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를 향한 열정, 방법론의 가치

지금 어떤 소설을 쓸 것인가? 또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소설은 어떤 소설인가? 이 물음은 우리가 지금 어떤 삶을 살고 있는가에 대한 진단과 분석에 직결돼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대학문학상 소설 잔치도 이와 꼭 같은 기준을 필요로 한다고 할 수 있는지 묻는다면 그 답은 바로 그렇다는 것이라고 심사위원들은 함께 생각했다. 다만, 어떤 작품이 훌륭한가에 대해 합의된 결론을 내는 일은 쉽지 않았다.

격론에 가까운 토론을 거쳐 심사위원들은 「광어는 누워있고 우럭은 서있다」를 우수작으로, 「설계자」를 가작으로 선정하는 데 ‘겨우’ 다다랐다. 두 작품은 공교롭게도 서로 상반된 특장을 구비하고 있었다.

우수작 「광어는 누워있고 우럭은 서있다」는 문체를 비롯한 모든 약점에도 불구하고 이를 상쇄하고 남을 단 한 가지의 강점을 보여 준 작품이다. 그것은 취재를 향한 열정, 말을 바꿔 말한다면 살아 있는 현실을 향한 작가적 열정이라 할 수 있다. 작중 주인공이 대학이라는 이름의 ‘온실’을 떠나 평택 공사판이라는 삶의 현장으로 나아갔다 돌아오는 여로형 플롯 속에 담긴 젊은이의 고뇌를 높이 평가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편, 가작 「설계자」는 실험적 소설을 향한 ‘상반되는’ 열정을 보여준 작품으로써, 소설이 언어적 구성의 예술이며 ‘바둑 포석을 늘어놓는 것’과 같은 설정의 예술임을 보여 주고 있었다. 그냥 놓치고 지나가기에는 아까운 방법론의 소설에도 심사위원들은 미래에의 기대를 얹어두고자 했다.

멀티미디어 시대에 들어선 지 오래지만 ‘글로 쓰는’ 소설의 위상이 여전하다고 믿고 싶은 것은, 세계의 혼란·환란이 식을 줄 모르고 있고, 이를 심층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예술이라면 소설이 그 으뜸을 다툴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한 나라의 문학이 융성하려면 젊은 대학생들이 창작의 열의를 잃지 말아야 할 것이며, 보다 많은 젊은 대학생 가운데서 보다 활력 있는 작가들이 출현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보면 심사위원들에게 맡겨진 열 편 작품의 숫자는 결코 많지 않았다. 내년에는 대학문학상 소설이 더 풍요로운 경쟁 잔치가 될 수 있기 바라 마지않는다.

 

방민호 교수(국어국문학과)

오순희 교수(독어독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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