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교수 인터뷰 | 정년을 맞이한 교수들의 회고와 후학에게 전하는 말

민현식 교수(국어국문학과)
민현식 교수(국어국문학과)

‘짜장면’이 맞을까, ‘자장면’이 맞을까. 이에 해답을 내려주는 곳이 있다. 바로 국립국어원이다. 국민의 국어생활을 책임지는 국립국어원의 장을 맡아 국민의 소통에 힘써온 민현식 교수(국어교육과)는 학계의 대부이다. 그런 그는 40여 년 전 서울창문여자고등학교의 국어 교사였다. 평범한 고등학교 교사에서 출발해 국립국어원장까지 지낸 그를 만나기 위해 사범대의 한 카페를 찾았다. “인생의 전반전을 끝내 시원하면서도 아쉽다”라며 밝은 표정으로 미소 짓는 민 교수의 모습에서 인생의 후반전을 기대하는 설렘이 비쳤다. 

Q. 국어학에는 여러 분야가 있다. 특별히 관심을 기울인 분야가 있다면? 

A. 국어 표기법(정서법) 연구를 했다. 표기법은 언어를 표기하는 규칙을 공부하는 학문이다. 국어학의 여러 분야의 성과가 집대성된 종합응용학문이며 국민의 실제 언어생활을 연구해 실용적인 측면이 강하다는 특징을 가진다. 표기법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문맹과 불통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표기법을 연구하다 보면 언어 사용의 다양성을 발견한다. 예를 들어 청년이 쓰는 언어와 노인이 쓰는 언어는 다르다. 표기법 연구는 이러한 차이들을 받아들여 하나의 규칙을 만드는 작업이다. 이를 통해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Q. 2012년 4월부터 3년여간 국립국어원장으로 재직했는데 어떤 일을 했나? 

A. 국립국어원은 국민의 언어생활 향상을 위해 노력하는 정부 기관이다. 국립국어원장으로 재직하면서 지켰던 신념은 ‘생각이 바르면 언어가 바르고, 언어가 바르면 사회와 문화가 창의적으로 발전한다’는 것이었다. 이를 마음 깊이 새기고 여러 사업을 추진했다. 먼저 남한어와 북한어 간 소통을 위해 노력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올라가는 북한어를 연구하는 한편 통일부와 함께 북한 이탈 주민을 위한 남한어 교육 지원 사업을 추진했다. 다음으로 <우리말샘>을 개발했다. 이는 위키피디아처럼 사용자가 직접 만드는 참여형 국어사전이다. 시대가 변하면서 전문용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데 반해 사전이 이를 따라잡지 못한다는 지적에서 <우리말샘>을 만들었다. 복수표준어를 확대하는 데도 힘써 ‘자장면/짜장면, 냄새/내음, 먹을거리/먹거리, 오순도순/오손도손’ 등을 복수 표준어로 선정했다. 

Q. 국제한국어교육학회장을 맡은 바 있다. 최근 K팝 인기와 더불어 한국어 교육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외국어로서 한국어가 지니는 장점은 무엇이며 앞으로의 전망은 어떠한가?

A. 영어와 한국어를 비교해보자. 영어는 어떤 경우에도 주어가 생략되지 않는다. 주어-서술어-목적어의 순서가 항상 지켜지는 논리정연한 언어인 것이다. 반면 한국어에서는 주어가 자주 생략된다. “밥 먹었어?” “먹었어” “언제?”와 같이 서술어만 잘 구사해도 언어생활이 된다. 일각에서는 이를 이유로 한국어가 비논리적이라 배우기 어렵다고 평가절하하지만, 뒤집어 생각하면 주어를 생략하더라도 소통할 수 있기에 배우기 쉬운 언어다. 이 덕에 드라마, 노래 등 문화 맥락 속에서 가르치면 다른 언어보다 효율적으로 배울 수 있다. 또한 한국어는 사용 인구가 8000만 명이나 된다. 다른 언어와 비교했을 때 언어 활력이 높은 수준이다. 게다가 지금은 한국어 부흥에 있어 절호의 시기다. 최근 한류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데 그 힘은 상상을 초월한다. 평창올림픽 방문객이 28만 명이었다는 것을 감안했을 때 잠실에서 열린 BTS 콘서트에 19만 명이 왔다는 것은 한류의 힘을 실감하게 한다. 지금의 기회를 잘 활용한다면 세계 10대 언어에도 들어갈 수 있다. 이미 미국 대학에서는 한국어가 세계 10대 언어 안에 들어간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기회를 놓치지 않고 한국어 세계화를 위해 노력한다면 선진국이 되는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영원히 선진국 문턱에서 주저앉은 나라로 기억될 것이다. 선진국 도약을 향한 국민 모두의 대각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인터뷰 내내 힘찬 목소리로 지난 날의 기억을 반추한 민현식 교수. 그에게서 기자가 느낀 것은 대한민국에 대한 자부심, 그리고 청년들에 대한 끝없는 관심이었다. 후학에게 남기고 싶은 말이 있냐는 물음에 그는 “공동체 발전을 위해서는 자유를 지키는 일이 필요하지만 이를 얻기는 어렵다”라며 “20대에 자유라는 가치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서울대는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기에 우리가 국민에게 빚지고 있음을 잊지 말고 대학생활을 했으면 한다”라는 말로 인터뷰를 끝맺었다.

사진: 원가영 기자 irenber@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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