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정 총장
오세정 총장

『대학신문』의 2000번째 발간을 학내 구성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월요일 아침이면 어김없이 건물 출입구와 학과 사무실에 놓여 있는 『대학신문』을 집어드는 것은 서울대 공동체 구성원들이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는 일상이 되었습니다. 그런 당연한 일상이 1952년 창간 이래 67년째 계속되어 온 것입니다.

당연하다는 말은 매우 역설적입니다. 두껍지도 화려하지도 않은 지면 위에 교내외에서 일어나는 여러 일들을 바라보는 독특한 시선을 매주 고민하고 키워 간다는 것은 결코 당연하지도 쉽지도 않은 일이기 때문입니다. 기자들은 한 줄의 기사를 쓰기 위해 발로 뛰어야 할 것이고 주간님을 비롯한 관계자들과 여러 번의 밤샘 회의를 거칠 것입니다. 우리가 월요일마다 당연하게 받아드는 『대학신문』을 만들기 위해 당연하지 않은 땀과 열정을 많은 분들이 쏟으셨고, 그런 노력이 2천 번이나 모아졌다는 경이로운 사실을 다시 한 번 축하드립니다.

『대학신문』이 창간된 것은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2월 4일, 부산에서 모든 대학이 ‘전시연합대학’으로 통합되어 있을 때입니다. 우리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가지게 되는 의문, 왜 『서울대신문』이 아닌 『대학신문』이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사실 이러한 기적 같은 연원을 지니고 있습니다. 『대학신문』은 그냥 서울대학교만의 학보가 아니라 전쟁과 피난이라는 어둠 속에서 밝혀진 지성의 회복을 위한 노력이었고, 그 후 67년째 한국의 대표적인 대학 언론의 위치를 이어가고 있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대학신문』은 기성 언론이 가지 못하는 곳에서 이들이 보지 못하는 이슈를 볼 수 있었으며, 이들이 취하지 못하는 입장을 과감하게 취해 왔습니다. 권위에 대한 비판을 서슴지 않았고 소외된 이웃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지켜 왔습니다. 그 과정은 또한 『대학신문』을 거쳐간 수많은 기자들에 대한 다시 없을 교육과 성장의 장이기도 하였습니다. 『대학신문』은 남이 가지 않은 길을 과감하게 걷고 감내함으로써 성공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 성공적으로 『대학신문』 2000호를 발간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동시에 『대학신문』이 직면하고 있는 과제들 또한 만만치 않습니다. 학내 여러 구성원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이를 가감 없이 불편부당하게 전하는 일은 항상 『대학신문』이 해 오던 일이지만 그 어느 때보다 개별 구성원들의 생각과 활동이 다양해진 반면 서로를 이해하고 대화하는 접촉면은 줄어든 캠퍼스에서 『대학신문』이 짊어진 짐은 더 무거워졌다 할 것입니다. 『대학신문』 3000호가 어떤 얼굴을 하고 있든 우리 공동체의 목소리 없는 구성원들까지 대화와 소통에 참여시킬 수 있는 우리의 신문이어야 함을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지난 67년의 세월 동안 우리가 보는 미디어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지령 2000호를 지나면서 『대학신문』을 띠지로 말아 우편으로 부치며 다른 학교 벗들에게 소식을 전하던 때가 있었는가 하면, 실시간으로 인터넷에 올라온 『대학신문』 기사를 손바닥에 올려놓은 전화기로 읽을 수도 있게 되었습니다. 그 와중에 수없이 많은 매체들이 쏟아내는 기사들과 동영상들 사이에서 『대학신문』이 본질을 잃지 않은 채 어떤 길을 갈 것인지도 다 같이 고민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그 본질은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학생들만의 젊음과 패기를 가지되 기성세대를 설득시킬 아량과 균형을 갖추고, 현장의 생생한 감동을 목격하고 묘사하되 전체적인 그림을 냉철하게 분석할 수 있는 『대학신문』만의 본질 말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이토록 어려운 책무를 2000호에 이르기까지 성공적으로 수행한 『대학신문』과 함께 자축하고 싶습니다. 아울러 봄학기 초에 발간될 2001호를 한동안 기대하며 기다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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