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1회 대학문학상 시 부문 심사평
제61회 대학문학상 시 부문 심사평
  • 대학신문
  • 승인 2019.12.08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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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에는 시 부문에 25명이 응모해 예년에 비해 응모작이 많지 않았다. 게다가 응모작들은 마치 서너 명이 쓴 것처럼 상당 부분이 엇비슷했다. 스물다섯 사람의 고민이 이처럼 유사한 것은 그만큼 이 시대 우리 대학생들이 겪는 고뇌와 갈등이 동질적이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누구인가, 어떤 관점과 태도를 가지고 이 세상과 어떤 관계를 맺을 것인가 하는 문제를 두고 불면의 밤을 보내며 고뇌하거나 지적 모색을 전개하며 정신의 여행을 떠나는 모습들이 많이 담겨 있었다. 불투명한 세계 앞에서 존재에 대한 인식이나 세계에 대한 이해에 도달하기 위해 분투하는 흔적들이 역력했다. 성급하고 일방적인 고통의 표출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언제나 푸른 청춘의 고뇌는 소중하게 보였다. 물론 아직은 충분히 정련되지 않고 불명료한 언어들이어서 문학적 형식으로 완결된 것은 많지 않았다. 

산문시들이 예년에 비해 두드러지게 많았다. 산문시라는 형식의 선택이 혹여 게으름의 소산은 아닌지, 그리하여 사유와 감정의 리듬에서 정치성(精緻性)을 소홀히 하는 결과가 빚어지는 것은 아닌지 진지하게 생각해 봤으면 한다. 무엇보다도 시를 다른 장르와 형식적으로 구분 지어주는 것은 행 바꾸기임을 기억하고, 그것을 통해 무엇을 성취할 수 있는지 살펴봤으면 한다. 행 바꾸기에서 상상력의 확대와 비약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산문시에 초현실주의적인 이미지 연상을 시도한 작품들이 많았는데 이 형식의 선택에 어떤 필연성이 보이지 않았다. 감정의 일방적 토로가 시의 격에 미치지 못하는 것처럼, 마찬가지로 초현실주의적인 연상법도 불명료한 몽상의 분출에 그치기 쉽다.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이미지들이 구축하는 문학적 공간이 드러나고 그를 통해 자아나 세계에 대한 관점이 새롭게 설정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것은 문학 형식의 선택에 따르는 책임의 문제다. 시 창작이란 언어와 씨름하는 가운데 경험을, 그리고 자기 자신을 더 정확히 이해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25명이 응모한 110여 편의 작품들 중에서 「새는 밤」을 우수작으로 뽑았다. 윗집으로부터 들려오는 수돗물 소리에서 자신에 대한 관심과 보이지 않는 타인에 대한 관심이 교차하는 양상을 명료한 이미지로 안정된 형식에 담은 것으로 보였다. 더불어 같은 응모자의 「스티커」와 「버스가 경로를 이탈했지만 아무도 동요하지 않았다」에서도 뚜렷한 시적 이미지와 연상으로 독자적인 시의 공간을 창출하는 솜씨가 드러나 있었다. 더욱이 시적 화자가 막연한 젊음의 불안이 아니라 진지한 배려의 사유를 견지하는 것이 주목할 만했다. 언어와 시 형식의 측면에 있어서 매끄럽게 마감질을 한 작품은 아니지만 「식물성」을 가작으로 선택한 것은 이미지를 통해 경험을 곱씹는다는, 시 창작을 위한 기본적 능력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우수작과 가작으로 택한 작품 이외의 다른 작품들에서도 다양한 소재나 형식, 언어 등을 통해 시에 대한 열정과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기다림의 역사」, 「새로운 인연을 찾는 소녀의 전화」, 「속이다」, 「꿈의 에필로그」, 「나는 누구에게 채찍을 휘두르는가」 등에서 보이는바 시적 언어의 공간을 구성하려는 모색들에 대해 격려의 말을 전하고 싶다. 그런데 시의 출발은 무엇보다도 메타포의 힘에 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시는 생각이나 감정의 단순한 토로나 혹은 말놀이나 기발한 형식의 제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전달하는 이미지가 생생해야 독자가 공감하고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은유의 힘은 먼저 자신과 세계에 대해 거리를 두는 데 있다. 시는 하나의 예술적 형식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응모한 모든 이들에게 응원을 보내며 앞으로도 시인의 마음을 지켜나가길 바란다.

 

김진하 교수(불어교육과) 

봉준수 교수(영어영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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