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교수 인터뷰 | 정년을 맞이한 교수들의 회고와 후학에게 전하는 말

정진호 교수(약학과)
정진호 교수(약학과)

30년 동안 독성학 연구에 정진하며, 사이언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정진호 교수(약학과)를 만났다. 그는 “퇴임까지 시간이 화살처럼 지나갔다”라며 “앞으로도 과학자로서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Q. 전공에 대한 설명을 부탁한다.

A. 주요 연구 분야는 독성이다. 식품, 의약품 등에 존재하는 독성 화학물질의 유해성과 관리 방법을 연구해 왔다. 독성을 비롯한 환경적 요인을 중심으로 인류의 병을 연구했다. 연구를 시작할 당시 발암성 독성 물질에 관한 선행 연구는 많았지만, 심혈관 질환과 관련된 화학물질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비교적 부족했다. 그래서 심혈관 질환을 유발하는 독성 화학물질을 중심으로 30년 동안 연구를 진행했다.

Q. 교수로서 학생을 가르칠 때 가졌던 지침이 있다면?

A. 학생들에게 평범한 생각도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고 도전하는 자세를 가르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미국 유학 당시 지도교수 연구실 벽에 아인슈타인의 액자가 걸려 있었는데, 그 밑에 아인슈타인의 “창조는 평범한 생각에 대한 격렬한 도전에서 나온다”라는 말이 쓰여 있었다. 지도교수는 내게 그 말을 항상 기억하게 하면서, 여러 분야를 넘나들며 연구하도록 이끌었다. 그때 경험이 실제로 다양한 관점으로 연구를 하는 데 도움이 됐다. 그의 가르침을 본받아 나도 학생들이 하나의 주제를 여러 시선으로 바라보도록 가르치려 노력했다. 학생들이 다양한 아이디어를 많이 내도록 하는 게 내 역할이었다.

Q. 연구 외에도 기억에 남는 성과가 궁금하다.

A. 약사 국가시험 과목을 개편한 것이다. 1965년에 기존의 약사 국가시험에는 임상 분야가 없었다. 약사를 키우려면 이론적 교육보다는 실제 인체에 대한 지식이 주 교육 내용이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한국약학교육협의회 이사장을 맡은 뒤 약사 국가고시를 기존 열두 과목에서 네 과목으로 변경했고, 이 중 국민의 삶과 밀접한 임상·실무약학 과목이 전체 시험 점수의 40%를 차지하도록 개편했다. 개편된 약사 국가고시는 2015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약사 양성 교육의 기본 목표가 이론과 물질에서 국민의 건강과 복지가 되도록 노력했다. 아직 아쉬운 점이 많지만, 어느 정도 성과를 이뤘다고 생각한다.

Q. 과학자로 살며 생각의 전환점을 겪은 적이 있는가?

A.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생각의 전환점이었다. 폐가 주요 연구 분야는 아니지만, 독성을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가습기 살균제가 많은 사람을 죽이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는 데 자괴감이 들었다. 국가 또한 이런 참상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것에 더욱 좌절했다. ‘국민에게 화학물질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가 제공됐다면, 비극을 피할 수 있었을 텐데’라는 생각에 사이언스 오블리주를 재차 결심했다. 이후 이론적 연구에서 생활과학으로 관심이 옮겨갔다. 지금은 ‘국민생활과학자문단’의 단장을 맡아 국민에게 건강과 관련된 정보를 전달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약 관련 강연도 많이 하고 책도 집필하는 중이다. 

Q. 퇴임 후 특별한 계획이 있다면?

A. 사이언스 오블리주를 계속해서 실천하고 싶다. 국민의 삶을 위한 강연도 지속하고 유익한 책도 계속 쓰고자 한다. 과학계에서 봉사하며 국민에게 작은 힘이라도 보태는 게 앞으로의 계획이다. 한편 그동안 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던 일도 하나씩 시도하려고 한다. 예술을 굉장히 좋아해서 건축물도 보고 미술관도 자주 가려고 한다. 

인터뷰를 마치며 정 교수는 “평범하게 살지 않는 사람이 곧 새로운 영역을 만들고 성공한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많은 학생이 평범한 생각에서 벗어나 사회에 이바지했으면 좋겠다”라는 격려를 남겼다.

*사이언스 오블리주(Science Oblige): 과학적 의무 또는 과학기술인들의 사회적 공헌

 

사진: 윤희주 기자 yjfrog00@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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