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교수 인터뷰 | 정년을 맞이한 교수들의 회고와 후학에게 전하는 말

노경수 교수(행정학과)
노경수 교수(행정학과)

1월의 어느 날, 행정대학원(57-1동) 연구실에서 만난 노경수 교수(행정학과)는 기자에게 따뜻한 커피 한 잔을 건넸다. 노경수 교수는 2003년부터 4년간 대외협력본부장을 맡아 해외에 서울대를 알리는 데 많은 공헌을 했다. 서울대와 학술교류 협정을 맺은 대학을 대폭 늘려 교환학생 수학의 기회를 늘린 것은 그 성과 중 하나다. 그는 서울대를 떠나 아쉽다는 말과 함께 “아름다운 관악 캠퍼스를 직장 삼아 출퇴근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라며 캠퍼스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Q. 대외협력본부장을 맡아 학생교류 협정 확대 등 수많은 성과를 냈는데 그 배경을 듣고 싶다.

A. 대외협력본부의 체제가 갖춰지지 않았던 2003년부터 2006년까지 본부장으로 일했다. 그때 대외협력본부는 해외에서 누군가 서울대를 방문하면 거드는 수준이었다. 본부장으로 취임했을 당시 해외 유명 권위 기관의 평가에서 서울대의 대학교 순위가 100위권에 들지 못하면서 국제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서울대를 알리기 위해 해외 여러 학교에 다니며 우리 학교를 소개했고 외국 대학의 총장도 우리 학교에 여러 번 초대했다. 교류 협정을 전폭적으로 늘리고자 하는 본부의 지원도 뒷받침됐다. 이후 서울대는 같은 기관의 평가에서 47위를 차지했다. 정성을 들인 만큼 그 결실을 본 것 같다.

Q. 현재 서울대에 필요한 대외전략은?

A. 우리 학교를 세계에 알리는 것은 내가 본부장으로 있을 때 어느 정도 달성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서울대가 더욱더 국제경쟁력을 가진 학교가 되려면 서너 개의 학과(부) 정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 돼야 한다. 집중하고 투자하면 충분히 이룰 수 있다. 어느 분야든 서울대가 선도한다는 평가를 받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연구진과 연구 활동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 서울대에서 우수한 외국 교수를 유치해 국내 연구진에게도 신선한 자극을 주고 협력할 기회를 제공하기를 바란다.

Q. 국제정치학을 공부하는 후학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자연과학처럼 정치에도 개념은 있다. 하지만 이론은 없다. 정치에는 어디에나 일괄적으로 적용되는 법칙이 없다는 뜻이다. 따라서 한 나라 또는 지역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 자신이 전공하는 나라에 대한 언어는 상당한 수준으로 공부해야 한다. 많은 언어 중에서 한두 개 정도는 자기 모국어와 비슷하게 할 수 있어야 한다. 역사에 관한 공부도 풍부하게 하기 바란다. 한 나라의 지형과 인구, 기온 등의 지리 정보가 머릿속에 있어야 한다. 현장 경험은 더욱 좋다. 아무리 안내 책자가 잘 나왔다 하더라도 살아보며 느낀 것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이 기초가 돼야 국제정치학을 제대로 공부했다고 할 수 있다.

Q. 삶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무엇인가?

A. 첫째는 자유다. 학교에서도 자율적인 경쟁과 평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가르친다는 것은 제자와 선생이 서로 신뢰하는 것이다. 평소 나의 수업을 듣던 학생이 수업에 나오지 않거나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면 따로 불러서 사정을 묻는 것과 학생의 사정을 고려해 수업에서 여유를 줄 수 있는 것이 진정한 가르침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보통 서른 명 이상의 학생을 받지 않으려고 한다. 학생을 잘 알지 못한 채 일률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해본 적도 없고 그렇게 배운 적도 없다. 둘째는 베풂이다. ‘덕유필린’(德有必隣)이라는 말이 있다. 덕을 가지고 살면 반드시 사람들이 모여든다는 뜻이다. 자신의 이익을 떠나 베푸는 것을 할 줄 아는 사람이 많을수록 좋은 세상이 된다. 어느 종교든 공통된 가르침이다. ‘덕유필린’이라는 말을 꼭 기억했으면 한다.

노 교수는 퇴임 후의 계획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계속 연구하며 우리와 역사적으로든 경제적으로든 관계가 폭넓고 깊은 나라에 가서 1년 정도 학생들을 가르치고 싶은 생각이 있다”라며 “또 이제는 학문적인 책이 아닌 대중적인 책도 집필하고 싶다”라고 답했다.

사진: 원가영 기자 irenber@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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