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고 탈 많던 ‘온라인’ 개강

동시간 온라인 강의가 기본

폐강·이른 개강으로 인한 혼란

공지 방식 천차만별

등록금 반환 요구하기도


개강 이후 비대면 강의는 어떻게 진행되는 것인지, 그 윤곽이 드러났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며 본부는 개강을 2주 연기하고 최소 2주간 비대면 강의를 하기로 결정했지만, 개강을 약 2주 앞둔 지난 4일(수)까지 구체적인 비대면 강의 실시 방법을 공지하지 않았다. (인터넷 『대학신문』 2020년 3월 4일 자) 지난 6일에서야 교무처는 마이스누를 통해 비대면 강의 방법을 안내했다.

▶온라인 강의, 어떻게 진행되나?=교무처가 제시한 비대면 강의 방법은 크게 온라인 수업과 과제물 부여 및 토론 활용 수업으로 나뉜다. 온라인 수업에는 △ZOOM 등을 활용한 동시간 온라인 강의 △동영상 녹화 및 배포 △eTL 기반의 서울대 온라인 강좌 '스누온'(SNUON) △K-MOOC 강의 등이 있는데, 그중 ZOOM을 활용한 동시간 온라인 강의가 주로 사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기초교육원에서는 모든 기초 교양 교과목의 교원에게 동시간 온라인 강의를 기본으로 사용할 것을 권장했다. 기초교육원 관계자에 따르면 eTL에 ZOOM이 연동돼 학생들은 eTL에서 바로 가기 버튼을 눌러 별도의 로그인 없이 ZOOM을 활용할 수 있다. 실험 등 교과목 특성상 대면 실습이 꼭 필요한 강의에 대한 안내도 있었다. 학사과 관계자는 “일단 3월 말까지 모든 강의가 비대면으로 실시돼야 한다”라면서도 “그 이후의 수업에 대해서는 학사과에서 일일이 규정할 수 없기에 단과대별로 실습 과목의 특성에 맞게 강의를 진행하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험·실습 강의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은 이번 주중에 마련될 전망이다. 지난 12일에는 시·청각 등의 장애를 가진 학생을 위한 비대면 강의 대책도 발표됐다. 장학복지과 관계자는 “지원을 요청하는 장애 학생에게 장애 학생 도우미를 통해 속기 자료나 점자 자료 등을 제공할 것”이라며 “학기가 시작되기 전 신청을 받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직 남아 있는 장비와 eTL 문제=온라인 강의인 만큼 장비의 중요성이 크지만, 그 준비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모든 교원이 동시간 온라인 강의 프로그램을 활용할 수 있게 됐지만, 강의를 촬영하기 위한 카메라 등의 장비는 미비한 상태다. 교무처 관계자는 “교원에게 필요한 물품이나 시설은 단과대별로 파악해 지원 가능한지 점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의를 수강하는 데 필요한 장비 문제도 있다. 온라인 강의 수강에 적합한 노트북이나 태블릿PC 등의 전자기기가 없는 학생이 강의 수강에 불편함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자연대는 행정실 차원에서 2주간 태블릿PC 대여 사업을 실시하지만, 수량이 20개로 한정돼 있고, 대여하려는 학생은 직접 학교에 방문해야 하므로 여전히 불편함이 남아 있다. 한편 대면 강의가 불가능한 상태에서 수강 신청 정정 요청서(초안지) 수리가 최대 20일까지 늦춰지면서 eTL 접속이 불가능한 경우 학생이 교수에게 직접 청강 신청을 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급변된 학사일정으로 인한 혼란=학사일정과 강의 방식 변경으로 인해 수강 신청 정원이 모두 찬 강의가 폐강되거나 공식 개강일보다 일찍 개강하는 수업도 생기면서 학생들이 큰 혼란을 겪고 있다. 120여 명의 학생이 신청한 ‘금융경제세미나’ 강의는 지난 10일 폐강이 확정됐다. 외부 강사진을 초청해 진행하는 수업의 특성상 쌍방향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비대면 강의는 효과가 없다고 판단된다는 이유에서다. 이 수업을 수강 신청했던 학생 A씨는 “수강신청 변경 기간 시작 하루 뒤에 폐강 안내 메일이 왔다”라며 “인기가 많은 수업이라 다른 필수 과목들을 포기하면서까지 수강 신청을 했는데, 대부분의 학생이 수강 신청을 끝낸 시점에 폐강 공지를 받아 다른 강의를 수강 신청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불만을 이야기했다. 그는 “쌍방향 소통은 동시간 온라인 강의를 활용한 채팅으로도 충분히 가능했을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공식 개강일인 16일 이전에 개강한 강의도 있다. ‘컴퓨터의 개념과 실습’ 수업 중 한 강의는 지난 3일 개강했다. 본격적으로 수업을 시작한 것은 아니지만, 학생들에게 지난 11일까지가 제출 기한이었던 과제를 부여했다. 수강 신청 변경 기간이 이달 20일까지인 것을 고려하면 eTL에 접속하지 못하는 학생은 과제가 있었다는 사실 자체를 알 수 없다. 이에 학사과 관계자는 “16일 개강이 원칙이지만, 이를 무시하고 개강하는 강의까지 파악할 수는 없다”라고 밝혔다. 비대면 강의에 대한 단과대별 공지 방식은 천차만별이다. 과별로 단체 문자를 통해 비대면 강의에 대한 정보를 알리는 단과대가 대다수이지만 사회대의 경우 ‘사회과학대학 비대면 수업 정보’ 홈페이지를 개설해 사회대에서 개설하는 강의에 대해 안내하고 있다. 본부에서는 교원 개인에게 eTL 게시판을 통해 학생들에게 강의 전반에 대한 공지를 전달할 것을 요구했지만 교원에 따라서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지 않은 실정이다.

▶등록금 환불, 학교는 권한 없다고 답해=한편으로는 비대면 강의의 실시로 인해 등록금 환불도 거론되고 있다. 지난 11일 ‘2020 단과대학생회장연석회의’(연석회의) 정규성 의장(철학과·17)은 “악기를 연주하거나 개인 작업 공간이 필요한 예체능 계열의 학생들은 당장의 금전적 부담을 감당할 수밖에 없다”라며 “실험 실습 비용이나 연습실, 작업실, 실험실 이용이 등록금에 책정된 단과대 학생의 경우 등록금 반환을 주장하기도 한다”라는 내용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에 박원호 협력부처장(정치외교학부)은 “등록금 문제는 학교에서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교육부에서 따로 지침이 내려오지 않으면 조치를 취하기 어렵다”라고 밝혔다. 지난 10일 유은혜 교육부 장관이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학 등록금 반환은) 대학 총장이 결정할 사안이라 매우 신중한 입장“이라고 밝힌 것과는 상반된 이야기다. 정규성 의장은 지난 9일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에서 주최한 ‘코로나19 관련 대학가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 연석회의 의장 자격이 아닌 개인 자격으로 참석하기도 했다. 그는, 기자회견 전면에 나서 자신의 의견을 개진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그는 교육부에 온라인 강의 및 방역 비용 지원을 요청하는 한편 본부에 온라인 강의로 야기될 학습권 침해와 등록금 반환 문제에 대한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초유의 사태를 경험하고 있는 학교에서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모든 것을 완벽하게 준비하는 것이 어렵겠지만, 학기를 취소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키려면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순발력 있게 마련하는 것이 절실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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