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세 편이 응모된 희곡·시나리오 부문은 우열의 기준을 정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 이유는 물론 응모작이 너무 적어서기도 하지만, 세 편 모두 선뜻 제쳐 놓기 아쉬운 제 나름의 장점이 있으면서도 다른 작품들을 압도하기에는 모자란 점들을 동시에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수상작을 결정해야 하는 심사자의 고충이 이해되기 바라며, 세 작품 모두에 대한 논평을 싣는 것으로 응모자들에게 아쉬운 심정을 전하고 싶다. 

가작으로 선정한 희곡 「쥐잡이」는 뉴트리아 사냥꾼을 취재하러 온 탐사방송팀이 사실은 쥐인간들이었다는 설정을 토대로 하고 있다. 다분히 만화스럽고 무리한 설정임에도 불구하고 작가의 재치 있는 언어 감각과 유머에 힘입어 엎치락뒤치락 극이 지탱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세태풍자적 소극으로 출발한 것이 후반으로 가면서 마치 (이오네스코의) 부조리극을 연상시키는 상황으로 반전하는 것도 재미있는 시도다. 후반부의 반전이 좀 더 치밀하게 구현됐더라면 좋았겠지만 자기 완결적인 부조리극의 세계를 창조하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시나리오 「시차」에서 산 자와 죽은 자의 시간을 오버랩 시켜보겠다는 작가의 시도는 과감하다. 죽은 자에게 시간이 있을 리 만무하겠으나 작가의 상상 속에서는 그것이 가능할 텐데, 위의 「쥐잡이」와는 다른 종류의 언어 감각이 죽은 유경과 산 승혁의 천연덕스러운 대화를 가능케 하고 있다. 승희-승혜의 에피소드와 유경-승혁의 에피소드가 좀 더 유기적으로 결합됐더라면, 절제하려고 노력한 흔적은 있지만 여전히 남아 있는 감상적 요소를 완전히 제거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시나리오 「272분」에서는 영화 장르의 특성과 문법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저자의 소양이 엿보인다. 장면들이 미장센을 고려하면서 세심하게 설계돼 있고, 대사가 없는 부분에서 영상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를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 장난으로 시작한 일이 우여곡절을 거치면서 참담한 사건으로 비화하게끔 만드는 스토리텔링의 기량도 견실하다. 그러나 이 시나리오에서 대부분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화재 사건의 전말은 본격적인 극의 전개(아마도 도진과 시우의 대면에서부터 시작될)를 점화하는 발단부, 즉 장편영화의 한 부분에 가까워 보인다. 이미 분량 제한을 두 배나 초과하고 있는 이 시나리오가 완성되기 위해서는 그보다 훨씬 더 긴 내용이 추가로 필요할 것이다.

 

박현섭 교수(노어노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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