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개발센터 박여주 실무관
경력개발센터 박여주 실무관

매년 그 해의 사자성어를 발표하는 교수신문은 2019년을 대표하는 사자성어로 ‘공명지조(共命之鳥)’가 선정됐다고 밝혔다. 여기서 나오는 공명조(共命鳥)란 불교 경전에 등장하는 머리가 두 개인 상상 속의 새로, 이 고사성어는 한 머리가 몸에 좋은 열매를 독차지해 먹어버리자 화가 난 다른 머리가 복수를 위해 독이 든 열매를 먹었다가 결국 독이 퍼져 두 마리 모두 죽게 됐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사자성어를 추천한 영남대 최재목 교수는 이 말이 양극단의 진영으로 나뉘어 이분법적 원리로 서로를 적대시하는 현재 우리 사회의 모습을 잘 드러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가 바뀐 지금,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국내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지구촌 구성원들의 갈등과 불안은 커져가고만 있다.

감염증이 퍼지고 있는 특수한 상황이라는 점과 또 지금의 상황이 단순 이념적 분열과는 성격이 다른 점을 고려하더라도 현 상황에서 볼 수 있는 대립과 분열은 그동안에 우리 사회에 축적된 극단적 대립의 축적물이 아니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동안 사회는 이분법적으로 나뉘어 자신의 주장과 방향을 끌고 나가기 위해 갖은 수단을 동원하는 것에 그치지 않았고, 자신의 의견이 묵살된 반대편은 이에 무조건적인 비난으로 대응했다. 성격이 조금 달라 보일 수 있지만 지금의 비상사태에서도 이러한 상황은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 확진자 수 1위가 된 대구에 대한 조롱과 혐오를 볼 수 있었으며, 정치적 이해가 달린 자들의 치열한 정파적 다툼을 목도할 수 있었다. 또한 언론에 따라 극단적으로 달라지는 이 사태에 대한 평가와 반응은 보는 사람을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갈등의 성격과 범위를 좀 더 넓혀 세계로 시각을 돌려보면, 국제정치의 주체 중 하나인 국가 간에도 국가 내부와 비슷한 상황이 일어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자국민 보호라는 국가의 우선적 목표를 감안하더라도 지도자의 정치적 이해, 국내 상황 타개 등을 위해 지나치게 의도적으로 외부에 적과 희생양을 만드는 상황은 국제사회를 분열의 장으로 만들기 십상이다. 바이러스 확산이 시작된 중국에 대한 비난을 넘어 감염이 시작된 동북아 국가들과 더 크게는 동양인에 대한 비하가 난무하였으며 동북아와 유럽의 감염 추세가 뒤바뀐 지금, 안정기에 접어든 국가들은 자국의 관리 시스템을 자찬하며 타국의 체제와 관리 시스템을 깎아내리는 경쟁을 펼치고 있다. 더욱이 선거, 올림픽 등 정치적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있는 이벤트를 앞두고 극단적으로는 외국인 혐오를 조장하며 민족주의를 내세우는 상황까지 볼 수 있었다.

코로나 사태로 대학 강의, 종교, 근무 형태 등에 있어 많은 점이 기존의 방식과는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들 한다. 이렇듯 여전히 어수선한 분위기이지만 오히려 이때야말로 재난 상황에 극대화돼 나타나는 사회의 문제점들과 개선해야 할 점들을 다시 한 번 점검해볼 수 있는 시기이다. 이 바이러스 사태도 언젠가 종식되겠지만 그 전부터 축적돼온, 그리고 이 사태를 계기로 더욱 증폭된 국가 간, 국민 간 심리적·정서적 갈등 및 반목은 지우기 어려운 흉터로 남을 수 있다. 그렇기에 무조건적인 프레임 씌우기로 상대를 공격해 얻는 승리와 국제사회에서 타국에 대한 비난으로 얻는 지도자들의 내부에서의 권력의 정당성은 이제는 논리와 정당한 비판으로 대체될 필요가 있다. 다른 한쪽을 해치기 위해 본인까지 죽어버리는 공명조가 아닌, 다른 한쪽이 주는 이로움을 깨닫고 상생하는 공명조가 되는 날을 언젠가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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