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7일 코로나19 확산 경보가 ‘경계’로 격상된 이후, 문화계의 위축이 심각한 상황이다.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되고 확진자가 영화관에 들렀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로, 관객은 극장을 찾지 않게 됐고 개봉이 예정된 영화들이 줄줄이 연기됐다. 행사와 공연이 연기되거나 취소되면서 일부 제작사는 파산 위기에 직면했고, 관련 예술인들의 수입은 끊겼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에 따르면, 지난 2월 연극, 뮤지컬, 클래식, 오페라, 무용, 국악의 공연 매출액은 1월보다 42% 감소했다.

2월 20일 문화체육관광부는 공연의 취소·연기로 생계의 어려움을 겪는 예술인들이 긴급생활자금을 ‘융자’받을 수 있도록 총 30억 원 규모의 ‘공연업계 긴급생활자금 융자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다수의 관람을 전제하는 공연·전시·예술 분야가 다른 분야보다도 위기 상황에 취약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공연 분야에 지원을 집중하는 방안은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이 방안은 행사의 연기와 취소로 보수를 지급받지 못한 공연예술인들에게 대출을 권장하는 일에 불과하다.

기존보다 융자 금리를 1.0%p 인하(2.2%-->1.2%)하고, 지원 한도를 5백만 원에서 1천 만으로 증액하고, 상환 기간을 유예하지만, 이것으로는 부족하다. 일자리 상실과 수입 단절이 문화예술인들의 생계를 위협하고 있는 지금, 특별 융자는 임금·대관료를 지급하고 장비 대여비를 납부하는 등 당장의 피해 복구에 쓰일 수밖에 없다. 이 지원마저 이후 되갚아야 하는 융자기에, 지금의 위기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상환이 쉽지 않은 빚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구멍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보다 적극적인 재난 피해 지원책을 고민해야 한다. 현금으로 생계비를 지원해 수혜자의 소비력을 보장하는 정책이, 사회보장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인 문화예술인들의 생계를 보장하고 그들의 활동 재개를 돕는 방안이 될 수 있다.

문화예술인의 취약한 처지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었고, 그러한 문제가 재난과 맞물려 심각한 위기를 빚었다. 지금과 같은 위기에 이르기 전에 제도적 지원책이 정착됐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쌀이나 김치를 조금만 더 얻을 수 없을까요”라는 메모를 남기며 32세의 시나리오 작가 최고은 씨가 아사한 때가 2011년 1월이었다. 이후 논의가 촉발돼 2018년과 2019년 ‘예술인 고용보험법’과 ‘예술인권리보장법’이 국회에 발의됐지만, 해당 법안은 여전히 국회에서 계류 중이며 폐기될 상황에 처해 있다. 이 법안들만이라도 제도적으로 정착됐다면, 현재의 재난기본소득 논의는 더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었을 것이다.

문화계뿐만이 아니다. 체제의 취약 계층 전반이 코로나 19의 상황에서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소상공인, 영세 자영업자, 일용직, 프리랜서, 비정규직, 실업자 등이 그들이다. 중앙과 지방 정부는 이들을 염두에 두고 재난기본소득을 논의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지금은 정당성과 효과를 논하는 절차뿐 아니라, 하루빨리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민첩함이 필요한 때다. 코로나 19에 대한 방역 대책이 그랬듯이 삶의 위기에 내몰리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대책을 신속하게 마련해야 한다. 정책의 정당성을 논의하는 동안 국민들은 벼랑 끝에 몰릴 것이다. 드라이버 스루와 같은 민첩성이 문화계를 포함한 전반적인 민생 대책에도 도입돼야 할 때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