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삼킨 두 거리: 샤로수길과 녹두
코로나가 삼킨 두 거리: 샤로수길과 녹두
  • 최지원 기자
  • 승인 2020.03.22 17:2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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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가 연일 맹위를 떨치며 개강이 연기되고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강조되는 등 혼란스러운 시국이 이어지고 있다. 혼란 속에서 상권은 불황을 맞았고, 서울대 인근 상권 역시 코로나19의 직격탄을 피하지 못해 큰 피해를 보고 있다.

 

 

불금에도 텅 빈 샤로수길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개강이 연기된 때문인지 전염병의 공포 때문인지, 서울대 인근 최대 상권인 샤로수길은 손님들로 북적여야 할 저녁 시간에도 한산했다. “매출이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어요. 공부하러 오는 학생들도 없으니 카페를 유지하는 것조차 힘듭니다.” 샤로수길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A씨는 갑자기 들이닥친 불황에 답답함을 호소했다. 실제로 카페의 테이블 중 절반 이상이 빈자리였고, 차 있는 자리마저도 대부분은 대학생들이 아닌 인근 주민들로 보였다. 온라인 수업의 과제가 있어 카페에 방문했다는 이호원 씨(23)는 “평소라면 자리를 잡기가 어려웠을 텐데 한산한 걸 보니 전염병의 공포가 피부로 와닿는다”라며 “내일부터는 집에서 공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개강과 신입생의 입학을 맞아 선후배 간, 친구들 간의 식사 약속으로 문전성시를 이뤄야 할 식당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저녁 시간에 가면 최소 한 시간 정도는 줄을 서야 입장이 가능했던 ‘텐동요츠야’에서도 기자가 직접 줄을 서 보니 채 20분도 지나지 않아 식사를 할 수 있었다. 텐동요츠야를 자주 찾는다는 차민준 씨(26)는 “집에서 늦게 출발했지만 10분도 안 기다리고 들어온 것 같다”라며 “코로나 사태 전보다 사람이 반 이상은 줄어든 것 같다”라고 말했다. 평소에도 기다리는 손님이 그렇게 많지 않던 식당들의 경우, 대개 한두 테이블 정도만 손님이 앉아있을 뿐 대부분이 텅 비어있었다. 상대적으로 배달 주문의 비중이 큰 식당이라도 불황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오른손푸드카페’를 운영하는 장혜정 사장은 “대학원 연구실이나 과방에 모여서 식사하는 일이 줄다 보니 단체 배달 주문도 거의 들어오지 않는다”라며 매출 감소로 인한 어려움을 설명했다.

 

자취생의 발길마저 끊어진 녹두거리

샤로수길의 부상 이후 쇠락하고 있던 녹두 상권에 코로나 사태는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서림동 ‘부경 공인중개사’의 박미연 소장은 “한창 이사 철이었을 3월이지만 올해는 아예 입주하는 학생 자체가 없다”라며 학생들의 발길이 끊겼다고 증언했다. 그는 “전화로 문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실제로 방문해 집을 계약하는 학생은 거의 없다”라며 “원래는 매일같이 대학생들이 자취방을 계약하러 올 때인데, 이번 달에 계약한 고객은 대학원생 한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인근에서 고시‧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이었다”라고 말했다.

식당과 주점들은 한층 더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적지 않은 수의 가게들이 코로나19로 인해 영업을 중단하거나 운영 시간을 줄인다는 공고를 내붙였으며, 문을 연 가게에도 평소의 절반도 안 되는 손님만이 방문했다. 가성비가 좋아 식사 때만 되면 성황을 이루던 부대찌개 식당 ‘다부찌’도 마찬가지였다. 다부찌 종업원 B씨는 “매출이 반 토막이 났다”라며 하루의 매상이 30만원도 안 되는 경우는 처음 겪어본다고 말했다. 식사하던 권성진 씨(28)도 “눈에 뜨일 만큼 사람이 줄다 보니 걱정도 되거니와 워낙 문을 닫는 곳이 많아 불편하기도 하다”라며 불경기를 체감한다고 밝혔다. 녹두거리에서 주점 ‘동학’을 운영하는 사장 C씨 역시 “3월이면 원래 2학년이 1학년을 데리고 술을 먹으러 오는데 올해는 도통 사람이 오지를 않는다”라며 한숨을 쉬었다. 동학뿐만 아니라 다른 주점에도 손님들의 발길이 뜸해진 까닭에 녹두거리에서는 왁자지껄한 개강 무렵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막다른 골목에 몰린 상권, 회복할 수 있을까?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들을 돕기 위해 관악구에서는 여러 지원책을 내놓았다. 관악구청은 보도자료를 통해 “휴·폐업 중인 소상공인들을 대상으로 임시 일자리를 제공하는 ‘코로나19 대응 공공일자리(소상공인 지원)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관악구는 이에 더해 오는 상반기에 공사 조기 발주, 선금 집행 활성화 등과 더불어 소비·투자, 일자리 부문 등의 구 재정 1,200억 원가량을 신속 집행함으로써 공공재정이 지역경제 선순환을 위한 마중물이 되도록 하겠다는 방침도 공표했다.

어려움을 겪는 임차인들을 위해 임대인들이 임대료를 할인해주는 ‘선한 건물주 운동’이 이어지는 가운데, 대학가에서도 사례를 찾아볼 수 있었다. 오른손푸드카페의 문유석 사장은 “다행히도 선한 건물주 운동 덕택에 임대료를 조금 할인받고 있어 숨통이 트인다”라고 전했다. 또한, 그는 “이런 상황에서도 꾸준히 가게를 걱정하고 찾아주시는 단골 손님들 덕분에 그나마 타격이 덜하다”라며 “여러 방면에서 도와주시는 분들이 많아 고맙다”라고 덧붙였다.


샤로수길에서도 녹두에서도, 취재에 응해준 상인들의 얼굴은 하나같이 그늘져 있었다. 언제 캠퍼스 수업이 시작되는지를 거듭 물어보는 이들의 표정에서는 사태가 장기화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묻어나왔다. 코로나19 사태가 조속히 해결돼 학생들이 학교로 돌아와 거리가 활기를 띠는 날이 돌아오길 고대해본다.

 

·사진: 최지원 기자 frost0825@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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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찌 2020-03-23 14:49:27
기사 잘 읽었습니다.
관악의 맛집들이 무사해야 할텐데

걱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