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미래 같은 소리
대학의 미래 같은 소리
  • 대학신문
  • 승인 2020.03.22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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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하연 |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 조형진 행정관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 조형진 행정관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 조형진 행정관

대학의 미래에 대해 생각해본다. 야근하다가 저녁에 시켜 먹은 떡볶이와 튀김의 탄수화물이 식곤증을 부를 때쯤 하품을 하며, 가끔.

대학의 미래에 대해 너무 골똘히 생각하다 보면, 터미네이터에게 지배당해 랩에 갇혀서 기지개도 못 켜고 강제 노역으로 실험을 하는 학생들이 떠오른다. 교수님들이 연구실에 있는 캡슐에 누워 머리에 각종 전극을 박은 채로 평생 쌓은 지식과 사고 체계를 기계에 흡수당하는 장면이 스치기도 한다. 최근에 본 디스토피아 분위기의 미드 시리즈 때문일 것이다.

이러다가 대학에 과연 미래가 있을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과도한 입시 경쟁으로 인한 공교육 붕괴, 소모적인 학벌주의, 구성원의 도덕적 해이, 분야별로 고착화된 학문 장벽 등 사회 혁신을 가로막는 원흉이 대학이라는 목소리가 있다. 머지않아 로봇과 컴퓨터로 강화된 뇌를 가진 인조의 수재들이 일타 교수에게 온라인으로 지식을 전수받는 미래, 더 나아가 인간이 직접 지식을 창출할 필요가 없어지는 세상이 온다면, 교육과 연구는 컴퓨터 칩 사이의 상호작용으로서만 존재한다면……. 사람들은 대학에 모여서 뭘 해야 할까? 학생들이 우유 팩 차는 횟수와 기술 수준으로 대학 순위를 정하게 될까?

아무래도 잘 모르겠어서 나는 대학 직원으로서의 나의 미래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정년이 20년쯤 남았고 주택담보대출 상환이 23년 남은 나는 정년이 오기 전에 내 직업이 사라지지 않을까 고민한다. 2016년 세계경제포럼에서는 미래에 일자리가 가장 많이 감소하리라 여겨지는 산업군으로 사무 행정 직군을 꼽았다. 2013년 옥스퍼드대학에서 발간한 미래 고용보고서에 따르면 컴퓨터에 의해 대체하기 가장 어려운 직업 1위는 레크리에이션 강사였다. 그래서 나는 웹서핑을 통해 우리나라에는 레크리에이션과 관련한 95종의 민간자격증이 있다는 것과 그 자격증의 목표가 신체를 단련해 건강을 증진하고 공동체 정신을 함양해 협동력을 배양하는 전문가 양성임을 알게 됐다. 그리고 나의 건강과 공동체 정신, 특히 협동력에 대해 생각해보다가 문득 몇 년 전 끊었던 담배가 몹시 피우고 싶어졌다.

그럼 나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인공지능 로봇 상사의 구두를 닦는 것 외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그것을 알기 위해선 행정이 무엇인지부터 들여다보아야 한다. 행정은 행정권에 근거해 법규를 적용·집행하는 행위이다. 말하자면 만들어진 법과 규정을 원리·원칙대로 잘 지키는 것이 행정의 미덕인 것이다. 과연 세계경제포럼에서 미래에 사라질 직군으로 행정 직군을 거론할 만하다. 법규를 비교·검토하고, 충돌하는 조항을 찾아 개정하고, 판례를 찾아 엄격히 적용하는 것은 사람보다 인공지능이 훨씬 잘 해낼 수 있으리라. 하지만, 행정이 빈틈없이 집행되는 과정에서 사람이 품는 아픔과 슬픔까지를 인공지능이 공감할 수 있을까?

입학본부에서 근무할 때 있었던 일이다. 대학원 입시 지원자 중 이미 공고된 지원 자격의 충족 여부를 판단하기가 모호한 사람이 있었다. 그 지원자는 입학본부에 찾아와 자신의 사정을 말했고 입학본부 보직교수와 직원들은 긴 토론 끝에 입시 원칙의 엄중함과 다른 지원자와의 형평성을 감안해 해당 지원자에게 자격이 없다고 해석한 후, 그 결과를 통보했다. 우리 대학원 입학에 대한 열망이 컸던 지원자는 크게 낙심해 대기실에 앉아 흐느꼈다. 입학본부 대기실은 4층. 유리문을 열면 허리 높이의 테라스. 테라스 위로는 파란 하늘과 구름. 직원들은 지원자에게 따뜻한 차와 위로의 말을 건네고 지원자가 무사히 돌아갈 때까지 몰래 지켜봐 줬다. 인간으로서 당연한 일이라 할지 모르겠으나, 인공지능 로봇이 자발적으로 행하기는 당분간 어려운 일일 것이다.

하여 나는 레크리에이션에 대해서 생각해보기로 한다. 행정은 영어로는 administration이라 하는데, 이는 라틴어의 àd(~으로, ~에)와 ministratio(봉사)라는 두 단어가 하나로 결합한 말이다. 행정에서 인공지능이 유일하게 할 수 없는 것이 있다면 진심 어린 봉사, 교감이라고 생각한다. 살아남기 위해서 그렇게 행정은 re-creation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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