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이들에게

신재용(체육교육과·13)
신재용(체육교육과·13)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시간이 흘러 또다시 졸업의 시기가 찾아왔습니다. 제가 학교에 입학한 이래로 열 번이 훌쩍 넘는 졸업식을 지켜봤지만, 졸업에 내포된 여러 의미가 크기 때문에 졸업식은 언제나 모두에게 잔잔한 울림을 주는 것 같습니다. 이번에 떠나는 졸업생분들께서는 관악과 연건을 포함해 서울대학교 곳곳에서 찬란한 시간을 보내셨는지요? 쿵쾅대는 심장을 잡으며 합격자 발표를 확인하던 시간, 조금은 어색했지만 평생 친구를 사귄 새내기 대학과 새터, 졸린 눈을 비비며 밤새워 공부한 치열했던 시험 기간, 가슴 터질 것 같은 연애, 수천 명이 하나가 돼 목소리를 낸 전체학생총회와 축제 등을 포함해 울고, 웃고, 가슴 뛰며 보냈던 모든 순간이 당신에게 찬란한 추억으로 깃들길 바랍니다.

흔히들 졸업을 두고 활동의 종지부이자 새로운 시작이라고 말합니다. 새로운 시작은 설렘과 동시에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어서 마냥 기쁘기보다는 어느 정도 걱정이 함께 들 것 같습니다. 특히 요즘처럼 청년 실업이 일상화되고, 정세가 급변하는 시점에서 걱정을 쏙 빼기란 쉽지 않아 보입니다. 하지만 흔들리지 말고 자신의 잠재력을 믿고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우직하게 나아가셨으면 합니다. 찬란히 빛나던 학창 시절, 본인 분야에 임할 때 반짝반짝 빛나던 눈동자와 최선을 다하는 모습과 쓰러져도 다시 일어나 나아가는 모습들을 우리 모두는 알고 있고, 당신은 충분히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미래를 향해 나아가다가 불현듯 불안해진다면 잠시만 뒤를 돌아 자신의 빛나던 순간과 후배들의 응원에서 용기를 얻으시길 바랍니다. 더불어 새로운 앞길에 신경을 쏟는 만큼 우리의 서울대학교와 후배들에게도 종종 눈길을 보내달라는 부탁을 드리고 싶습니다.

지난 일 년간 학교에서는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총학생회의 주도로 사당 셔틀 사업이 본격화되며 학생들의 복지가 향상된 것과 글로벌 생활관이 개관하며 학생들의 주거 환경이 개선된 것처럼 기분 좋아지는 일도 있었지만, H교수에 이어 성폭력과 갑질을 저지른 서어서문학과 A교수 사건과 조국 교수의 법무부 장관 임명 과정에서 드러난 비위를 향한 규탄 움직임, 그리고 총학생회장 후보의 자질 논란으로 말미암은 총학 선거의 무산처럼 서울대학교의 어두운 면을 보여주는 일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A교수 파면 운동을 주도적으로 이끈 전 인문대 학생회장 이수빈 학우는 이치에 맞지 않는 근신의 징계를 받아 곤혹의 시간을 겪고 있기도 합니다.

이렇듯 잘 살펴보면 재학생들은 어떤 어려움이 있든 똘똘 뭉쳐서 일을 최선으로 이끌었습니다. 하지만 과연 졸업한 선배들의 응원과 지지가 없었다면 결과를 내는 것이 가능했을까요? 단언컨대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감히 말하자면 선배들의 응원과 지지가 큰 부분을 차지한 덕에 대부분의 일이 최선의 결과로 마무리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언제나 마음 써주신 선배님들께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번에 떠나는 선배님들께서도 재학 중일 때 받은 응원과 지지를 떠올리셔서 여유 있을 때 자라나는 후배들을 위해 눈길을 머물러주시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렇게 된다면 선배님들의 따뜻한 시선과 응원 아래서 우리 후배들은 용기를 얻고 뚜벅뚜벅 나아가 서울대학교를 비롯해 세상 곳곳에 선한 영향력을 뿌리는 희망의 빛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끝으로 이번 졸업식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해 취소돼 대부분의 졸업생이 안타까움을 느낄 것 같습니다. 졸업식이 취소됐어도 여러분이 우리 서울대학교 교정에서 보낸 모든 순간은 캠퍼스 곳곳에 켜켜이 쌓여 모두의 마음에 자리매김할 것이니 슬픔을 조금은 거둬내고 졸업 본연의 기쁨을 만끽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아울러 어느 진로에 들어서든 가슴 속에 품은 꿈을 활짝 펼치길 바랍니다. 우리 재학생들은 이번에 졸업하는 선배들의 성공과 행복을 기원하며 닦아 놓은 길들을 곧 따라가겠습니다.

다시 한 번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신재용(체육교육과·13)

제60대 총학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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