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교수 인터뷰 | 정년을 맞이한 교수들의 회고와 후학에게 전하는 말

김재홍 교수(수의학과)
김재홍 교수(수의학과)

지난달 3일 수의대 7층 교수실에서 김재홍 교수(수의학과)를 만났다. 조류질병학을 전공한 김 교수는 조류 인플루엔자(AI)와 같은 조류 질병의 전염과 변종 출현을 막기 위한 대책을 연구했다. 그는 검역원에서 쌓은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연구와 교육에 매진했다.

Q. 수의학자로서 가장 의미 있었던 활동은 무엇인가? 

A. 1986년부터 국내 가금류 사이에서 전염성 기관지염이 돌았다. 당시 백신이 마련돼 있지 않아 농가의 피해가 막대했다. 다행히 1993년에 내가 백신 개발에 성공했다. 특허를 낼 수도 있었지만, 특허출원이 진행되는 동안 피해가 막심해질 수 있어 백신을 농가에 무료로 배포하기로 결정했다. 그 덕에 백신을 피해 지역 농가에 빠르게 보급할 수 있었다. 수의학자로서 동물의 생명을 먼저 고려했던 그 판단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Q.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수의대 제25대 학장을 역임했다. 재임 중 추진한 일 중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A. 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를 서울대 동물병원 내에 신설한 것이다. 이전까지는 지자체 중심으로 구조센터가 운영됐는데, 서울에는 이마저도 부재했다. 구조관리센터가 만들어진 후 서울 인근에서 야생동물이 다치면 모두 이곳으로 오기에 굉장히 검사 건수가 많다. 서울대가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생겨 만족스럽다. 

Q. 2017년에 열린 제33차 세계수의사대회에서 조직위원장을 맡았다.

A. 제33차 세계수의사대회는 인천에서 열렸다. 국내 수의사들이 잘 단합한 덕에 대회를 한국에서 유치할 수 있었다. 2000명만 모여도 성공한 편이었을 텐데, 제33차 대회에는 무려 4900여 명이 참여했다. ‘One Health, New Wave’라는 슬로건을 바탕으로 진행된 제33차 세계수의사대회는 의학계의 윤리헌장과 유사한 ‘수의사헌장’을 채택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 대회를 훌륭하게 기획해 한국의 위상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Q. 최근 ‘퇴역 탐지견 메이 사건’이 발생하는 등 동물실험윤리에 관한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동물실험윤리의 준수를 위해서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 생각하는가? 

A. 두 가지로 대답할 수 있다. 첫째는 연구자의 윤리 의식 고양이다. 한국에서 생명 관련 연구는 급속한 발전을 이룩했지만, 그에 비해 생명윤리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미흡하다. 이전까지 적정하다고 여겼던 수준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에 맞게 윤리 의식을 갖춰야 한다. 둘째는 적절한 연구 시설의 보장이다. 동물 복지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동물 실험을 구성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충분한 보호 조건을 갖춘 실험 시설이 필요한데, 현재 서울대 수의대에는 이런 시설이 부족하다. 동물 복지를 고려하며 동물 실험을 수행할 수 있도록 조건에 맞는 연구 시설을 갖출 필요가 있다. 

학교를 떠나며 후학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을 묻자 김 교수는 “항상 수업 때 인간됨에 대해서 강조를 많이 했다”라며 “좋은 수의사가 되려면 먼저 인간됨이란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학문의 길을 걷기 앞서, 자신의 태도를 삼가야 함을 거듭 강조하는 그의 모습에서 생명의 소중함을 지키기 위해 평생 노력해 온 수의학자의 마음이 비쳤다.

 

사진: 윤희주 기자 yjfrog00@snu.ac.kr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