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교수 인터뷰 | 정년을 맞이한 교수들의 회고와 후학에게 전하는 말

강창율 교수(제약학과)
강창율 교수(제약학과)

지난달 21일 약대(29동) 2층의 연구실에서 강창율 교수(제약학과)를 만났다. 강 교수는 교수로서 학생을 가르치는 동시에 항암제 개발을 주력으로 하는 코스닥 바이오 벤처 기업인 ‘셀리드’를 경영하고 있다. 그가 기업을 창업한 바로 그 연구실에서 강 교수의 이야기를 들었다.

Q. 약학을 접하고 연구하게 된 계기는?

A. 학창 시절 수학과 과학을 잘했고 흥미도 있어 자연스럽게 이공계 쪽으로 진로를 정했다. 약대를 선택하게 된 데에는 부모님의 영향이 컸다. 스스로는 기초 학문에 관심이 많아 연구자가 되고 싶었지만 부모님은 실용적인 학과에 진학하기를 바라셨다. 그 타협점을 찾은 것이 약대였다. 약학을 전공하면 학술적인 연구도 얼마든지 할 수 있지만, 응용 분야의 연구도 원하는 만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약학을 연구한 건 나에게 큰 행운이었다고 생각한다. 

Q. 현재 면역 항암제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고 들었다. 항암제 개발의 궁극적인 목표가 무엇인가?

A. 궁극적인 목표는 개별 맞춤형 치료를 통해 모든 사람이 암에 대한 두려움에서 해방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암의 완치가 어려운 까닭은 암세포가 변이하고, 변이의 양상도 환자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일반적 의학은 암세포의 공통된 특성을 겨냥해 암을 치료하고자 하지만, 완치까지 가기 위해서는 개인적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치료가 필요하다. ‘개별 맞춤형 면역치료 백신’의 개발을 통해 사람들을 암의 고통에서 자유롭게 해주고 싶다.

Q. 은퇴 후의 계획은?

A. 산학 협력을 강화하는 데 시간을 쏟고 싶다. 1년 반 정도 학교에 더 남아 연구를 할 예정이기에 지금 당장은 크게 달라지는 부분이 없지만, 시간이 지나 연구실을 옮겨야 할 때가 오면 학교와 단절되는 것이 걱정된다. 대학과의 학술적 교류는 기업인의입장에서도 꼭 필요하다. 연구가 치료에 적용되며, 그 역의 과정도 일어나기 때문이다. 은퇴 이후에도 대학과 학술적 교류를 계속해나가는 것이 현재로서의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기업인으로서 얻은 이익을 대학에 기부해 대학이 기술·산업적 연구를 하는 데 이바지하고, 이것이 곧바로 현장에 적용될 수 있도록 돕는 하나의 산학협력센터를 만들고 싶다. 기업과 대학이 함께 연구할 수 있는 공간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Q. 후배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좀 더 도전적으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소신 있게 하면 좋겠다. 스펙 중심의 교육 때문인지 요즘의 학생들은 점점 자율성을 잃어가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진로에서도 전형적인 길을 가는 것을 지나치게 선호하는 경향이 보인다. 여기에는 기성세대가 길을 잘못 이끈 책임도 분명히 있다. 그러나 세상에는 다양한 길이 있고 그 다양한 길은 제각기 그에 맞는 사람을 필요로 한다. 또한 자신을 위해서라도 좋아하는 것을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여러 방면에서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 나를 지금의 자리까지 오게 해준 것도 몇 번의 소신 있는 도전이었다. 예전과 달리 선진국의 반열에 오른 현대의 대한민국은 도전적인 일을 해도 얼마든지 뒷받침을 해줄 수 있을 것이다. 

인터뷰가 끝날 즈음, 강 교수의 제자 한 명이 방금 교수로 임용됐다며 감사 인사를 전하기 위해 그의 연구실로 찾아왔다. 강 교수는 찾아온 제자에게 축하를 건네면서 이런 순간에 교수로서 가장 뿌듯함을 느낀다고 흐뭇해했다. 26년 동안 대형 강의를 맡으며 단 한 번도 휴강한 적이 없었다는 그에게서 교육자의 뜨거운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사진: 윤희주 기자 yjfrog00@snu.ac.kr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