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교수 인터뷰 | 정년을 맞이한 교수들의 회고와 후학에게 전하는 말

최윤재 교수(농생명공학부)
최윤재 교수(농생명공학부)

지난달 3일, 한창 새 사무실로의 이사 준비로 분주한 농생대 상록관(200동) 4층의 연구실에서 밝은 표정의 최윤재 교수(농생명공학부)를 만날 수 있었다. 그는 전북 남원이 고향인 까닭에 어려서부터 가축과 친했고, 자연스럽게 전도유망하다고 생각한 축산학에 뛰어들어 축산학자가 됐다. 1988년 서울대학교 농과대학 전임강사로 발령받은 이래, 전통 축산학에 생명공학기술을 접목함으로써 낙후된 한국의 축산업을 도약시키고자 노력해온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Q. 축산물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있다. 축산학의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나?

A. 20세기 중반 미국을 중심으로 ‘축산물 유해론‘이 제기됐다. 동물성 식품 비중이 과도하게 높은 식단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에 영향을 받아 축산물이 건강에 유해하다는 사회적 담론이 그릇되게 형성됐다. 오히려 우리나라는 미국과 달리 동물성 식품 비중이 적은 것이 문제인데도 말이다. 식품은 국민 건강에 민감한 분야인 까닭에 부정적 이미지가 형성되면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축산인들의 안일한 자세도 하나의 원인이다. 적극적으로 대처해 부정적 이미지의 확산을 막아야 했지만, 그동안의 보도에 방관으로 일관해왔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한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심도 있는 연구 결과가 축적돼 널리 알려져야 한다.

Q. 은퇴 후의 계획은?

A. 앞서 말한 것처럼 축산업에 대한 잘못된 정보와 부정적인 인식이 만연한 현실을 개선하는 데 힘쓰고자 한다. 퇴임 후에도 ‘축산 바로 알리기 연구회’를 통해 잘못된 주장과 정보를 바로잡으며 축산에 관한 진실을 교육하고 홍보할 것이다. 예를 들면, 국제보건기구(WHO)에서 가공‧적색육을 발암물질로 지정하자 축산물을 기피하는 경향이 생겼는데, 사실 발암물질은 축산물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가공 과정에서 생기는 것이다. 이러한 잘못된 상식을 바로잡고자 한다. 

또한 국민건강을 위한 ‘균형식사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축산물 섭취가 건강에 어떤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한 유용한 정보들도 제공하고자 한다. 그 외에도 ‘축산진흥연구소’ 운영, ‘국가과학기술한림원’ 부원장 등의 활동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현역 교수 시절 못 다 이룬 것들을 이루고자 노력해 국가 과학기술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

Q. 후배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A. 인생의 청사진을 가지고 계획을 세워가며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 먼저 인생의 비전에 대해서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비전에 대한 고민이 끝났다면 그 비전을 달성하기 위한 목표를 세워야 한다. 이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하고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나 역시 학부생 시절부터 철저히 계획을 세우고 그에 맞춰 노력했기에 원하는 것들을 이룰 수 있었다. 이를 강조하기 위해 면담을 할 때마다 학생들에게 보여주는 노트가 있다. 바로 대학 시절에 작성했던 인생의 목표와 전략이 적힌 노트다. 미리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을 실천하는 것이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인터뷰가 끝난 이후 최 교수는 짐꾸러미 한쪽에 있던 80년대의 사진 한 장을 가리키며, 자신이 실천한 계획 중 가장 보람찼던 일은 학내에 ‘민주화의 길’을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이 한 번쯤 걷고 기억해주면 그걸로 만족한다며 웃음 짓는 그에게선 학문의 깊이에 못지않은 인간적 깊이를 느낄 수 있었다.

사진: 박소윤 기자 evepark0044@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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