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위수여식을 축소해 진행하기로 한 결정이 물의를 빚었다. 보다 정확히는 그 축소의 방식이 학생들과 많은 이들의 노여움을 샀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의 여파로 본부는 몇 차례 회의를 거친 끝에 단과대 및 학위 과정별 졸업생 대표 65명과 전체 학사과정 최우수 성적자 1명으로 학위수여식 참석자를 한정했다. 졸업식에 성적최우수자들과 그들의 가족만 참여할 수 있다는 방침이 발표되자 학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고, 주요 언론들을 통해 보도되는 일에 이르렀다. 결국 지난 20일(목) 본부는 코로나19의 지역사회 감염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학위수여식을 전면 취소했다. 같은 날 본부는 공지를 내 “행사를 간소화하며 참석자를 추천받는 과정에서 학생들의 마음을 미처 충분히 헤아리지 못한 부분이 있었음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공지에서 본부는 “사회적으로 어려운 상황임에도 졸업의 의미를 되새기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했다”라고 설명했지만, 졸업식의 규모를 축소하는 방안으로 성적 우수자만 참석시키겠다는 계획이 문제가 됐다. 졸업까지의 노고를 기리고 앞날을 격려한다는 본연의 취지는 가려지고, 학위수여식은 그저 다른 모양새를 띤 성적표 수여식이 될 뻔했다. 말썽은 이번의 개별 사건에 그치지 않으며, 그동안 매학기 치러져 왔던 수많은 학위수여식에 대한 비판적 시선과 무관하지 않다. 학교가 성적 우수자를 졸업자들의 일부가 아닌 핵심으로, 시상식을 졸업식의 일부가 아닌 중심으로 바라봐 온 것은 아닐까. 그 핵심과 중심의 밖에서 학업을 마친 대부분의 학생들의 가슴에는, 자신은 초대받지 못했던 ‘간소화된 졸업식’의 기억이 남을 뻔했다.

밖에서도 학교를 향한 손가락질이 거세다. 언론들은 앞다투어 보도를 내었고, 기사 아래엔 서울대의 천박함을 비난하는 댓글들이 늘어섰다. 세워진 줄의 머리이자 줄 세우기의 본산으로 낙인찍힌 와중에 ‘그럼 그렇지’의 인식을 한 겹 더 덮어쓴 것이다. 학교가 강조해온 사회로부터의 신뢰 회복과 공공성 강화라는 슬로건에 상처가 났다.

SNS 커뮤니티에서 한 학생은 “누가 대학생들을 학점이라는 잣대만으로 판단하려 하는지, 누가 공동체 의식이 없고 누가 주변을 돌아볼 줄 모르는지” 묻고 싶다며 억울해 했다. 성적 장학금 폐지 논란이 일었던 당시, 학점으로 대표되는 표면적 학업 성취 너머의 공공성을 강조한 본부를 겨냥한 것이다. 본부는 이러한 내외부의 비판을 새겨들어야 한다. 큼직한 정책을 내걸어 얻을 수 있는 공공성도 있지만, 결국 그 진심은 관행적으로 내리는 의사결정에서 드러난다. 이번 일을 그저 우연한 해프닝, 미미한 실수만으로 치부하고 넘어가기가 어려운 이유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관례적으로 진행돼 온 졸업식의 내용과 형식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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