제보를 받았을 때부터 뭔가 이상하다 했어... (카메라맨을 바라모며) 그치? 사람 혼자 힘으로 이렇게 많이 죽이는 건 불가능하거든... 

카메라맨이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거린다.   

프로듀서 : 어... 우선, 빨리 본사에 연락을 하고 여기를 떠야 할 것 같아요. (자리에서 일어서며) 이리로 따라오세요.

프로듀서, 카메라맨, 쥐사나이가 정신없이 무대 위를 빠져나가다가 카메라를 두고 온 것을 확인하고 다시 급하게 무대 위로 돌아온다. 

카메라맨 : 아이씨. 내 카메라

프로듀서 : 너는 카메라맨이라는 놈이 멍청하게...

그 순간 엽총을 손에 든 쥐사냥꾼이 무대 위로 다시 등장한다.

쥐사냥꾼 : 아이고... 어디를... 고렇게들 급하게들 가십니까... 

순간 무대에 정적이 흐른다. 
 
프로듀서 : 선생님... 이... 이... 이 사람은 뭐죠?

쥐사냥꾼 : 아 고것을 내가 어찌 안대요? 고냥 하수구에서 주워가지고 내 새끼마냥 몇 년을 애지중지 키운 놈인디요...

쥐사냥꾼이 엽총을 손에 들고 서서히 다가온다. 

프로듀서 : 선생님... 이러시면 안 되어요...

카메라맨 : 적당히 좀 하죠. 적당히 좀.

쥐사냥꾼 : 발견하자마자 관에 신고를 안 한 것은 지 잘못이라지만... 뭐 어때유? 쥐새끼들 하는 말들 신통방통하게 알아 처먹는 저 놈 땜시 늙어빠진 노인네가 쥐라도 잡으면서 먹고 산 것이제. 고런 거라도 없었으면 농사짓던 놈이 뭔 놈의 수로 하루 아침에 사냥을 하고 다니겄냐 이 말이어요, 내 말은요. 그라요, 안 그라요? 

(사이)

쥐사냥꾼 : 여보슈, 저기... 저 카메라 양반...

카메라맨 : 에? 

쥐사냥꾼 : 저기 저 놈 저거 저... 얼굴짝은 찍었어유?

카메라맨이 그제야 생각났다는 듯 카메라를 확인하면서 대답한다. 

카메라맨 : 아뇨, 아직... 

카메라맨이 카메라를 돌려서 촬영을 하려는 자세를 취하자 쥐사냥꾼이 황급히 총부리를 돌려 카메라맨에게 엽총을 겨눈다.

쥐사냥꾼 : 카메라 내려놔! 암것도 찍지마쇼! 

당황한 카메라맨이 손에 들고 있던 카메라를 놀라서 바닥에 내려놓는다. 

쥐사냥꾼 : 좋아요. 잘하셨쇼들... 곧 모든 게 우리가 얘기했던 만치로 돌아올 거니께 걱정들 붙들어 놓으시라고들... 오늘 밤에는 아무 일도 없었던 거고... 저기 저 쥐새끼도 이 세상에 없었던 거고... 야! 쥐새끼! 

쥐사냥꾼이 누구를 부르는 것인지 몰라서 셋이 서로를 처다본다.

철커덩. 

엽총의 장전 소리가 무대에 울려 퍼진다.

쥐사냥꾼 : (장전된 엽총을 쥐사나이의 머리를 향해 겨냥하며) 지금 당장 일로와... 

주인이 개를 부르듯이 쥐사냥꾼이 쥐사나이에게 손을 까닥거린다. 

쥐사냥꾼 : (프로듀서와 카메라맨에게) 여보슈! 얼릉 저 놈 이리로 보내주쇼. 그럼... 모든 게 다 멀끔허게 끝나는 거니께...

쥐사냥꾼이 한 쪽 손을 들고 손가락을 펴서 초를 세기 시작한다.

쥐사냥꾼 : (손가락을 접으며) 오... 사... 삼....

쥐사냥꾼의 엽총이 자신을 향하자 순간 겁을 잔뜩 먹은 쥐사나이가 천천히 두 손을 머리 위로 들어 올린다. 

쥐사냥꾼 : 그랴 그랴. 고렇게 두 손 이쁘게 들고 요리루 천천히 건너와. 쥐대가리 확 날아가뿔기 싫으면 말여...

쥐사나이가 두 손을 들고 천천히 엽총을 든 쥐사냥꾼 방향으로 걸어건다. 그 때, 카메라맨이 몰래 내려놓은 카메라 쪽으로 몸을 움직여 돌연히 카메라를 들고 쥐사냥꾼을 향해 겨눈다. 쥐사냥꾼, 갑자기 카메라가 자신을 향하자 당황한다.

쥐사냥꾼 : (카메라맨에게 총을 겨누며) 카메라! 카메라 돌리라니까!

카메라로 인해 쥐사냥꾼의 주의가 잠시 흐트러지는 틈을 타서 쥐사나이가 쥐사냥꾼에게 달려든다. 둘이 몸싸움을 하는 틈에 엽총이 바닥으로 떨어진다. 프로듀서가 얼른 달려들어 바닥에 떨어진 엽총을 낚아챈다.
 
프로듀서가 엽총을 들고 몸싸움을 벌이고 있는 쥐사냥꾼과 쥐사나이에게로 다가간다.

프로듀서 : (몸싸움을 벌이고 있는 둘을 보고 중얼거리며) 괴물...

쥐사냥꾼 : (쥐사나이의 이빨에 어깨를 물려 고통스러워하며) 그려, 얼릉 쏴뿌리란 말여! 지금 당장...

프로듀서가 엽총의 방아쇠를 당긴다. 총소리가 울려 퍼진다. 

쥐사냥꾼이 총을 맞고 쓰러진다. 

쥐사냥꾼 : (총을 맞고 피가 새어나오는 부위를 움켜쥐며) 왜... 나한테... 왜...

프로듀서 : 선생님... 쥐들은 지방에만 많은 게 아니거든요... 

카메라맨이 카메라를 들고 쓰러져 있는 쥐사냥꾼에게 다가가서 그의 모습을 촬영한다.

프로듀서 : 서울에 먼저 왔었어요. 덩치만큼이나 지능도 높았죠. 서서히 여기저기에 퍼져나가다가 인간들이 흘린 손톱 발톱을 하나 둘 주워 먹고 인간들 흉내를 내면서 원래 인간들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했고... 지금 서울은 전부 쥐인간들뿐이에요... 줄여서 ‘쥔간’이라고 불러요.

카메라맨 : (카메라를 들고 죽어가는 쥐사냥꾼의 모습을 촬영하며) 애초에 우리 프로그램 기획이 뭐였는 줄 알아? 도대체 사람들은 왜 그토록 열심히도 우리 쥐들을 죽였을까에 대한 탐사 보도였지... (살짝 미소 지으며) 그리고 아저씨가 그 프로그램의 주인공 중에 한 명이었고... 

쥐사냥꾼, 고통스러워한다. 

프로듀서 : (엽총을 들어 쥐사냥꾼의 머리에 겨누며) 그래도 당신은 죽여도 너무 많이 죽였어요. 

프로듀서가 다시 한 번 엽총을 쥐사냥꾼의 머리에 쏴서 목숨을 완전히 끊어 놓는다. 

쥐사냥꾼의 머리에서 피가 흘러나온다. 그 때 그의 바지 주머니 안에 들어 있던 핸드폰의 전화벨이 울린다. 잠시 망설이던 쥐사나이가 죽은 쥐사냥꾼의 바지 주머니 안에 손을 집어넣어 핸드폰을 꺼내 들고는 통화를 연결한다.

쥐사나이 : (지친 목소리로 나지막히) 여보세요?

핸드폰에서 찍찍거리는 쥐의 울음소리가 알 수 없는 어느 여성의 울음소리와 함께 흘러나오면서 무대 서서히 어두워지고. 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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