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작을 고르는 일은 어렵지 않았어요. 「아카이브의 여부: 아카이브로서의 소설과 박솔뫼의 광주에 대하여」가 걸출했기 때문입니다. 이 글의 필자는 박솔뫼의 광주 관련 소설과 그와 유사한 구도를 지닌 소설들이 지닌 의미를 밝히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그는, 데리다의 ‘열병으로서의 아카이브’라는 개념과 제발트의 소설을 통과해 갑니다. 이 과정을 통해 그가 제시하는 것은, 박솔뫼가 수행하는 소설로서의 아카이빙이 죽은 근원과 살아 있는 유령을 피해 가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박솔뫼의 소설이 “광주 안으로 성큼 들어가 ‘광주’와 평행하게 시간을 나아가는 것”이라는 지점으로 독자를 끌어가는 솜씨가 돋보였습니다. 읽기 쉽지 않은 글이나 다시 읽게 하는 힘이 있어요. 군더더기 없이 할 말만을 정확하게 하는 절제력도 좋습니다. 좋은 글 많이 쓰시기 바랍니다. 

다른 세 편의 글의 필자들을 위해 한 말씀 덧붙여두고 싶군요. 평론을 하는 일의 어려움은, 자기 취향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그 취향을 생생하게 만들어 놓는 데 있다고 어떤 사람이 말했어요. 그런데 그보다 더 어려운 것은 그 취향에 공감할 사람을 얻는 일입니다. 그것은 취향의 문제만이 아니라 논리의 문제기도 하지요. 평론을 한다는 것은 자기를 표현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오히려 다른 사람들에게 자기 생각을 설득하고 공감을 얻는 일에 가깝습니다. 자기가 쓴 글을 독자의 눈으로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합니다.

 

서영채 교수(아시아언어문명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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