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교수 인터뷰 | 정년을 맞이한 교수들의 회고와 후학에게 전하는 말

김성준 교수(전기·정보공학부)
김성준 교수(전기·정보공학부)

지난달 28일 공대(301동) 3층 전기‧정보공학부 학생센터에서 김성준 교수(전기‧정보공학부)를 만났다. 김성준 교수는 전자공학을 의료분야에 접목해 신체적 한계를 극복하는 ‘나노생체전자시스템공학’이 발전에 큰 공헌을 했다. 기자들을 반갑게 맞이한 김 교수는 나노생체전자시스템공학 기술로 개발된 신경 대체물을 눈앞에 보여주며 생생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Q. 전기 공학의 수많은 분야 중에서 나노생체전자시스템공학을 연구하게 된 계기는? 

A. 우리나라에서 반도체 기술이 집중되는 곳은 메모리나 시스템 반도체를 비롯한 수출에서 강세를 보이는 산업용 반도체다. 그에 비해 다른 분야에 반도체 기술을 적용하는 시도는 다소 부진했다. 반도체 기술을 의료분야에 접목할 경우, 인공와우, 인공망막, 심부뇌자극기 등의 개발에 도움을 줘 신체 장애를 치료하는 새로운 길을 열 수 있다. 이를 연구하는 분야가 바로 나노생체전자공학이다. 나는 발전 가능성이 높고, 사람들에게 직접적으로 도움도 주는 일을 하고 싶어서 나노생체전자공학을 연구하게 됐다.

Q. 가장 기억에 남는 연구 결과물은 무엇인가?

A. 국내 최초로 다채널 인공와우를 개발한 일이다. ‘인공와우’는 청각을 복원시키는 전자 이식체 기술이 적용된 대표적인 신경 대체물로 고도의 청각장애자를 치료하는 데 효과적이다. 소리를 신경 신호로 바꿔주는 센서인 유모세포의 상실은 청각 장애를 일으키는 주요한 원인 중 하나다. 인공와우는 유모세포의 역할을 대신 수행해 직접 청신경을 전기적으로 자극한다. 이런 인공와우 개념에 기초해 우리 연구팀이 국내 최초로 다채널 인공와우를 개발했다. 그 결과 비교적 저렴하면서도 품질이 우수한 인공와우를 공급할 수 있게 됐다. 개발에 성공한 후 식약처의 허가도 받았고, 몇 명의 환자에게 이식해 성능을 확인했다. 이 연구가 신경 대체물을 활용해 청각장애를 치료하는 연구의 발전에 도움이 된 것 같아 가장 기억에 남는다. 

Q. 연구 활동뿐만 아니라 전기‧정보공학부 학생센터 소장으로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A. 어려움을 겪다가 센터에 와서 나를 만나고 졸업을 잘한 친구들을 볼 때 큰 보람을 느낀다. 상담하는 데에는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다. 단지 시간을 내서 그들의 말을 듣고, 여건이 되면 밥을 사주는 것뿐이다. 소소한 것 같지만 학생들이 이를 통해 위로를 받고 좋아지는 것 같아 기쁜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 대부분의 학생이 이런 센터가 있는 것을 모르거나, 알면서도 부끄러움이 많아 잘 이용하지 못하는 듯하다. 학생들이 언제든 도움이 필요할 때 센터를 찾아주면 좋겠다. 

Q. 정년 이후의 계획이 있는가?

A. 나는 호기심이 많아서 여전히 배우고 싶은 것들이 많다. 인공와우, 인공망막, 심부뇌자극기에 대한 연구에서는 모두 자극을 대신 수용할 수 있는 새로운 기계 신경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가운데 인공망막의 경우 극히 예민한 신경인 시신경을 다루다 보니 다른 두 분야에 비해 개발이 순조롭지 못하다. 인공망막 개발의 장애물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정년 후 더욱 공부하고 싶다. 

김 교수는 “학생들에게 가장 가르치고 싶었던 것이 현대의 성과 제일주의에 휩쓸리지 않도록 자신을 다잡는 법”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공동체를 함께 생각하는 과학 기술자가 돼야 한다”라며 “위만 보지 말고 옆과 아래도 보며 앞으로 나아가기를 기원한다”라는 응원의 말로 인터뷰를 마쳤다.

 

사진: 박소윤 기자 evepark0044@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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