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교수 인터뷰 | 정년을 맞이한 교수들의 회고와 후학에게 전하는 말

이돈응 교수(작곡과)
이돈응 교수(작곡과)

소리 기구로 가득한 종합교육연구동(220동) 예술과학센터에서 이돈응 교수(작곡과)를 만났다. 가장 한국적인 것을 가장 새로운 방식으로 담아 온 그는 “학교라는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일을 할 수 있어 기쁘다”라면서도 “아직 더 일할 수 있는데 퇴임하게 됐다”라고 아쉬워했다.

Q. 어떤 계기로 국악을 연구하게 됐나?

A. 국악 연구는 정체성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했다. 우리나라 문화는 아직 일제강점기의 영향을 벗어나지 못했다. 음악 분야도 마찬가지다. 음악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우리는 보통 서양 음악을 떠올린다. 또 우리나라 음악은 ‘음악’이라고 칭하지 않고 ‘국악’이라 부른다. 일제가 우리 전통문화에 대한 부정을 심어 뒀기 때문이다. 국악은 정체성이다. 정체성이 결여된 문화는 발전할 수 없다. 세계는 한국적인 정서에서 나오는 전통 음악에 관심을 두는데, 오히려 한국은 그 반대다. 독일 유학을 하면서 이런 모습을 보고 우리나라의 정체성과 내 정체성을 오래 고민했다. 그것이 내가 국악 연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다. 국악을 나 자신의 정체성이라 여기며 국악 연구를 시작하게 됐다.

Q. 국악과 기술을 접목한 연구를 진행했다. 무엇을 이룰 수 있었나?

A. 작곡을 전공하면서 주로 컴퓨터 음악과 전자 음악을 배웠다. 4차 산업 시대 속 음악 산업이 점점 디지털 세계로 뻗어 나가고 있기에 국악도 디지털 세계에서 더 발전할 수 있게 만들고 싶었다. 많은 사람이 가까운 곳에서 국악을 즐길 방법을 고민하다가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GugAk’을 만들었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국악 악기를 만지고 들을 수 있다.

한편 국악 기호를 디지털화해 국악 폰트를 만들기도 했다. 국악은 국악만의 음악 표현 기호가 있는데, 과거에는 컴퓨터로 국악 기호를 표시하기가 어려웠다. 서양음악은 음만으로 소리를 표현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 음악은 음만으로 한국적인 소리를 표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성, 퇴성 등 국악적인 선율이 들어가야 한국의 정서가 표현된다. 디지털로도 국악의 이런 특성을 잘 표현하고 살릴 수 있도록 국악 폰트를 개발했고 보급하고 있다.

Q. 퇴임 후 특별한 계획이 있다면?

A. 지금까지 하지 못했던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다. 요즘 컴퓨터 음악 전공을 살려 연주 로봇을 만들고 있다. 누군가는 로봇이 그저 소리를 복제해 연주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나는 로봇이 내 소리를 연주하고 내 정체성을 표현하는 제2의 나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컴퓨터 기술과 음악을 결합한 연구를 진행할 것이다.

Q. 교수로서 아쉬움이 있다면?

A. 작곡은 항상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작업이다. 사람들에게 만족감을 제공하면서 동시에 새로움을 추구해야 한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항상 새로움을 추구하는 자세를 가르쳐주고 싶었지만, 학교라는 틀에 갇혀 이미 학문적으로 체계화된 것만을 가르칠 수밖에 없었다. 정년 퇴임 이후에는 학교로부터 자유로워져서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도전하며 살고 싶다.

끝으로 이돈응 교수는 “정체성이 결여된 문화는 발전할 수 없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라고 강조하며, “학생들이 앞으로도 우리 것에 많은 애정과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남겼다.

 

사진: 원가영 기자 irenber@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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