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도 어느새 세밑이 가까워 오고 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일 년 동안 서울대를 휩쓸고 간 수많은 이슈들을 모두 기억하기란 쉽지 않다. 일 년간 학교를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들에 무엇이 있는지, 그 사건들은 우리에게 어떤 화두를 던지고 있는지 『대학신문』이 정리해 봤다.


⊙한 명의 죽음과 두 번의 파업

지난 8월 9일 일어난 청소 노동자 사망 사건은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안겨 줬다. 학내 청소 노동자의 열악한 근무 환경이 드러나자 캠퍼스관리과는 학내 노동자 휴게 시설 전수조사를 실시했고, 이후 고용노동부 가이드라인에 부합하도록 휴게 시설 확충이 이뤄졌다. 

한편 올해는 두 번이나 대규모 파업이 일어났다. 지난 2월 서울일반노동조합 서울대지부(일반노조)의 기계‧전기 노동자들이 파업함에 따라 중앙도서관, 관정도서관, 제1‧2공학관(301‧302동) 등의 난방이 며칠간 중단됐었다. 일반노조는 지난 10월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국정감사 기간에 맞춰 일일파업을 벌이기도 했다. 또한 지난 9월에는 30년 만에 전국대학노동조합 서울대지부의 생활협동조합(생협) 노동자들이 파업에 돌입하며 학내 식당과 느티나무 카페가 모두 2주간 문을 닫았다. 생협 노동자와 생협 간의 갈등은 수차례의 교섭 끝에 일단락됐으나, 생협 측에서 노동자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임금 삭감에 나서며 양측의 갈등은 재점화됐다.

지난해 학내 시설관리직원의 무기계약직 전환이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커다란 파업이 두 번이나 일어났다는 사실은, 여전히 학내 노동자들이 자신들이 처한 현실에 불합리함을 느끼고 있음을 보여 준다. 학내 노동자의 현실에 관심을 갖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구성원의 무관심 속에서 또 다른 희생자가 발생하는 비극은 막아야 하지 않을까.

사진: 윤희주 기자 yjfrog00@snu.ac.kr
사진: 윤희주 기자 yjfrog00@snu.ac.kr
파업 주체 파업 기간 주요 요구 사항 결과 비고

서울일반노동조합 서울대지부 기계·전기 노동자

2월 7일~12일 (6일 간) 지난해 정규직으로 새로 전환된 노동자에게 기존 정규직 직원에 준하는 혜택 보장

◯청소‧경비 노동자 임금 전년 대비 17.1% 인상

◯기계‧전기 노동자 임금 전년 대비 20.9% 인상

◯‘스누라이프’ ‘에브리타임’ 등 학내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파업 비판 여론 고조

◯당시 중앙도서관장이 난방 파업을 응급실 파업에 비유한 것으로 인해 논란 발생

전국대학노동조합 서울대지부 생활협동조합 노동자

9월 19일~10월 1일 (13일 간)

◯기본급 3% 인상

◯기본급 30% 수준 명절휴가비 연2회 지급

◯호봉체계 개선

◯기본급 3% 인상

◯기본급 15% 수준 명절휴가비 연2회 지급

◯호봉체계 개선

1989년 이후 30년 만의 생협 노동자 파업

 

⊙세 교수와 다른 새 교수를 원해요

2017년과 2018년 학교를 뒤흔든 H교수 사건은 이름만 바뀐 채 올해도 되풀이됐다. 서어서문학과 A교수가 대학원생을 성희롱하고, 갑질을 일삼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인권센터의 정직 3개월 권고도 H교수 사건과 데자뷔를 이뤘다. A교수의 파면을 요구하는 학생사회의 끓어오른 분노는 5월 27일 전체학생총회 개최로까지 이어졌고, 결국 교원징계위원회는 8월 인권센터의 권고보다 높은 수위인 해임을 결정했다.

연구윤리 논란도 여전했다. 경영대 학장 후보까지 올랐던 김모 교수는 허위 논문 실적으로 포상금을 받은 적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고, 결국 지난 10월 해임됐다. 또한 지난 5월 한국비교문학회는 국어국문학과 P교수의 표절을 인정하며 P교수의 회원 자격을 정지했다. P교수의 논문 표절 논란이 처음 불거진 것은 2017년이었으나, 연구진실성위원회가 규정에 명시된 기한을 훨씬 넘기면서까지 최종 보고서 작성을 미뤄, 해당 사안은 아직까지도 제대로 매듭지어지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5월에 열렸던 전체학생총회에서는 학교에서 자체적 교원징계규정을 제정할 것을 요구했다. 이 요구는 지난 8월 22일 서울대학교 규정 제2191호가 신설됨으로써 현실화됐다. 새롭게 제정된 교원징계규정은 최대 정직 기간을 기존 사립학교법의 3개월보다 긴 12개월로 정하고, 피해자가 징계 절차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하며 징계 의결을 징계 요구 접수 시점으로부터 90일 이내로 강제한다. 교원징계규정의 신설은 학생 인권 보장 차원에서 분명 고무적인 일이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것은, 교수가 학생들의 진정한 모범이 돼 교원징계규정이 무색해지는 서울대일 것이다.

사진: 황보진경 사진부장 hbjk0305@snu.ac.kr
사진: 황보진경 사진부장 hbjk0305@snu.ac.kr
사진: 원가영 기자 irenber@snu.ac.kr
사진: 원가영 기자 irenber@snu.ac.kr

 

⊙국민을 실망시킨 조국 교수, 학생을 실망시킨 총학생회

지난여름, 모든 이슈를 독식하던 ‘조국 교수 법무부 장관 임명 논란’에서 서울대도 예외는 아니었다. 학내 온라인 커뮤니티 ‘스누라이프’를 통해 8월 23일 저녁 아크로폴리스에 모인 사람들은 조국 교수의 법무부 장관 후보 사퇴를 촉구하는 촛불시위를 벌였다. 이후 총학생회(총학)는 2차 촛불시위를 열고 입장문을 발표하는 등 공식적으로 조국 교수를 비판하고 나섰다. 총학이 조국 교수를 비판하며 내건 ‘공정성’의 기치를 두고 학내에서 논란이 비등하기도 했으나, 많은 학생들은 조국 교수를 향한 총학의 비판에 공감했다.

조국 교수의 표리부동함을 비판하던 총학은 약 2개월 뒤 아이러니하게도 같은 이유로 비판받는 처지가 됐다. 과거 포스터 저작권을 두고 서강대 총학과 마찰이 생겼을 때 총학이 거짓말을 하고 여론몰이를 시도했다는 정황이 포착되고, 겉으로는 A교수 사건에 연대한다고 말하면서 총학 내부에서는 A교수 사건을 폄훼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결국 제62대 총학 「내일」 선거운동본부의 정후보로 출마했던 전 부총학생회장 김다민 씨(조선해양공학과·16)는 11월 5일 후보에서 사퇴했고, 5일 뒤 도정근 씨(물리·천문학부·15)도 총학생회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총학은 교통·교육 정책 등에서 상당한 성과를 내기도 했지만, 학생회의 기본인 구성원들의 신뢰를 스스로 저버렸기에 불명예스러운 결말을 맞았다.

조국 교수와 총학은 모두 ‘제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하고 남의 눈의 티끌을 찾는’ 태도를 보여 사람들의 실망을 샀다. 변화나 개혁을 주장하기에 앞서 스스로에게 깨끗해야 한다는 사실을 두 사례는 잘 보여 주고 있다. 다음 총학은이 사건을 거울삼아 무엇보다도 스스로에게 엄격해지길 기대한다.

사진: 윤희주 기자 yjfrog00@snu.ac.kr
사진: 윤희주 기자 yjfrog00@snu.ac.kr

이밖에도 2019년에는 교수노조 설립, 성적장학금 폐지, 데이터사이언스 대학원 개설 등 수많은 사건들이 있었다. 학내 사안에 대한 관심 없이 학교는 저절로 발전하지 않으며, 문제는 저절로 해결되지 않는다. 지금보다 나은 서울대의 미래를 위해, 구성원 모두 학교를 향한 애정 어린 감시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기를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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