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함께 걸어 온 의사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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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지형 기자
  • 승인 2020.02.23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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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규창 교수(의학과)
왕규창 교수(의학과)

1983년부터 의사로 근무해 온 왕규창 교수(의학과)는 소아과를 전공해, 치료의 사각지대에 놓인 선천성 기형 환자를 치료하는 데 헌신했고 그에 관한 연구의 지평을 넓혔다. 그는 의대 학장, 국제소아신경외과학회 회장, 대한소아신경외과학회 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소아과를 택한 이유를 묻자 “레지던트 때 아이들을 좋아한다고 선배들과 교수님들이 소아과 진료와 연구를 시키더라”라며 너털웃음을 터뜨린 그에게 그간의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Q. 소아과 중에서도 선천성 기형 분야를 전공했다.

A. 소아 신경외과의 선천성 기형 분야를 선택하겠다고 처음부터 생각한 것은 아니다. 다른 진료를 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는 선천성 기형 분야를 택하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기형 환자들은 어느 병원에서도 따뜻한 치료를 받기 힘들다. 치료했을 때 다른 분야와 달리 효과가 눈에 뚜렷이 보이지도 않고, 기형이 남아있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치료 결과보다도 치료 과정 속에서 환자에게 관심을 갖고 돌보는 일이 나의 적성에 맞았다. 치료 중 낙담도 많이 하고 ‘세상에 나만 벌받은 것 같다’라고 하는 환자도 많다. 그런 환자들에게 ‘세상에 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생각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했다. 의사와 환자 간의 캠프를 여는 등 환자에게 사람과 가족으로 접근하려 했다. 이런 나의 프로그램들이 기형 환자 진료 체계에 변화를 일으킨 것에 보람을 느낀다.

Q. 인턴제 폐지를 꽤나 오래전부터 주장해 왔다. 그 배경을 듣고 싶다.

A. 의대에서 교육 연구 부장을 맡다 보니 인턴 제도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인턴 제도는 미국에서 우리나라로 도입된 이래 한국의 의료 환경에 맞춰 변화하지 못했다. 현재 1년간의 인턴 생활은 비효율적이다. 내가 인턴이었던 때와는 다르게 지금의 인턴은 주로 잡일을 하고, 전공의와 같이 생활하며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2015년에 의료계 전체가 비효율적인 인턴 교육과정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했다. 당시 내가 전국 의대 학생을 대신해 이를 주장했고, 폐지는 이뤄질 준비가 돼 있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 장관이 인턴제 폐지에 동의하지 않아 인턴제가 폐지되지 못했다. 정부와 의료계의 합의가 다시 이뤄져야 하는 실정이다. 

Q. 최근 의료계에서 PA(진료 보조 인력)*의 불법 의료 행위로 인한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PA의 제도화에 관한 논란이 뜨겁다.

A. PA는 불필요하다. PA는 본래 넓은 식민지 땅에 의료 인력을 파견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먼 거리를 의사가 직접 이동하기에는 무리가 있으니 의사처럼 진료할 수 있는 사람을 파견한 것이다. 그럴 필요가 없음에도 우리나라는 단지 의사의 수가 적고 업무가 과중된다는 이유만으로 PA를 도입했다. 그렇다 보니 간호사와 PA의 역할 구분이 모호해지는 문제가 발생했다. PA 제도의 제정에 앞서 의료계의 역할 구분을 명확히 해야 하는 까닭이다. PA 제도 논의는 2011년부터 시작됐지만 큰 진전이 없었다. 법적인 절차를 거쳐 PA를 올바르게 정의하고, PA의 의료 행위에 있어 합법과 불법의 경계가 확실해지길 바란다. 

왕규창 교수는 인터뷰 말미에 자신의 학창 시절의 기억을 떠올려 전했다. 그는 의대를 다니던 중 있었던 휴교 때 친구들과 야영을 했던 것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왕 교수는 기분 좋은 회상을 마치며 “서울대 학생들이 공부에만 매달리지 말고, 한 번 뿐인 대학 생활을 즐겼으면 좋겠다”라고 당부했다.

*PA(Physician Assitance, 진료 보조 인력): 의사로서 가능한 업무 중 일부를 위임받아 진료 보조를 수행하는 인력.

 

사진: 박소윤 기자 evepark0044@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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