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징계위 인문대 전 학생회장 징계 예고
근절특위 징계 규탄 기자회견 열어
근절특위 “서문과 학과장이 점거 허락”
학과장 “약속한 적 없다” 주장 엇갈려

본부가 지난해 서어서문학과 A교수의 연구실을 점거한 혐의로 인문대 이수빈 전 학생회장(인문계열·17)을 징계하려 나서자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해 7월 이 전 학생회장을 비롯한 ‘A교수 사건 대응을 위한 특별위원회’(A특위)는 A교수의 파면을 요구하며 그의 연구실을 25일간 점거하고 ‘학생 자치 공간 전환’을 선포했다. 당시 서어서문학과 교수진은 조속한 점거 철회를 요구하는 입장을 냈다. (인터넷 『대학신문』 2019년 7월 5일 자) 사건 발생 약 6개월 만인 지난 8일(수) 서울대 학생징계위원회는 이 전 학생회장이 연구실 출입문의 잠금장치를 불법으로 해제하고 점거를 주도했다며 징계 혐의 사실을 고지했다. 이에 A특위의 후신으로 발족한 ‘대학 내 권력형 성폭력·인권침해 근절을 위한 특별위원회’(근절특위)는 점거가 서어서문학과 김창민 학과장과 협의한 사안이라 반발했으나, 김 학과장은 이를 부인했다.

근절특위는 지난 16일과 22일 행정관 앞에서 두 차례 기자회견을 열어 이수빈 전 학생회장을 향한 징계 시도를 규탄했다. 근절특위 박도형 공동운영위원장(지구과학교육과·18)은 민주적 절차에 따라 인문대 학생회의 의결을 거쳐 연구실을 점거했다며 이수빈 전 학생회장을 옹호했다. 그는 점거 과정에서 행정적 손실을 일으키지 않았다며 “점거 당시 김창민 학과장에게 A교수의 컴퓨터 본체를 내어주는 조건으로 평화적인 농성 진행을 약속받았다”라고 강조했다. 

김창민 학과장은 근절특위의 주장을 부인하고 있다. 그는 학생들의 동의를 얻어 연구실에서 컴퓨터와 수첩들을 가지고 나온 것은 인정하면서도, “A교수 연구실의 학생 공간 전환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한 적은 결코 없다”라며 근절특위의 주장을 일축했다. 김 학과장은 자물쇠 교체인의 이야기를 들은바, 이수빈 전 학생회장이 ‘외국에 있는 교수가 이메일을 보내라 했는데 비밀번호를 잊어버렸다’며 교체인을 불러 새벽에 자물쇠의 파손 교체 작업을 진행했다고 전했다. 그는 점거 당일 이 전 학생회장이 스스로 불법 행위를 저질렀음을 시인하고 이에 대해 책임질 의사를 표명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 전 학생회장은 “대치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이날 점거의 정확한 진행 과정은 기억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징계 당사자인 이수빈 전 학생회장은 기자회견에서 직접 발언하지 않았으나 진술서를 배부했다. 그는 진술서에서 연구실 점거가 “도덕적인 공동체를 갈망하는 학생들의 정당하고 절박한 투쟁”이라고 호소했다. 그는 또한 “사건 이전에는 이러한 투쟁 방식에 마지막까지 반대”했으며 점거 과정에서 “가장 평화로운 결론을 찾기 위해 학교 당국과 함께 끊임없이 논의하고 고민했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박도형 공동위원장은 “학생들이 아니라 서울대 당국에 책임이 있다”라며 A교수를 징계하는 과정에서 피해 학생에게 2차 가해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피해 학생의 인권을 우선시해야 할 교원징계위원회가 오히려 A교수를 두둔하려 했다는 것이다. 그는 또한 오세정 총장이 국정감사에서 위증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해 10월 열린 서울대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의원이 오 총장에게 “(A교수) 해임 결정을 다룬 언론 보도가 이뤄진 다음에야 (피해 학생이) 교무처장을 통해서 사실을 알게 됐다”라고 지적하자, 오 총장은 이를 부인하며 “(피해 학생에게) 연락을 하려고 문자를 두 번 보냈는데 답장이 없다가 (해임) 통보가 된 다음에 연락이 됐다”라고 증언했다. 이에 대해 박 공동위원장은 확인 결과 피해 학생에게 연락이 온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근절특위와 인문대 학생회는 이수빈 전 학생회장에 대한 징계를 규탄하는 서울대 학생 및 학내 단체의 연대 서명을 받았다. 지난 20일 A교수 사건 피해 학생 또한 이 전 학생회장을 향한 징계의 부당함을 비판하는 탄원서를 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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