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교수 인터뷰 | 정년을 맞이한 교수들의 회고와 후학에게 전하는 말

김명환 교수(수리과학부)
김명환 교수(수리과학부)

지난달 17일 자연대(27동) 연구실에서 김명환 교수(수리과학부)를 만났다. 김 교수는 2013년 대한수학회장을 역임하며 한국 수학계의 국제화, 수학계 연구 전반의 인프라 강화, 수학의 대중화 등에 힘을 써 온 바 있다. 정년을 맞는 소회를 묻자 그는 “앞으로 무엇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설레는 마음으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고 싶다”라고 답했다.

Q. 수학의 다양한 세부 분야 가운데 정수론과 암호론에 집중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다면?

A. 정수론은 소수의 성질과 정수해에 관한 부정방정식을 연구한다. 연구 과정이 수학적으로 깔끔해서 공부에 흥미가 생겼다. 암호론은 소수의 성질을 이용해 암호를 개발하는 학문인데, 정수론이 순수 수학이라면 암호론은 응용 수학이라 할 수 있다. 전자에서 얻은 결과를 응용해 새로운 시스템을 구성하는 방면으로도 연구하고 싶어 공부를 병행하게 됐다.

Q. 수학에서의 응용이 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가? 어떤 결과물이 있는지도 궁금하다.

A. 수학의 응용은 첨단 산업의 발전을 위한 핵심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오늘날 각광받는 첨단 산업들은 순수 수학에서 연구한 공식을 컴퓨터 산업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하면서 발달했다. 이렇듯 수학은 순수 학문의 차원에 머무르지 않으며 보다 폭넓게 응용될 수 있는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일례로 내가 이끌었던 ‘응용대수 및 암호론 연구팀’에서 한때 삼성전자의 지원을 받아 ‘브로드캐스트 인크립션’(Broadcast Encryption)이라는 프로그램을 개발한 적이 있다. 이는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으로 유료 디지털 컨텐츠를 열람할 때 유료 결제를 한 사람에게만 컨텐츠 열람 암호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시리즈물처럼 신규 컨텐츠가 계속 만들어지는 경우 지속적으로 결제하는 소비자를 제외한 사용자의 암호키는 무효화시키는 것이다. 실제 산업에서 쓰이진 못했지만, 브로드캐스트 인크립션은 한때 국제산업표준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Q. 후학 양성도 활발하게 해 온 것으로 안다. 본인이 생각하는 교육이란 무엇인가?

A. 처음 강의를 진행할 때는 학생의 이해 여부와는 관계없이 주어진 시간 안에 내가 아는 것을 가르치는 데만 급급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일방적으로 강의를 진행해 수업의 효율이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많은 학생이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질문을 유도했다. 최대한 많은 학생을 지목해 사소하더라도 수업 내용을 이해하고 새로운 고민을 할 수 있도록 독려했다. 이 과정에서 학생과의 소통이 전제돼야 진정한 의미의 교육이 가능함을 깨달았다. 또한 교육은 학문 내의 차원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도 알았다. 넓은 의미에서 교육은 연구자가 가져야 할 윤리의식도 포함해야 한다. 연구자로서의 모범을 교육자가 보여줘야 한다고 느꼈고, 그러기 위해 노력했다.

끝으로 김명환 교수는 “후학들에게 반드시 수학의 응용 가능성에 주목하라고 당부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그는 “많은 연구자들이 이 점을 간과하고 수학을 여전히 순수 학문의 영역으로만 생각한다”라며 아쉬워했다. 김 교수는 “교정을 떠나는 것이 굉장히 아쉽지만 후학들의 활약을 기대하며 관악에서의 생활을 ‘쿨하게’ 마무리하고자 한다”라는 말을 남겼다.

 

사진: 원가영 기자 irenber@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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