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측 “식대 인상 불가피”

학생이사 “식대 인상 정당성 부족”

식대 인상 반대 항의 집회 열려

식당 운영 시간은 단축 확정

지난달 20일(금) 2019년도 제2차 생활협동조합(생협) 이사회가 열렸다. 이번 이사회에서는 2019년 한 해 동안 생협이 수행한 주요 사업의 실적이 보고됐고, 2019년도 추정 영업이익 처분안과 식대 조정안 등의 안건이 심의됐다. 생협 학생이사 측에서 상정을 요청한 7개의 안건도 포함됐다. 생협 이사회는 11명의 일반이사와 6명의 학생이사, 2명의 감사로 구성된 기구다.

이번 생협 이사회에서 뜨거운 감자는 식대 조정과 식당 운영 시간 단축이었다. 생협 사측은 2005년 이래 14년간 식대가 동결됐다는 점과 인건비 및 식자재 비용 증가 등을 이유로 식대 인상을 요구했다. 생협 관계자 A씨는 “식대는 그대로인데도 불구하고 최저임금이 급격히 오르고 매출은 줄면서 영업이익이 급감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사회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 약 20억 7천 8백만 원이던 영업이익은 2019년 추정 약 2억 원으로 급격히 감소했다. 2019년 11월 기준으로 1,700원에 판매되고 있는 학생 백반의 제조 원가는 약 2,465원이며, 2,500원에 판매되고 있는 메뉴의 제조 원가는 약 3,069원이다. 이 외에도 생협 식당의 모든 메뉴는 판매가보다 제조 원가가 더 비싸다.

이사회에 상정된 식대 조정안은 두 가지로, ‘천 원의 식사’를 제외한 학생 백반의 가격을 300원씩 인상하고 나머지 세트 메뉴의 가격을 500원씩 인상하는 1안과 ‘천 원의 식사’ 중식을 폐지하고 이를 제외한 학생 백반의 가격과 세트 메뉴의 가격을 500원씩 인상하는 2안이다. 제시된 1안과 2안 모두 5,000원 이상의 세트 메뉴의 가격은 유지했다.

학생이사들은 이사회에서 해당 안건을 보류할 것을 요청했다. 학생이사 B씨는 “명목적인 식대 인상이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하지만, 그 비용을 학생에게 전가해서는 안 된다” 라며 “생협에 적자가 난다면 학교 차원에서 대책을 세워야 한다”라고 역설했다. 생협의 이익이 학교에도 돌아가는 만큼 식대 인상분을 학교가 보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생협은 영업이익 중 약 60%를 발전기금으로 출연하며, 그중 60%는 후생복지기금으로 쓰인다. 이에 생협 홍기현 이사장(경제학부)은 “결국 학생의 등록금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학교의 지원을 받을 수는 없다”라고 반대하며 결국 식대 조정안은 보류됐다. 안건 상정 절차 자체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학생이사 B씨는 “식대 조정안은 학생이사에게 정식으로 보고된 지 3일밖에 되지 않은 안건”이라며 안건의 상정 절차가 부적절했다고 지적했다.

식당 운영 시간의 조정은 이미 시행돼 심의 안건으로 다뤄지지는 않았지만, 이에 대한 잡음은 끊이지 않았다. 학생이사 B씨는 “식당 운영 시간을 단축하거나 저녁 급식을 중단하는 것은 조합원과 학내 구성원의 복리 후생에 현저한 후퇴를 가져올 것”이라고 비판했다. 학생이사 측은 식당 운영 시간 변경을 잠정적으로 중단할 것을 요청했지만 이사회에서 수용되지 않았다. 생협 관계자 A씨는 “식당 운영 시간 단축은 주 52시간 근로제와 노동자 휴게실 확보를 위해 불가피하다”라고 설명했다.

학생이사들이 생협 이사회에 상정을 요청한 안건은 총 7개로 △대의원 선거의 건 △경영지원실장 퇴직 이후 경영조직 운영의 건 △서울대와의 임대차계약 갱신의 건 △생협 경영 전자공시체계 구축의 건 △생협 노사분규에 관한 건 △식당 운영에 관한 건 △생협의 장기발전을 논의하는 TFT(Task Force Team) 설치의 건이다. 모든 안건이 다뤄지기는 했으나, 대의원 선거 실시를 요구하는 안건은 다음 소위원회에서 자세히 논의하기로 결정됐고, 서울대와의 임대차계약 갱신에서 임대료 면제를 본부와 상의하기를 요청하는 안건은 자세히 논의되지 않았다. 생협 관계자 A씨는 “대의원 선거의 경우 소위원회에서의 추가적인 논의를 약속했으며, 서울대와의 임대차계약 갱신은 생협 차원에서 결정할 일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보류된 안건은 오는 3월 생협 정기 이사회에서 다시 다뤄질 예정이다.

한편 생협 이사회가 열렸던 지난 20일 오전, 전국대학노동조합 서울대지부(대학노조)와 ‘2020 단과대학생회장 연석회의’(연석회의),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비서공)은 이사회가 열린 호암교수회관 마로니에룸 앞에서 항의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식대 인상안 날치기 중단 △학교 차원의 생협 재정 지원 △식당 운영 시간 단축 철회 △시차근무제 및 보상 휴가제 폐지를 요구했다. 비서공 이시헌 집행부원(자유전공학부·15)은 “생협 사측은 식대 조정안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이사회 3일 전에 이사들에게 통보했다”라며 학생이사 등 학생사회와의 충분한 논의가 부재했다고 주장했다. 식대 인상안 날치기 반대 외의 요구는 지난 11월 29일 대학노조가 생협 사측에 전달한 요구안과 같다. (『대학신문』 2019년 12월 2일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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